"북한 동포들이 직접 살 길을 찾아야 할 때"

정치권력이 독재자 가족들의 손아귀 속에서 代를 이어 상속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북한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서울에서 보내드리는 이동복의 통일대화 시간입니다. 금년은 다른 해에 비해 무척 무더웠습니다. 더구나 북한 땅에서는 무더위 때문에 하루하루 지나기가 무척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금년 여름 북한 땅에는 큰 물 난리가 나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생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소식이 이곳 남쪽의 동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해 주었습니다.

지금 남한에서도 큰 수해를 만난 북한 동포들을 돕자는 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북한의 수해 돕기에 나섰습니다. 정부에서는 남한 돈으로 374억원 상당의 시멘트와 철근 등 자재와 장비를 북한으로 보내 주기로 했고 이와는 별도로 이미 75억원 상당의 긴급 구호품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민간은 민간대로 여러 대북 지원단체들이 178억원 상당의 긴급 구호품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모두 합하면 700억원 가까운 규모의 지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번 수해 때문에 8월 말 사흘 동안에 걸쳐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연기되어서 10월2일부터 사흘간 역시 평양에서 열리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대동강 물이 넘쳐 흐를 정도의 물 난리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연기하는 것은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비를 이유로 해서 연기된 남북정상회담이 10월 초에는 실제로 열릴지의 여부를 놓고 남쪽에서는 이러저러한 설왕설래가 없지 않습니다.

그러한 설왕설래 가운데 하나는 이번 정상회담에 참가하는 남쪽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그의 5년 임기 가운데 4년 6개월이 이미 지나가서 이제 남은 임기가 6개월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관한 것입니다. 남쪽에서는 앞으로 4개월 후인 12월 중에 대통령선거가 실시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10월 초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그로부터 두 달 뒤에는 그의 뒤를 이을 새 대통령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 경우 새로 등장하는 대통령이 盧대통령과 생각이 같은 대통령이라면 모르지만 만약 盧대통령과 생각을 달리 하는 대통령이라면 그로부터 두 달 전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에서 그의 전임자가 북의 김정일과 합의한 내용을 고지식하게 이행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지금 남쪽에서는 임기가 다 끝나가는 노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과 굳이 이 시점에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이 아니냐는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기왕 남북정상회담을 한다면 차라리 2-3개월 참았다가 남쪽에 새로 들어오는 대통령과 김정일 사이에 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남한에서는 매 5년마다 새 대통령을 투표를 통하여 뽑는다는 것을 북한 동포들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 남쪽에서는 어느 누구도 한 번 이상 대통령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건국 된 이후 59년의 세월이 경과하는 동안 도합 열여섯 명의 대통령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열일곱 번째의 대통령을 뽑는 것입니다. 같은 사람이 대통령을 두 번 할 수 없기 때문에 남쪽에서는 현직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당에서 내세운 후보가 당선되면 현직 대통령의 정책이 계승되지만 만약 현직 대통령을 반대하는 정당 후보가 당선되면 현직 대통령의 정책은 계승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같은 정치제도를 가리켜 우리는 민주주의라고 합니다. 매 5년마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은, 법이 정하는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누구나 출마할 수 있고 국민은 그들 가운데서 아무나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져서 가장 표를 많이 얻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정치제도는 북한의 그것과는 아주 다른 것이지요. 북한에서는 최고인민회의나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을 선거로 뽑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명목상으로만 투표라는 것을 하는 것이고 실제로는 당에서 정한 한 명의 후보를 놓고 찬반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닙니까.

게다가 그것은 최고인민회의나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의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고 김일성(金日成)으로부터 그의 아들 김정일(金正日)로 세습으로 이어진 북한의 독재권력은 사실상 종신제일 뿐 아니라 세습제가 아닙니까. 그래서, 지금 북한에서는 최근 건강 이상에 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떠돌고 있는 김정일의 후계자가 누가 될 것이냐를 놓고 많은 설왕설래가 있는 중입니다. 올해로 65세인 김정일의 사후(死後) 후계 문제가 지금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이번에 김정일의 사후에도 다시 그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세습 후계체제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김정일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다고 하지요. 영화배우 출신 성혜림이라는 여자와의 사이에서 얻은 35세의 맏아들 정남(正男)에 이어 재일조선인 무용수 출신 고영희와의 사이에서 얻은 26세의 둘째 아들 정철(正哲)과 24세의 셋째 아들 정운(正雲)이 그들이라는 것입니다. 김정일은 이 세 명의 아들 가운데 어느 하나를 후계자로 지명하려 한다고 합니다. 이에 관하여 일본(日本)의 시사 주간지 주간현대(週刊現代)는 이미 작년에 김정일이 세 아들 가운데서 둘째인 정철을 후계자로 지명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 주간지는 “당외지출 금지”라는 경고문이 부착되어 있는 작년 9월25일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서기국 지시> 제0101호라는 제목의 당 공식문건의 내용을 보도했었습니다. 이 문건에 의하면 “당 중앙위원회는 우리 당과 우리 인민의 일치된 염원을 담아서 백두(白頭)의 정기(正氣)를 이어받은 우리들의 존경하는 김정철 동지를 우리 당의 수뇌부에 높이 추대했다는 사실을 엄숙하게 선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언론보도들은 또다른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여러 해 동안 위조여권을 들고 일본과 중국, 그리고 마카오 등지를 배회하면서 유랑 건달 생활을 하던 맏아들 정남이 북한으로 귀국했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김정일의 후계 문제에 관하여 중국이 맏아들인 정남을 편들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최근 정남이 마카오로부터 귀국한 것은 중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그의 이복 동생들을 밀어내고 황태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야말로 전형적인 봉건왕조의 재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2200년 전 중국의 통일을 완성한 진시황제(秦始皇帝)가 죽은 뒤 그의 두 아들 부소(扶蘇)와 호해(胡亥) 사이에 전개되었던 권력투쟁을 연상시켜 주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역사는 이 두 아들 사이의 권력투쟁의 결과로 진(秦) 제국이 불과 15년 만에 무너졌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올해 65세인 김정일의 신상에 가까운 시일 안에 무슨 변동이 있으리라고 예측할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끔찍한 일입니다마는, 김정일 자신이 적어도 앞으로 20년 간은 자신의 건강이 끄떡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들려 온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일은 내일 일어 날 일을 미리 알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의 아버지 김일성도 80세 되던 해인 1992년 평양을 방문한 미국의 스티븐 솔라즈 하원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10년 간은 끄떡없다”고 그의 건강을 장담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로부터 불과 2년 뒤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아들 김정일은 65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건강 상태에 관하여 많은 설왕설래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북한 동포 여러분은 이제 여러분의 운명을 아무런 세상 경험이 없는 구상유취(口尙乳臭)의 젊은 독재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정치권력이 독재자 한 사람의 전유물이 될 뿐 아니라 심지어는 그 독재자의 가족들의 손아귀 속에서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 아들로부터 그 아들에게 대를 이어서 핏줄로 상속되는 것은 사실은 공산주의가 매도하는 타도 대상인 부르주아 봉건왕정을 모방하는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사이비 공산주의입니다. 바로 여기에 북한이 유일한 살 길인 중국식 개혁•개방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원인이 있습니다.

중국식 개혁•개방을 하려면 첫째로 한 지도자나 그 지도자의 가족을 우상화하는 것을 그만두고 정기적으로 지도자를 교체해야 하고 둘째로 나라를 지도자의 변덕스러운 말을 가지고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인민들의 동의를 얻어 제정하는 법률로 다스려야 하며 마지막으로 상호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발전하는 시장경제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절대적 독재자 김정일은 중국식 개혁•개방을 절대로 따라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는 순간 북한의 수령독재 체제가 무너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이제는 북한 동포 여러분이 정신을 수습하여 직접 살 길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수령독재를 걷어 치우고 민주주의를 받아 들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어느 누구도 북한 동포들에게 가져다 줄 수 없습니다. 북한 동포 여러분이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동포의 입장에서 남쪽의 동포들은 그 같은 북한 동포들의 노력을 도와드릴 수 있을 뿐입니다. 이제는 때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어떻게 참고 견디겠습니까. 북한의 민주화야말로 남북정상회담보다도 더 시급한 일인 것입니다. 북한 동포 여러분의 분발을 촉구하고 격려합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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