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가 된 김문수 경기도지사

남한에는 천당과 지옥이 없습니다. 대통령도 시장 바닥을 훑어야 되고 지사도 택시운전을 해야 되는 것입니다.
북한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한국사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서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언론이나 여론으로부터 집중적으로 얻어맞습니다. 그렇게 해야 힘없는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불평불만도 해소되어 정신 건강에도 전체적으로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에서는 힘 있는 사람이 항상 칭찬을 받지만 대한민국에서는 힘 있는 사람이 항상 욕을 먹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요새 욕을 많이 먹는 사람이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사람입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재개발을 많이 합니다. 오래 된 도시 건물을 뜯어 새로운 건물을 올리려고 하다 보면 원래 살았던 사람들-세를 들어 사는 전세·월세 개념이 북한에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만-한국에서는 자기 집을 가질 돈이 없으면 일정한 돈을 맡기고 들어가든지 아니면 월에 얼마씩 돈을 내고 살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들에 대해서 얼마간 보상을 해주고 개발을 해야 되는데 항상 말썽이 생깁니다. 말썽이 생기면 항상 전문적으로 데모를 하는 사람들이 몰려와 경찰과 대치를 하곤 합니다.

이번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데모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건물을 점거하고 경찰과 지나가는 행인과 버스나 택시를 향해서 화염병을 던졌습니다. 경찰이 진압작전을 펼쳤는데 화재가 발생하여 6명이 죽었습니다. 그중에는 경찰관도 한 명 끼여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이런 사고가 나면 야당, 언론, 그리고 각종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경찰을 욕합니다. 물론 경찰을 편드는 사람도 많은데 경찰을 욕하는 언론, 야당의 목소리가 워낙 크니까 경찰의 편드는 목소리는 아주 작아지게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다음 경찰청장으로 내정을 했는데 대통령이 경찰청장으로 임명을 하더라도 국회의원들이 인준을 해줘야 합니다. 청문회라는 과정을 거쳐서 임명을 하는 것이죠. 따라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을 경찰청장으로 임명하는데 필요한 국회 청문회 과정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또한 요새 화제가 되는 사람은 경기도 지사 김문수 씨입니다. 서울시장과 경기도 지사는 대통령 다음으로 가장 큰 인원을 관리합니다. 서울은 1000만이 넘고 경기도는 서울보다도 인구가 조금 더 많습니다. 경기도야말로 한국에서 가장 큰 행정구역입니다.

경기도 지사인 김문수 씨는 과거에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감옥살이도 했지만 전향했습니다. 즉 자유민주주의자로 전향을 하고 지금은 오히려 좌익들의 비판을 많이 합니다. 또한 국회의원 시절에 북한 인권운동을 열심히 했던 사람입니다. 아주 열심히 일하는 50대 인물이죠.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올 가능성도 많습니다.

이분은 위장취업을 했습니다. 아마 1980년대의 위장취업이라고 하면 노동운동을 하던 사람이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고등학교 졸업인 것처럼 위장을 하여 현장에서 노동자로 일을 하면서 노조를 만드는 운동을 했던 사람입니다.

김문수 씨는 서울대학교를 나온 사람인데 노동자로 일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자격증을 많이 얻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이 최근에 택시 운전 자격시험을 보고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경기도지사가 왜 택시운전 자격시험을 보았는가 하면 택시운전사들의 문제를 직접 느껴보기 위해서, 또는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서 택시운전을 한번 해보려고 한 것입니다.

택시운전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택시 운전사 자격시험을 봐야 합니다. 20시간의 교육도 받았습니다. 한국은 경기도지사라고 하여 함부로 마음대로 택시운전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또한 운전에 필요한 적성, 정밀검사까지 3시간 반에 걸쳐서 받았다고 합니다. 이 분이 자기가 운전한 과정을 글로 써서 올려놨습니다.

<설날 다음날인 1월27일 오전 6시50분에 도청 옆에 있는 광일운수에 도착했다. 우선 택시운전 요령에 대해 다시 배웠다. 제일 어려운 것은 카드 결제 방법이었다. 가스 충전 방법, 미터기 사용 방법 등에 대해서도 배웠다. 7시20분에 회사를 출발했다.

우선 수원역에서 손님을 기다렸다. 수원역 앞에서는 택시 줄이 두 줄로 늘어서서 수십 대가 서있었다. 20분 정도 지나서야 겨우 손님 한 분을 태웠다. 상냥하게 “어서 오세요. 어디로 모실까요?” 인사부터 드린 뒤에 내가 길을 잘 모르니 내비게이션을 우선 찍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어떤 분들은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다 이해해 주셨다.

오늘은 11시간 조금 넘게 운전을 했는데 총 21개 팀의 손님을 모셨다. 그 가운데 여섯 팀은 외국인 손님이었다. 중국 동포가 두 팀, 베트남 출신 노동자 두 팀, 러시아 노동자가 한 팀, 방글라데시 노동자가 한 팀이었다. 명절을 맞아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지방으로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네 팀이나 되었다.

이들은 모두 20대부터 30대였는데 우리나라 생활이 힘들기는 해도 그들에게는 꿈과 희망, 활기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택시에서 내려 마중나온 20대 젊은 친구의 자전거 뒤에 타고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에서 내가 젊었을 때 공장에 다니던 기억이 살아났다.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그들의 젊음과 우리나라의 상대적인 고(高)임금. 귀국 후 그들 나라에서 펼쳐 나갈 그들의 희망찬 꿈 때문에 그들이 어려움을 잘 견뎌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다민족사회가 되었는가를 실감할 수 있는 날이었다.

손님을 확실하게 모실 수 있는 곳은 수원역과 시외버스 터미널과 대형 마트뿐이었다. 나머지 길가를 다니거나 등산객들이 줄지어 내려오는 곳에서도 손님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수원역에는 손님 모시기 위해 기다리는 줄은 교통질서를 크게 어지럽힐 만큼 길고 어지러웠다.

택시 줄이 길수록 불경기의 골짜기가 깊다. 아무리 줄이 길더더라도 이곳에서 기다리지 않고 다른데 돌아다녀봐야 손님 만나기가 기약 없는 일이니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손님 가운데 젊은 분들이 많았다. 노인 분은 할머니 한 분밖에 없었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아무래도 버스를 많이 이용하시는 모양이다. 인접한 수원, 용인, 화성을 넘나들 때마다 시내를 벗어나서 다른 지역으로 갈 때 한층 추가 요금이 적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손님대로 불편해하고 기사는 기사대로 불편해 한다.

지금의 버스와 철도처럼 서울과 경기도 전역을 하나로 묶어서 시행하는 통합·환승 할인제도를 도입할 수는 없을까? 택시 기사는 택시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시민들은 택시 잡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 간격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이렇게 열심히 뛰었더니 6만9000원 수입이 생겨서 가스를 충전하는데 1만 2500원을 내고 사납금(기사들이 택시회사에 내는 돈)을 6만9000원내고 남는 돈은 겨우 1만원뿐이었다. 회사에서 일당이라고 1만4000원을 주었다. 오늘 11시간 동안에 총 2만4000원을 번 셈이다. 처음치고는 괜찮은 편이라고 위로해 주었다.

오늘 체험은 도지사 취임 이후 2년 7개월간의 활동 가운데 가장 강한 느낌을 남겼다고 생각된다. 우선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어떤 보고서나 신문 보도나 이야기보다도 더욱 생생한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삶의 망망대해(茫茫大海)에서 11시간 헤엄치다 나온 기분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 손님을 정성으로 모시고자 노력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모자라는 나의 실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정성을 다해 손님을 모시면서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느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모실 수 있는 삶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북한 동포 여러분, 이 글을 일고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북한 노동당의 예컨대 정치국 위원이 평양에서 택시를 몰고 이런 체험을 할 수 있겠습니까? 또는 하려고 하는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노동자 천국이라고 하는 북한입니다. 그렇다면 김정일부터 스스로 노동자 체험을 해야 되는 나라가 북한입니다. 그런데 자본가가 지배하고 있다고 북한에서 선전하는 대한민국에서 경기도 지사-권력이 강하고 수만 명의 부하를 데리고 있는 지사가 택시기사가 되어 민심이 어떤지, 경제가 어떤지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체험해야 정책에 반영을 할 수 있습니다. 김문수 지사는 경기도가 넓기도 하겠지만 사무실에만 앉아있으면 아래 사람이 보고서를 바치는 것을 읽고 결제만 할 뿐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모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잘못하면 부하 공무원들이 장난치고 잘못을 해도 속아 넘어가게 된다, 그러니까 현장을 많이 찾아가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비행기로 차편으로 많이 돌아다니는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한국에서는 높은 사람일수록 바쁩니다. 북한에서는 높게 올라갈수록 편해지겠지만 남한에서는 높은 층일수록 하는 일이 많고 또 바닥 민심을 알아야 됩니다. 정치인들은 유권자들과, 회사 사장들은 말단 직원과 항상 대화를 해야 됩니다. 그렇게 해야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오판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어떻습니까? 김정일은 북한이라는 지옥에서 자기들끼리만의 천국을 만들고 그 안에서만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굶고 추위에 떨고 얻어맞고 하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본의 후지모토 겐지 요리사는 12년 동안 김정일을 따라다녔습니다.

그때가 1990년대-북한에서 300만 명이 굶어 죽을 때인데 이 사람은 북한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호화 음식만 먹고 호화 파티만 벌이는 그 무리, 그 천국 속에 살고 있으니 지옥을 몰랐다는 것이지요.

12년 만에 일본에 돌아와서 일본 언론을 통해 비로소 그 기간에 북한에서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김정일은 바로 그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북한의 비극은, 북한 동포 여러분들이 김정일도 여러분들처럼 고생할 것이고 나라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며 우리처럼 굶주릴 것이라고 착각하는데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에는 지옥과 천당이 있습니다. 문제는 천당에 사는 사람은 몇십 명밖에 되지 않고 지옥에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것입니다. 천당과 지옥의 구분을 없애 버려야 됩니다. 이것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북한 여러분들을 살리는 것입니다.

남한에는 천당과 지옥이 없습니다. 대통령도 시장 바닥을 훑어야 되는 것입니다. 지사도 택시운전을 해야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 동포 여러분들도 스스로의 힘으로 여러분들 속에 성처럼 되어 그 성안에서 여러분들을 내려다보면서 잘 먹고, 잘 살며 여러분들을 괴롭히는 그 성벽을 여러분들 힘으로 부셔버려야 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그런 계급혁명을 한 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아무런 신분의 차이가 없습니다. 정주영 씨처럼 석공을 하다가도 재벌이 됩니다. 노무현처럼 남로당의 사위도 대통령이 되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처럼 배를 곯았던 시골 청년도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계급 혁명을 해야 될 곳은 바로 북한입니다.

여러분들의 건투를 빕니다.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