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의 추억

웬만한 방만큼이나 큰 냉동기,한쪽 벽면을 다 차지하는 벽걸이용 텔레비전에 전기 밥가마까지 가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자가 바라본 남조선’시간, 진행에 김춘애입니다. 북한 동포 여러분! 오늘이 바로 북한에서 태양절로 민족최대의 명절로 기념하는 4월15일이네요. 해마다 이 날이 오면 명절의 기쁨보다는 먹을 것이 부족해 어려웠던 북한생활이 떠올라 가슴이 메어집니다.

특히 모든 것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꽃 한송이도 구하기 힘들어 우리 아이들의 손에 그 작은 꽃송이 하나 쥐어주지 못해 눈물 흘렸던 기억이 새삼스레 나네요.

그럼 오늘 이 시간에는 전 시간에 이어 ‘하이마트’라는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여기 남한의 텔레비전과 방송에서는 전자제품을 구매 하려면 '하이마트로 가요'라는 재미있는 광고가 나옵니다. 저는 지금도 ‘하이마트’를 소개하는 광고를 볼 때마다 이곳 남한에 온 지 얼마 안 돼 처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이마트에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이마트 매장에 진열돼 있는 멋있고 화려한 각종 전자제품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감탄했던 기억 말입니다. 저는 북한에서 중국으로 처음 갔을 때도 연길 서시장을 보고 크게 감탄해 사람들을 웃긴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대성공사와 하나원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하이마트 광고를 보면서도 설마 했었답니다. 그런데 직접 찾아가 이름도 모르는 멋있고 화려한 갖가지 전자제품들을 눈으로 보는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전자제품들이었습니다.

웬만한 방만큼이나 큰 냉동기가 있는가 하면 김치냉장고와 한쪽 벽면을 다 차지하는 벽걸이용 텔레비전도 있고 , 전기 밥가마며 청소기, 전자레인지 어쨌든 전기제품들이 큰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다양한 종류가 진열돼 있었습니다.

저는 이곳 남한이야말로 우리 여성들을 가정과 부엌의 무거운 부담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고 소리높이 큰소리로 자랑할 수 있을 듯했습니다. 그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성들이 이곳 남한 여성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키가 늘씬한 안내원, 총각들의 인사를 받으며 들어섰는데 그들은 이렇게 추운 날씨인데도 모두 여름 옷차림이었고 마트 안도 여름처럼 따스하였습니다. 다리 아프게 아무리 돌고 돌아도 피곤하지 않았고 자꾸 보면 볼수록 감탄부호와 호기심이 생겼고 욕심스럽게 이것도 만져보고 저것도 만져보았습니다. 또 판매원에게 이것은 무엇에 쓰는 것이며 저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쓰는가고 시끄러울 정도로 묻고 또 물었는데 하나하나 알아듣기 쉽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여러가지 모양으로 된 컴퓨터도 얼마나 많은지. 저는 냉동기와 텔레비전. 그리고 컴퓨터와 전자레인지 록화기 세탁기와 스팀청소기를 샀습니다. 더욱 놀란 것은 저는 이 많은 물건을 어떻게 집에까지 운반해 갈까 하고 걱정을 하고 있는데 판매원은 저의 집주소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왜 저의 집주소를 물어 보는가”고 아직 익숙되지 않은 자본주의 남조선이라 경계의 눈빛으로 되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판매원은 내가 구입한 상품들을 집에까지 실어다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너무 고마워 코마루가 찡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는데 물건이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든 물건 하나하나 집에 들여다가 위치를 선정해 설치해주는 분들이 너무 고마워 음료수와 커피를 대접했습니다.

냉동기와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만지고 또 만져보며 지난 고향에서의 추억을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여성들이 나라의 꽃이라 가정의 행복이라고 불러 주면서 여성들을 가정의 무거운 부담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고 동마다 밥 공장도 건설하고 김치 공장도 건설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열악한 북한 사회에서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밥 공장은 언제 한번 가봤는지 기억조차 없이 사라졌고 김치공장에서 나오는 김치는 누가 먹는지 구경조차 못 해봤습니다.

부족한 가정 살림살이일수록 가정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이 냉동기이지만 냉동기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것이 바로 내 고향 북한입니다. 30도의 따가운 삼복더위에 밥이 쉴까봐 바가지에 밥을 담아 수도물을 갈아대면서 띄워놓고 먹던 추억이 있습니다. 또 봄이면 손으로 큰 이불 빨래를 하느라 무척 힘들었던 시절도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봄과 여름에는 산과 들판을 헤매며 풀을 뜯으러 다녀야 하고 여름이면 가을과 겨울용 땔감을 구하느라 산과 들을 헤매고 다녀야 하는 것이 북한여성들의 생활이랍니다.

저는 오늘과 같은 행복 속에서 고향사람들을 그리며 잠 못 이룰 때가 많습니다. 여기 남한은 하이마트뿐만이 아닙니다. 가는 곳마다 대형 백화점과 시장, 마트가 있으며 그곳에는 없는 상품이 없습니다.

요즘에는 집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사고 싶은 제품을 주문하면 집까지 배달하여 준답니다. 또 이렇게 상품이 많으니 판매원들은 손님을 왕으로 모시며 100번 물으면 100번 다 웃으며 상냥하게 답변해주고 있습니다.

평양에도 1백화점 2백화점 평양백화점, 아동 백화점, 평양 백화점, 동평양 백화점, 광복 백화점, 대성직매점 등 큰 백화점과 상점들이 많지만 상품은 없고 백화점을 지키기 위해 서있는 판매원들뿐입니다. 그나마 상업부문에 있으면 가정생활에 보탬이 되므로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 직업을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밥은 쌀만 씻어 넣으면 전기 밥 가마가 해주지,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지, 집 청소는 스팀 청소기가 해주지, 수도꼭지처럼 언제든지 콕스만 틀면 가스콘로를 사용할 수 있지 찬 음식은 언제든지 전자레인지로 데워먹을 수 있지…저의 생활에 대해 행복과 만족함을 자랑하자면 끝이 없으며 표현력이 없어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때로는 안타깝습니다. 북한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할 수만 있다면 나의 보람차고 행복한 생활에 대해 매일매일 자랑하고 싶습니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북한의 우리 여성들도 전기 밥 가마에 밥을 지어 먹을 수 있고, 세탁기로 빨래를 하고, 청소기로 청소를 하게 될 그날이 왔으면 합니다. 그럼 오늘 이 시간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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