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프 콘래드의 암흑의 오지(Heart of Darkness)②

빛은 환상이라도 필요하다
#3
유럽 문명의 老衰(노쇠)와 타락


암흑의 아프리카에 대비되는 유럽의 문명도 위선과 탐욕과 거짓과 오만과 편견으로 빛이 바래져 있다. 평등과 자유와 인권과 法治(법치)를 지도이념으로 하는 유럽의 문명은 아프리카에서는 탐욕스러운 제국주의로 타락하여 문명의 빛을 상실하게 된다.

말로우가 고용주와 계약을 맺기 위해 찾아가는 회사가 위치해 있는 도시는 그에게 ‘회칠한 무덤(whited sepulchres)’을 연상시킨다. 그 도시는 생명력이 枯渴(고갈)되어 버린 문명이 남겨 놓은 자동기계처럼 무심하고 인간성이 말라버린 죽음의 도시인 것이다:

“…나는 회사사무실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도시에서 제일 큰 건물이었고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그 건물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해외帝國(제국)을 경영하면서 동전 한 푼이라도 더 이익을 남기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운명을 뜨개질하는 두 女神

“깊은 그늘에 가려져 있는 人跡(인적)이 없는 비좁은 거리, 높은 집들, 셀 수도 없이 많은 판자로 된 발(venetian blinds), 돌 틈에 돋아나 있는 잡초들, 위압적인 마차전용 아취길, 조금 열려있는 거대한 이중 출입문, 나는 이런 것들 사이로 나있는 벌어진 틈을 미끄러지듯이 통과하여 비로 쓸어 놓은 장식이 안 된 사막처럼 건조한 계단을 올라가 첫 번째 문을 열었습니다. 두 명의 부인이(고용주) 검은 양모로 뜨개질을 하고 있었고 그중 한 명은 뚱뚱하고 한 명은 야위었습니다.

…약 45분 후에 나는 다시 응접실에 있었고 인정이 있어 보이는 비서가 쓸쓸하고 동정심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지으면서 어떤 서류에 서명하라고 하였다. 서류 내용 중에는 회사의 비밀을 누설하지 말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나는 불안을 조금 느꼈습니다. 나는 그런 의식에 익숙해 있지 않았고 그 곳에는 뭔가 불길한 것이 있었습니다. 내가 마치 어떤 음모에-잘은 모르겠지만-매우 옳지 않은 일에 가담한 것 같았습니다. 바깥쪽 방에서 그 두 여인들은 여전히 맹렬하게 뜨개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도착하고 있었고 그 젊은이는 그들을 두 부인에게 소개시키느라 왔다갔다하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부인은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부인의 천으로 된 슬리퍼는 발따시개 위에 있었고 고양이 한 마리가 부인의 무릎 위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부인은 머리에 풀을 먹인 흰 어패어(affair)를 쓰고 있었고 한쪽 볼에는 사마귀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은테 안경이 부인의 코끝에 걸려 있었습니다. 부인은 안경위로 나를 힐끗 쳐다보았습니다. 그 빠르고도 무심하며 침착한 눈길에 나는 불안하였습니다.

바보스럽고 쾌활한 얼굴을 가진 두 명의 젊은이들이 안내를 받고 들어 왔고 부인은 지혜로운 사람처럼 그들을 여전히 무심하고도 재빠르게 쳐다보았습니다. 부인은 젊은이들과 나에 관한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섬뜩하고도 오싹하는 느낌이 나를 덮쳐 왔습니다. 부인은 불가사의한 운명의 여신 같았습니다.

나는 멀리 아프리카에서 한 명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고 또 한 명은 무관심한 눈길로 바보스럽고 쾌활한 얼굴들을 찬찬히 살피면서 그리고 검은 양털로 棺(관)의 덮개를 짜면서 地獄(지옥)의 문(the door of Darkness)을 지키고 있는 이 두 부인을 생각하였습니다.
“부인이 찬찬히 살펴본 사람들 중에서 적지 않은-반도 안 되는-사람들이 부인을 다시 보지 못했습니다.”

말로우의 고용주인 부인들은 유럽문명을 상징한다. 그것은 무심하고 경직되고 기계적이고 맹목적이며 자동화되어 비인간화된 문명이다. 우리들은 부인들의 이름을 알 수 없다. 개성을 함몰시키는 문명에서는 개인의 이름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暗黑의 奧地'에서는 컬츠와 말로우를 제외하고는 인물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총지배인, 벽돌담당자, 키잡이, 약혼녀 등 보통명사의 이름만 있을 뿐이다. 기계처럼 무심한 고용주인 부인들은 말로우에게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그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들에게는 말로우가 하나의 기계이거나 도구이지 대화의 대상이 되는 인간은 아닌 것이다. 그들의 동작은 타인과 연결이 되어 있지 않다. 연결하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

뜨개질하는 부인은 인간의 운명을 짜는 운명의 여신을 연상시키지만 부인 자신이 하나의 운명으로서 자신 및 타인에게 비인간화된 生中死(생중사, life in death)의 삶을 강요한다. 살아있지만 생명력을 상실한 屍身(시신)과 같은 부인은 회사의 직원들도 생중사의 존재로 만들 것이라는 것을 前兆(전조)하는 象徵(상징)이다.

그리고 얼굴에 점이 있고 평평한 베로 만든 슬리퍼를 신고 있는 나이 많은 부인은 搖之不動(요지부동)의 자신감을 가진 ‘육체와 정신적 畸形(기형)'의 상징이다. 畸形이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으면 개선을 위한 변화는 불가능해진다. 말로우는 이러한 기형이 된 문명의 압도적인 重力場(중력장)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4
빛은 환상이라도 필요하다


소설은 끝에 가서도 빛은 啓蒙(계몽)의 힘을 상실하고 여전히 生中死의 상태에 있다. 말로우가 유럽으로 귀환하여 컬츠의 약혼녀(the Intended)에게 컬츠의 죽음을 전하는 장면에서 나타나는 빛의 이미지는 냉랭하고 인공적이어서 생기가 없다.

약혼녀의 대리석 벽난로는 ‘차갑고 기념비 같은 백색’으로 빛나고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칼’과 ‘아름다운 얼굴’은 ‘잿빛의 圓光(원광)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보인다. '저녁이 짙어지고 있었다', '실내는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암흑이 더 깊어졌다', '검은 상복 입은 그녀' 등 약혼녀는 빛을 몰아내는 암흑의 이미지로 둘러싸여 있다. 그녀는 어두움으로 압도당하고 있으면서도 ‘크리스탈로 된 절벽만큼 투명하게 순수한’ 영혼을 컬츠에 대한 추억에 바친다.

그러나 그 영혼의 바람은 환상이며 虛妄(허망)한 것이다. 말로우에게는 그녀의 ‘위대한 구원의 환상’은 지상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천상의 光輝(광휘)’로 빛난다. 비록 약혼녀는 ‘(컬츠에 대한) 꺼지지 않는 사랑과 믿음’으로 조명을 받고 있지만 “언급되는 모든 단어와 함께 방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문명의 빛은 생명력을 상실하고 不自然(부자연)과 위선과 기만과 近親(근친)관계를 가진다. 문명이 타락하여 빛을 상실한 것이다.

그래서 문명은 광명보다는 암흑의 속성을 가지게 된다. 약혼녀의 순수한 이상주의도 燐光(인광)처럼 차갑고 창백하며 현실과는 너무나 遊離(유리)되어 있어 암흑의 오지까지 다다를 수가 없다. 그녀는 현실로부터 차단되어 세상에게는 죽은 존재이며 정상적인 활동이 없는 幽閉(유폐)된 인간이다. 그녀의 무지와 확신은 말로우와의 대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 그러나 나는 세상의 누구보다도 -그이의 어머니보다도-그이 자신보다도- 그를 더 믿었어요. 그이는 나를 필요로 했어요. 나를! 나는 그이의 모든 한숨, 모든 말, 모든 몸짓, 모든 눈길을 소중하게 간직해왔어요.”
나는 가슴이 서늘해 왔습니다. “그만 하십시오.” 나는 숨죽인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나는-나는-너무 오랫동안 침묵 속에서 한탄해 왔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그(컬츠)의 최후를 지켜보았지요? 나는 그의 고독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 누구도 내 만큼 그를 잘 이해하지는 못 할 것입니다. 아무도 나만큼 (그의 말에) 그의 말을 잘 들을 수도…”

“저는 그와 최후까지 같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의 최후의 말을 들었습니다…” 나는 겁에 질려서 말을 중단하였습니다.
“그 말을 다시 해 주세요.” 그녀는 상심한 어조로 중얼거렸습니다. “나는 원해요. 나는 원해요. 뭔가를… 뭔가를… 믿고… 믿고 살 뭔가를 원합니다.”

나는 “그 말은 하지 마세요” 라고 고함을 지를 지경이었습니다. 짙어 오는 어두움이 사방에서 낮게 속삭이는 소리로 집요하게 그 최후의 말들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막 불기 시작하는 바람의 첫 속삭임처럼 점점 위협적으로 거세지는 그런 속삭임으로 컬츠의 최후의 말 “너무나 무서운 공포! 너무나 무서운 공포!”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의지하고 살 그이의 최후의 말을 해주세요. 당신은 제가 그를 사랑하고… 사랑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세요?” 그녀는 재촉하였습니다.
나는 용기를 내어서 천천히 말했습니다. “컬츠가 소리 낸 최후의 말은-당신의 이름이었습니다.”

나는 가벼운 한숨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환희와 공포로 가득한 소리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승리감과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 같은 소리로 “그럴 줄 알았어요. 나는 확신했어요” 라고 말하였습니다. 나는 내 심장이 멈추고 쓰러져 죽는 것 같았습니다.

암흑이 약혼녀를 압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말로우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짓말뿐이다. 그녀를 비추고 있는 사랑과 믿음의 불빛이 비록 환상일지라도 꺼지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문명의 필수 조건은 빛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영혼에 내재하는 빛은 위대한 ‘구원의 환상’이며 비록 그것이 환상일 뿐이지만 그 빛은 영원히 살아남도록 해야 한다.

환상의 빛은 地上(지상)에서는 실현불가능한 ‘천상의 光輝(광휘)’이고 인간은 환상 없이는 문명의 持續(지속)이나 發展(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인간이 ‘빛의 透過(투과)가 불가능한 암흑의 오지’에 있을지라도, 그리고 ‘죽은 河馬(하마)’의 썩은 냄새를 맡을 지라도 인류는 天上(천상)의 광휘를 바라보며 몸부림을 쳐야한다. 환상 없이는 살 수 없고 환상 없는 미래도 없다.

약혼녀가 컬츠에게 기대하고 있는 사랑과 믿음과 소망은 인류문명이 지향하는 가치이며 비록 그 가치의 완벽한 실현성이 稀薄(희박)하더라도 그리고 그 가치를 추구하는 者(자)가 컬츠처럼 암흑의 오지로 추락하더라도 그녀는 환상을 포기할 수는 없다. 환상은 그녀의 삶의 支柱(지주)이기 때문이다. 믿음과 사랑의 빛 속에 있는 약혼녀는 인류가 추구하는 문명의 영혼이다. 그래서 말로우는 그녀의 환상을 깨뜨릴 수 없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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