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사랑은 법과 원칙을 전제로 한다

살롯 브론티의 ‘제인 에어’ ⑤
# 9
진실한 사랑은 법과 원칙을 전제로 한다


제인과 로체스가 쏜필드 교회에서 혼인서약을 할 때 메이슨이 변호사와 함께 나타나서 버서의 존재를 폭로하고 결혼은 불법이라고 선언한다. 로체스터는 “운명이 나를 패배시켰습니다… 나는 이 순간 악마보다 나을게 없습니다…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지옥의 꺼지지 않는 불 속에 던지는 형벌도… 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라며 결혼을 포기한다.

그는 아내가 3대에 이어서 정신병자와 백치가 나온 집안 출신이고 아내의 어머니도 광인이고 알콜중독자라고 설명하고 “내가 어떠한 여자와 속아서 결혼했는지, 그리고 내가 결혼계약을 파기할 권리가 있는지 없는지, 또 최소한의 인간적인 동정을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라면서 버서가 감금되어 있는 방으로 사람들을 안내한다:

<…방의 한 쪽 구석 컴컴하게 어두운 그늘 속에서 하나의 형체가 앞뒤로 날뛰고 있었다. 첫 눈에는 그것이 짐승인지 사람인지 구별이 안 되었다. 그것은 양손 양발로 방바닥을 기어다니고 괴상한 야생동물처럼 달려들고 으르렁거렸다. 그것은 옷으로 덮여 있었고 말갈기처럼 거칠고 짙은 회색머리칼이 얼굴과 머리를 숨기고 있었다.>

제인은 慘憺(참담)한 좌절을 느낀다. 고아 제인에게 결혼은 재생과 인간 연대와 자아성취의 상징이기 때문에 파혼은 상실과 절망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여름에 화려하게 피어나다가 서리를 맞고 시드는 꽃처럼 제인의 희망은 모두 죽게 되었다. 그녀는 다시금 모든 것을 상실한 외로운 소녀가 되었다.

“로체스터가 그녀의 가슴에 심어 준 사랑은 차가운 요람 속의 고통 받는 아기처럼 추위에 떨고 있었다… 그 아기는 로체스터의 따스한 열기를 받을 수 없었고 그에게로 갈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믿음이 시들었고 신뢰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제인은 깊은 고뇌에 빠진다. “쏜필드를 떠나라”라는 것이 그녀 양심의 명령이었지만 그 명령은 도저히 堪耐(감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에드워드 로체스터의 신부가 아니라는 것은 내 고뇌의 극히 작은 부분입니다. 내가 영광스러운 꿈에서 깨어나고 그 꿈이 모두 공허하고 허망한 것이라는 것은 내가 견딜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는 두려움입니다. 그러나 내가 그이를 당장 완전히 결정적으로 떠나야 한다는 것은 견딜 수 없습니다. 나는 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로체스터는 제인에게 그녀와의 이별은 ‘행복의 상실’이라며 제인의 용서를 구함으로써 제인의 심금을 더 울린다. 그는 제인의 사랑과 동정심과 脆弱性(취약성)과 憐憫(연민)의 情(정)에 호소한다. 제인은 마음속으로는 로체스처를 용서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이러한 마음 상태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며 떠날 결심을 굳힌다:

<…외롭고 친구가 없고 자신을 지탱할 수 없을수록 나는 내 자신을 존중하겠습니다. 나는 하나님이 내리시고 인류가 신성하게 모시는 법을 따르겠습니다. 제가 지금처럼 미치지 않고 정신이 맑을 때 내가 받아들였던 원칙을 고수하겠습니다. 법과 원칙은 유혹이 없을 때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만약 내 개인적인 편의를 위해서 법과 원칙을 깨뜨린다면 그것들이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나는 항상 이것을 믿어왔습니다. 제가 이것을 믿을 수 없다면 지금 저의 피가 불이 붙을 것처럼 빨리 달리고 저의 심장이 맥박의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빨리 뛰어서 제가 제 정신이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전부터 제가 옳다고 생각한 견해와 결심- 지금 이 순간 저는 이것들을 지지합니다. 이것들 위에 저는 서 있습니다.>

제인이 버서의 존재를 알면서도 사랑의 열정에 굴복하여 쏜필드에 남아 있으면 그녀가 추구하는 자주성의 바탕이 되는 법과 원칙을 破棄(파기)하는 것이다. 열정의 파도에 휩쓸려 이성의 소리를 무시하면 버서처럼 로체스터의 감옥에 갇히게 되거나 그와 평등한 위치에서 살아가는 기회를 영원히 상실하게 될 것이다.


# 10
종교적 이상주의의 마력에 저항하다


제인은 로체스터에게 酷甚(혹심)한 고통을 주더라도, 그리고 그를 여전히 사랑할지라도 자신의 원칙을 지키고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서 쏜필드를 떠나는 것이다. 그녀는 미래도 없이, 계획도 없이 ‘가난하고 미미하며 평범하고 작은’ 여인의 모습으로 세상 속으로 나아간다.

제인은 쏜필드를 떠나오면서 지갑을 역마차에 두고 내리는 바람에 가지고 있던 몇 푼의 돈 마저 잃어버리고 ‘완전한 무일푼’이 된다. 사람들은 돈 없는 그녀에게 빵과 숙소 제공을 거절한다. 제인은 며칠 동안이나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상태에서 히쓰 황야를 헤매게 된다. 사회는 정열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당당하게 살려는 제인을 히쓰 황야로 추방하는 것이다.

황야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굶주리던 제인은 죽음 직전 Diana(다이아나)와 Mary(매리) 자매에 의해서 구출된다. 그들은 詩(시)를 좋아하고 독일어를 독학하고 있는 知的(지적)인 처녀들로서 성직자인 오빠 St. John Rivers(세인트 존 리버스)와 함께 Marsh End(마쉬 엔드)라고 불리는 목사관에 살고 있다.

제인은 이들의 친절한 보살핌으로 병에서 회복된다. 제인과 리버스 형제들과는 친척 관계가 된다는 것도 밝혀진다. 그녀는 두 자매와 친해진다. 제인은 헬런 번즈가 죽은 이후 처음으로 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공감대를 이루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제인은 세인트 존의 주선으로 마을학교를 책임지고 가르치는 교사가 된다.

세인트 존은 선교사로서 인도에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高邁(고매)하지만 ‘딱딱하고 차가운’ 목사이다. 그에게는 인간적인 명예와 부와 사랑은 모두 神意(신의)의 具現(구현)에 장애가 되는 것으로 배척의 대상이다. 그의 인간적인 욕망은 선하고 정의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갈망으로 昇華(승화)되어 나타난다. 그의 삶의 목적은 神(신)을 위해서 살다가 죽는 것이다.

그에게는 사람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그의 카리스마는 神의 대리인으로서의 카리스마이기 때문에 거부하기 힘든 권위를 가지게 된다. 그는 점차로 제인에게 영향력을 가지게 되고 제인은 이로 인해 ‘마음의 자유’를 빼앗긴다.

‘권위에 屈從(굴종)하는 즐거움을 느끼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며 제인도 예외는 아니다. 그녀는 세인트 존이 옆에 있을 때는 마음 놓고 말하거나 웃지도 못하고 그가 싫어하는 것 같아서 쾌활한 모습을 보이지도 못한다. 그녀는 “그에게는 단지 심각한 분위기와 진지한 일만이 용인되고 그 밖의 다른 어떠한 일도 허영으로 간주된다”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그녀는 “사람을 얼어붙게 하는 마법”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제인은 세인트 존이 추구하는 종교적 이상의 無謀(무모)함을 간파하게 된다:

<…그러나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내 본성의 반을 포기해야 하고, 내 능력의 반을 질식시켜야 할 것이고 타고난 성미를 죽여야 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는 내가 도달할 수 없는 높은 곳으로 올려놓기 위해 나를 훈련시키려고 한다. 그가 세운 수준에 오르기를 갈망하는 것은 내 팔다리를 찢는 것이다..

세인트 존은 제인에게 청혼한다. 그는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영혼 구원이라는 大義(대의)의 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 그녀에게 구혼하는 것이다. 그의 大義는 ‘엄격하고 금욕적이고 克己(극기)하고 자존심이 강한’ 실천적인 종교를 의미한다.

세인트 존이 제인에게 제안하는 것은 정신적인 것을 至高(지고)의 가치로 간주하는 여자에게는 저항하기 힘든 유혹이 될 수도 있다. 세인트 존은 그런 여인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봉사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켜 주고 자기 희생에 대한 여성적 충동에 아름다운 논리를 제공할 것이다.

문제는 세인트 존이 제인에게 친구 또는 자매로서가 아닌 아내로서 선교에 참여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결혼은 유능한 배우자를 선교사업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제인은 이러한 결혼을 용인할 수 없다:

<牧師補(목사보)로서, 동지로서 인도에 간다면 괜찮을 거야. 그런 직책으로는 그와 함께 大洋(대양)도 건너가고 동양의 태양 아래에서, 아시아의 사막에서라도 勞苦(노고)를 아끼지 않겠어… 그의 용기와 그의 헌신을 존경하고 본받겠어… 그의 억제할 수 없는 야망에 스스럼없이 미소 지을 수 있을 것이고…

기독교 信者(신자)와 인간을 구별하고 신자를 높이 평가하고 인간을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아내로서는- 항상 그의 옆에 있으면서 항상 자제해야 하고 항상 억압받으면서- 나의 자연의 불길을 지속적으로 낮추도록 강요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것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제인은 또한 타인을 위해서 희생하고 세상을 구하려는 순수하고 선한 사람들이 초래하기 쉬운 위험도 의식하게 된다:

<그는 선하고 위대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큰 뜻(large views)을 추구하면서도 평범한 사람들(little people)의 감정과 의사를 무자비하게 무시합니다. 그러므로 보잘것없는 사람들은 그가 가는 길에서 비켜서 주는 것이 좋아요. 그가 나아가면서 그들을 짓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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