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하늘을 향하는 낸시의 흰 손수건
일요일 밤, 로즈 아가씨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가온다. 그러나 사이크스가 낸시를 나가지 못하게 한다. 사이크스는 평소와 달리 낸시가 자신의 명령에 쉽게 굴하지 않고 계속 나가게 해달라고 애원하자 폭력을 써서 그녀를 감금시켜버린다. 마침 사이크스를 만나러 와 있던 페이긴이 이것을 지켜보고 낸시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것으로 생각한다. 페이긴은 낸시를 감시하기로 작정한다.
다음 일요일 밤 약속시간에 낸시는 런던 다리에서 한 老紳士(노신사: 브라운로우 씨)와 로즈 아가씨를 만난다. 낸시는 만크스의 人相着衣(인상착의)와 그가 자주 출입하는 장소를 말해준다. 대화 도중에 낸시가 “만크스의 목에…”라고 말하자 노신사는 “火傷(화상)으로 보이는 넓고 붉은 점(broad red mark)”이라고 고함을 지른다. 놀라는 낸시에게 노신사는 세상에는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며 안정시킨다.
노신사는 모든 비용을 자신이 부담할 테니 낸시에게 범죄 소굴에서 젊음을 낭비하지 말고 페이긴 일당이나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외국으로 갈 것을 권유한다. 낸시는 지금 도둑들과의 생활을 憎惡(증오)하지만 그들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낸시는 로즈 아가씨가 울면서 부탁해도 듣지 않는다.
그녀는 로즈 아가씨가 주는 돈도 받지 않는다. 낸시는 자기도 비록 잠깐 동안이지만 로즈 아가씨의 善(선)한 세계에 속했었다는 징표로서 로즈 아가씨의 장갑이나 손수건을 달라고 말한다. 낸시는 로즈 아가씨의 손수건을 받아들고 어두움 속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그녀는 이 모든 대화를 노아 클레이폴이 몰래 듣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낸시는 사이크스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된다. 그녀는 로즈 아가씨로부터 받은 흰 손수건을 하늘을 향해 들고 창조주에게 자비를 기원하면서 죽는다. 사이크스는 런던 밖으로 도망가서 피해 다니다 다시 런던으로 돌아온다. 그는 경찰과 성난 군중의 추격을 받다가 지붕 위에서 자신이 던진 구명밧줄에 목이 걸려 죽는다.
브라운로우 씨는 만크스를 강제로 데리고 와서 심문한다. 브라운로우 씨는 맹렬하게 항의하는 만크스에게 그의 本名(본명)을 폭로하고 악행을 자백하든지 법의 심판을 받든지 兩者擇一(양자택일)하라고 말한다. 만크스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이 의자에 앉는다.
밝혀지는 올리버의 출신성분과 만크스의 정체
브라운로우 씨는 만크스의 아버지와 절친한 친구였고 친구의 여동생을 사랑했지만 그 여동생이 죽는다. 그 후 브라운로우 씨는 독신으로 살아오고 있다. 그는 만크스에게 그의 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에 대해 말해준다: 부친의 명령에 따라 만크스의 아버지 Edward Leeford(에드워드 리포드)는 애정 없이 10년 연상의 만크스의 생모와 결혼한다.
바람기 많고 탐욕스러운 만크스의 생모는 남편과 별거하면서 방종한 생활을 한다. 실의에 빠진 에드워드는 영국시골을 방랑하다가 Flemming(프레밍)이라는 가난한 퇴역해군장교와 친하게 되고 그 장교의 딸 Agnes(이그니스)와 사랑에 빠진다.
그 후 친척으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에드워드는 건강이 악화되어 요양을 위해 로마로 갔다가 그 곳에서 病死(병사)한다. 만크스의 생모는 남편의 유언과 브라운로우 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파기해버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도 죽는다. 그 동안 非行(비행)을 일삼아 온 만크스는 耳目(이목)을 피해 서인도제도로 피신한다.
만크스의 아버지 리포드는 로마로 출발하기 전에 브라운로우 씨를 찾아가 자신이 직접 그린 젊은 여인의 초상화를 맡기고 갔었다. 그 초상화의 여인이 올리버의 생모(生母)라고 확신하게 된 브라운로우 씨는 올리버의 출생비밀을 알고 있을 만크스를 찾아 서인도제도로 갔다가 다시 런던으로 돌아와서 만크스를 찾던 중이었다.
낸시를 통해 만크스의 정체와 범죄행각을 알게 된다. 꼼짝 못하게 된 만크스는 사실을 밝히겠다는 계약서를 쓴다. 브라운로우 씨는 그 대신 만크스를 경찰에 고발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브라운로우 씨는 올리버가 태어난 구빈원에서 매이라이 부인과 로즈아가씨, 로스베른 선생님, 그림윅 씨 등을 증인으로 삼아 만크스에게 올리버를 이복동생으로 확인시키고 만크스로 하여금 편지와 유언 내용을 진술하게 한다. 편지는 에드워드와 이그니스의 슬픈 사랑의 전말과, 친구인 브라운로우에게 이그니스를 보살펴 줄 것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유언에는 재산의 반은 이그니스에게, 나머지 절반은 태어나는 아기에게 주되 아기가 女兒(여아)이면 재산을 아무런 조건 없이 모두 물려주고 男兒(남아)이면 그가 미성년자일 때 公共(공공)에 해가 되는 비행을 범하지 않는 조건으로 유산을 받게 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에드워드는 이그니스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고 아이가 그녀의 고귀한 품성을 반드시 이어 받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이런 유언을 남긴 것이다.
브라운로우 씨는 만크스로 하여금 불행한 이그니스에게는 어느 부유한 부인에게 입양된 여동생이 있었으며, 그 여동생이 바로 로즈 아가씨라는 것도 밝히게 한다. 로즈 아가씨는 올리버의 이모가 되는 것이다.
페이긴은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가 사형되기 전날 밤 브라운로우 씨는 올리버와 함께 그를 방문한다. 만크스가 페이긴에게 맡긴 올리버에 관한 서류의 소재를 알기 위해서였다. 올리버는 페이긴을 보자 “하나님, 이 불쌍한 사람을 용서해 주십시오”라며 눈물을 흘린다.
3개월이 흘러간다. 로즈 아가씨와 해리는 결혼한다. 올리버는 물려받은 재산의 일부를 만크스에게 讓與(양여)한다. 만크스는 신대륙으로 건너간 후 방탕한 생활 끝에 감옥에서 病死(병사)한다. 브라운로우 씨는 올리버를 양자로 입양한다. 빔벌과 그 부인(코니)은 罷職(파직)되어 극빈자로 전락하고 나중에는 구빈원에 수용된다.
# 6
‘올리버 트위스터’의 시대적 배경
‘올리버 트위스트’는 1834년에 제정된 貧民法(빈민법, the Poor Law Act)의 害惡(해악)을 폭로하고 런던의 도둑들에 대한 實相(실상)을 전달하는 이중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올리버 트위스트’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830년대의 런던은 빈민과 도둑들이 넘쳐나는 도시였다. 해외로부터의 값싼 농산물의 대량수입으로 농업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농촌은 피폐해졌다. 이로 인해 농업인구는 도시로 유입됐고 그들 중 대다수가 빈민으로 전락하거나 일부는 도둑이 되었다.
산업혁명의 결과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도시빈민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원인이 되었다. 도시의 대다수 빈민들은 失業(실업)과 살인적인 低賃(저임)으로 인해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인구폭발로 인한 실업자와 빈민의 증가는 사회불안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영국의 지배층과 정부는 빈민들을 ‘剩餘(잉여)인간’(surplus population)으로 간주하고 이들을 경계와 제거의 대상으로 보게 되었다. 빈민들이 당하는 불평등과 비참한 생활은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神(신)의 섭리이며, 빈민을 구제하는 것은 사회적 경제적 도덕적 진보를 방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사회적 通念(통념)이 되고 있었다. 가난은 동정이 아닌 형벌로서 다스려야 될 악덕이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국가는 빈민들을 형벌을 가하듯 너무나 가혹하게 취급하였다. 따라서 영국의 빈민들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자선기관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있었다.
가난과 범죄는 동일시되었고 구빈원 같은 국가 자선기관은 감옥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細窮民(세궁민: pauper)과 범죄자는 모두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로 감옥의 그늘 속에서 살아야만 하였다. 빈민들은 범법자와 마찬가지로 교수형과 拘禁(구금)의 공포 속에 살았다. 1834년에 제정된 빈민법은 빈민을 보호하는 것보다는 빈민을 억압하고 학대하는 법이 되었다.
빈민이 국가로부터 숙식을 제공받는 생활보호자가 되기 위해서는 구빈원에 들어가야만 했다. 구빈원은 생활보호자를 가족 단위가 아닌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을 분리해서 개별적으로 수용하였다. 게을러서 일하기 싫은 자들이 생활보호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에서 생활보호자의 급식비는 최하층 독립노동자보다 더 낮게 책정되었다. 구빈원에서는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했고 葬儀社(장의사)가 호황을 누렸다.
빈민법의 원칙은 “생활보호자는 너무 잘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디킨스는 빈민법을 빈민을 惡(악)의 所産(소산)으로 간주하고 빈민의 고통에 무심한 지배계층이 개발한 ‘냉혈적 이론’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냉혹한 빈민법에 대한 디킨스의 분노에서 나온 것이 ‘올리버 트위스트’라고 하겠다.
‘과잉인구’ 말살정책에 도전하는 인물 올리버
디킨스가 보기에 구빈원은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며 이러한 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정치인들(지배계층)은 ‘피는 얼음으로 되어있고 심장은 철로 되어 있는 고의적인 인간학살범’들이다. 모든 貧者(빈자)들은 구빈원에서 서서히 굶어죽든지 아니면 구빈원 밖에서 좀 더 빨리 굶어죽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올리버는 이러한 인종말살 정책에 도전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가 정부의 자선기관인 구빈원에서 태어난다는 자체가 빈민의 출생을 억제하는 정부정책의 逆說的(역설적)인 결과가 된다.
디킨스는 “그가 만약 자애로운 할머니, 걱정해주는 이모와 고모, 경험 많은 간호원, 깊은 지혜를 가진 의사들로 둘러싸여 있었더라면 그는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무자비한 인종말살적인 수용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죽지 않고 태어났다”라고 논평하고 있다.
올리버는 ‘아기농장’에서도 餓死(아사)하지 않고 9세의 생일을 맞이함으로써 인구증가 억압정책에 굴하지 않고 살아남는 ‘매우 강인한 정신’을 보여준다. 그는 마침내 ‘먹을 것을 더 달라고 요구함(asking more)’으로써 반항의 頂点(정점)에 이른다. 올리버의 이러한 요구는 貧民抹殺(빈민말살) 정책의 바탕을 통째로 흔드는 것처럼 보인다.
구빈원장은 교구관리에게 비명을 지르고 교구관리는 흥분해서 운영위원회로 달려간다. “모든 운영위원의 얼굴은 공포에 질린 모습을 띤다.” 운영위원들은 올리버는 교수형으로 죽게 될 것이라는 흰 조끼 입은 신사의 예언이 실현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으니 그를 빨리 제거해야 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운영위원회(the board)는 험한 항구로 향하는 작은 무역선에 올리버를 태워 보내는 것에 합의하였다. 이는 올리버를 제거하는 최선의 방책으로 간주되었다. 무역선 선장이 저녁밥 후에 심심풀이로 올리버를 두들겨 패 죽이거나 아니면 쇠막대기로 그의 골을 부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심풀이는 뱃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가활동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많은 논란 끝에 운영위원회는 교구장 의사에게 돈을 주어서 데려가게 한다.>
(계속)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 ③
- 朴承用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08-09-11, 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