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리대왕'(LORD OF THE FLIES, 1990)의 한 장면
공포의 괴물은 인간의 마음 속에 있다
랄프는 회의를 소집하고 구조받기 위해서는 불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샘과 에릭과 빌은 사냥이 재미있을 것이며 고기가 먹고 싶다고 말한다. 피기도 고기를 들먹인다. 꼬마들은 침을 흘린다.
사이먼은 돼지머리 앞에서 독백을 늘어놓는다.
“너는 단지 어리석은 아이일 뿐이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아이들에게 돌아가라. 괴물(beast)을 죽이고 사냥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웃기는 일이야… 난 너의 한 부분이야. 매우 가까운 부분이지! 내가 바로 이 모든 일이 엉망이 되게 만든 이유이다. 세상일이 왜 이렇지? …우리는 이 섬에서 재미있게 놀려고 한다! 그러니 허튼 짓 하지 말아라.”
사이먼은 돼지머리의 거대한 입안을 보게 된다. 그 안에는 깊이를 모를 암흑이 있었다. 그는 그 입 안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광풍이 불고 하늘을 덮은 구름이 햇빛을 가리는 바람에 바다와 나무들이 잿빛으로 보인다. 붉은 바위도 희색이다.
만물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파리들만 그들의 대왕(돼지머리)에 새카맣게 붙어 있다. 파리로 완전히 뒤덮인 돼지창자는 검게 반짝이는 석탄덩어리 같았다. 파리들은 사이먼의 코에서 흐른 피는 내버려두고 돼지에만 달라붙는다.
사이먼이 깨어난다. 그는 정글 숲에서 巖盤(암반)으로 된 공간으로 나온다. 하늘이 넓게 보인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사이먼은 앉은 자세로 낙하산에 걸려 바람에 흔들리는 屍身(시신)을 보게 된다. 사이먼은 놀라서 엎어진다. 그리고 앞으로 기어간다.
그는 하얀 코뼈와 이빨을 드러낸 부패한 시신이 낙하산 밧줄과 천에 묶여 있는 것을 본다. 바람에 밀려 시신은 몸을 바로 세웠다가 절을 하면서 악취를 내뿜는다. 사이먼은 위장이 텅 빌 때까지 계속 토해 낸다. 그는 바위에 얽힌 낙하산 밧줄을 풀어서 시신을 바람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사이먼은 멀리 아래 바닷가에 모여 있는 아이들을 본다. 그는 악취를 풍기는 시신을 바라본다. 그는 괴물은 무섭지만 해롭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아이들에게 이 소식을 빨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한다.
랄프와 피기는 물가에서 놀고 있다. 샘-에릭 쌍둥이와 빌도 잭에게 가버리고 없다. 랄프와 피기는 상황파악을 위해 잭의 무리가 있는 곳으로 간다. 그들은 돼지고기 잔치를 벌리고 있다. 랄프와 피기는 고기를 얻어먹는다.
잭은 창을 휘두르며 “모두들 원하는 만큼 많이 먹었나?”라고 두 번이나 물어 본다. 그에게는 힘과 권위가 넘쳐 보인다. 잭은 랄프와 피기의 존재를 무시하고 앉아 있는 아이들을 창끝으로 겨누며 “나는 너희들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 그리고 내 사냥꾼들이 너희들을 괴물로부터 보호해 줄 것이다. 나의 部族(부족)에 들어 올 사람은?”라며 자신의 권능과 위세를 과시한다.
랄프가 잭에게 대항한다. 그는 “내가 대장이다… 너희들이 나를 대장으로 선출하였다… 여기에도 이 섬 전체에도 콘크의 권위가 통한다. 콘크를 불어서 회의를 소집하겠다” 라며 아직도 자신이 합법적 추장이라고 주장하지만 아이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한다.
잭의 지시로 아이들은 원형을 이루고 찬트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사냥의 찬트 '괴물을 죽여라! 그놈의 목을 잘라라! 그놈의 피를 흘려라!'를 반복해서 부르며 광적인 흥분에 사로잡힌다.
이때 숲에서 사이먼이 걸어 나온다. 이를 보고 한 아이가 “괴물이다! 괴물!”라고 비명을 지른다. 아이들의 원형 隊列(대열)이 말굽대열로 바뀐다. 공포에 질린 아이들이 내는 비명은 견딜 수 없을 정도다. 광란하는 아이들은 사이먼을 돌로 치고 짓밟고 물어뜯고 찢어서 무참하게 살해한다.
하늘에서는 구름이 열리고 비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다. 산 위의 낙하산이 죽은 조종사를 싣고 바람을 타고 바다로 내려온다.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어두움 속으로 도망간다.
조종사 시신은 낙하산에 실려 珊瑚礁(산호초)를 지나 먼 바다 쪽으로 사라진다. 밤중에 비가 그친다. 바닷물이 불어난다. 바닷물을 타고 온 작은 바다 형광생물들이 사이먼의 머리칼을 은빛으로 빛나게 한다. 사이먼의 몸은 그 신비한 은빛 생물들에 둘러 싸여서 먼 바다로 떠나간다.
# 6
문명(콘크, 안경, 모닥불)을 위해 목숨을 거는 랄프와 피기
랄프와 피기는 사이먼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랄프가 사이먼이 살해되었다고 말하고 피기는 그것은 어두움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한다. 랄프는 두려움을 느끼며 고향을 그리워한다. 피기는 고집스럽게도 계속 사이먼의 죽음은 사고의 탓으로 돌린다.
랄프와 피기는 살인의 찬트에 가담하지 않고 보기만 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모닥불 피울 일을 걱정한다. 랄프의 진영에는 이제 피기와 샘-에릭과 몇 명의 꼬마만 남아 있기 때문에 불을 피울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다.
잭은 이제 절대적 권력자로 아이들 위에 군림하게 된다. 그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한 아이를 몇 시간이나 묶어 놓고 구타하게 한다. 그는 괴물은 變身(변신)을 하고 나타나기 때문에 경계를 철저히 할 것을 명령한다.
그는 괴물이 사이먼의 모습으로 변신을 하고 나타났었다고 암시함으로써 사이먼의 살해를 합리화한다. 잭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려는 아이도 있지만 겁에 질려 침묵한다. 밤에 잭은 로저와 모리스를 이끌고 랄프의 거처를 공격하여 피기의 안경을 탈취해 간다.
다음날 랄프는 모닥불의 싸늘한 잿더미를 입으로 불며 불을 피우려고 애를 쓴다. 불이 완전히 꺼진 상태라서 불이 살아나지 않는다. 피기는 콘크를 불어서 회의를 소집할 것을 요구한다. 랄프가 콘크를 분다. 꼬마 몇 명과 샘-에릭과 피기가 회의장에 모인다.
피기는 콘크를 들고 안경을 찾으러 가겠다고 말한다. 랄프와 샘-에릭도 피기와 함께 잭의 부족이 본부로 삼고 있는 Castle Rock[캐슬 록: 바위의 城(성)]으로 향해 간다. 그들이 城(성)이 있는 바위 절벽 아래와 연결되는 좁은 길목에 도달했을 때 성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로저의 얼굴이 나타난다. 랄프는 “내가 누군지 알지? 바보 같은 짓 그만 해!” 라고 고함을 지른다. 그리고 콘크를 분다. 야만족(사냥꾼)들이 나타나서 암벽 모서리에 선다. 그 중 일부는 창을 들고 길목을 막아선다. 이때 사냥하러 갔던 잭이 숲에서 나와 길목으로 온다.
랄프와 잭은 언쟁을 벌린다. 랄프는 잭을 안경을 훔쳐간 도둑이라고 부른다. 이 말에 격분한 잭은 창으로 랄프를 찌른다. 랄프와 잭은 급소는 피하면서 창으로 싸운다. 잭이 길목을 건너 자기편으로 들어가면서 창 싸움은 끝난다.
랄프는 그들에게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는 피기를 위해, 그보다도 구조에 필수적인 불을 피우기 위해 안경을 돌려 달라고 호소한다. 야만족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랄프를 비웃는다. 화가 난 랄프는 “이 멍청한 야만인들아. 내 말을 못 알아듣겠나? 나와 피기 샘-에릭 네 명만으로는 연기를 계속 피울 수 없다. 그런데 너희들은 사냥이나 하며 놀고 있으니…”라고 고함을 지른다.
야만족 아이들은 잭의 명령으로 샘-에릭을 잡아 묶는다. 랄프는 잭에게 “너는 괴물(짐승)이고 산돼지이고 악랄한 도둑놈이다!” 라며 분노를 터뜨린다. 랄프와 잭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다. 피기가 콘크를 들고 말한다.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너희들은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고 있다… 너희들처럼 얼굴에 색칠한 깜둥이가 되는 것과 랄프처럼 분별 있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낫나?”
야만족들이 함성을 지른다. 피기는 다시 고함을 지른다.
“규칙을 가지고 합의하는 것이 낫나, 아니면 사냥하고 죽이는 것이 낫나?”
야만족들이 창을 세우고 돌격할 자세를 취한다. 이때 절벽 위에서 로저가 지렛대를 사용하여 거대한 붉은 바위를 굴러 떨어뜨린다.
살해되는 피기와 쫓기는 랄프
바위는 피기를 친다. 콘크는 산산조각이 나서 사라지고 피기는 절벽 아래 바닷가 바위 위에 떨어져 즉사한다. 잭이 랄프를 향해 창을 던진다. 창이 랄프의 갈비뼈를 스치고 지나간다. 랄프는 정글 숲 속으로 도망간다.
랄프는 숲에서 파리대왕의 하얀 해골을 본다. 해골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랄프를 응시한다. 랄프는 해골을 주먹으로 친다. 밤이 된다. 어두움 속에 누워서 랄프는 자신이 버림받은 자(outcast)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城(성)쪽으로 접근해 간다. 샘-에릭이 보초를 서고 있는 것을 본다. 샘-에릭은 야만족들이 랄프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다음 날 잭의 야만족 아이들은 숲에 불을 지르고 랄프를 쫓는다. 그들은 괴상한 소리(ululation)를 내면서 랄프가 숨어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불길이 잭을 위협한다. 랄프는 살려달라고 고함을 지르며 바닷가 모래밭으로 굴러 떨어진다.
쓰러져 있는 랄프의 눈에 거대한 하얀 모자가 보인다. 깨끗한 정복을 입은 해군장교가 랄프 앞에 서있다. 장교는 묻는다. “여기에 어른들이 있느냐?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느냐?” 랄프는 말없이 고개를 젓는다. 장교는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있군” 라고 말한다. 불길이 바닷가 야자나무까지 덮친다.
장교는 빙긋이 웃으면서 말한다. “우리는 연기를 보았다. 너희들은 뭐하고 있었느냐? 뭐 전쟁이라고 하고 있었나?” 랄프는 고개를 끄덕인다. 장교는 ‘이 놈은 목욕도 하고 코도 닦고 머리도 자르고 머리에 기름도 발라야 겠다’ 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죽지는 않았지? 누구 죽은 사람 있나?”
“두 명 죽었어요.”
야만인들이 나타난다. 장교는 탄식하며 말한다.
“나는 영국 애들은-너희들은 영국 애들이지?- 이보다는 더 나은 쇼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야 했는데…”
랄프는 흐느끼기 시작한다. 그는 純眞無垢(순진무구)의 종말과 인간정신의 암흑(the darkness of man's heart) 때문에 그리고 진실하고 현명한 친구 피기의 죽음을 생각하며 통곡한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