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딩의 '파리大王'(Lord of the Flies) ④

理性的 인물과 反理性的 인물의 충돌
영화 '파리대왕'(LORD OF THE FLIES, 1990)의 포스터
# 7
理性的(이성적) 인물과 反理性的 인물의 충돌


‘파리大王’에는 랄프와 잭, 피기와 사이먼처럼 상호대립적인 類型(유형)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랄프는 금발이고 “그의 입과 눈 주변에는 어떠한 악마성도 없는 부드러움이 있었다.” 반면에 잭은 머리칼이 붉은 색이고 검은 옷을 입은 악마적 인물이다. 그의 얼굴은 주름져 있고 주근깨가 많다. 그의 두 눈은 좌절과 분노로 이글거린다.

랄프와 잭의 상반되는 성격으로부터 긴장이 조성된다. 더욱이 두 소년 모두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적대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긴장감은 더욱더 우울한 느낌을 준다.

뚱뚱하고 심한 近視(근시)이며 천식을 앓고 있는 피기는 합리주의자이고 지도자 랄프의 首相(수상)이다. 그는 랄프에게 콘크의 이용법을 가르쳐 준다. 그는 어린아이답지 않게 성숙한 정신의 소유자이며 과학과 합리주의에서 해답을 찾는다. 그는 아이들의 행동을 “어린애처럼!” 라고 꾸중한다.

피기만이 理性(이성)의 상징인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성가대원 중의 한 사람인 사이먼은 간질 증세를 보인다. 그는 예언의 능력이 있지만 그것은 축복이자 저주가 된다. 그는 Cassandra(카산드라: 트로이의 여자 예언자)처럼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예언자로 죽음을 당하는 운명을 가진다.

아이들의 공동체를 파멸로 이끄는 이유는 인간의 본성에 내재하는 악마적 죄악이라는 것을 사이먼만이 알게 되지만 그는 이것을 아이들에게 전달하지 못한다. 아이들이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性向(성향)이 상반되는 랄프의 집단과 잭의 집단이 타협하고 화합해야 한다. 그러나 이성적인 문명의 세계에 속하는 랄프와 非이성적인 본능을 대표하는 잭은 각자가 상징하는 방법에 따라서 개별적으로 행동할 뿐, 상대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잭은 오두막을 짓고 생활규칙을 세우는 등 공동체의 건설에 힘을 쏟는 반면 잭은 개인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사냥에 관심이 더 많다. 랄프는 無人島(무인도)에 漂流(표류)된 아이들을 구출하는데 필수적인 모닥불에 최우선의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잭과 그의 성가대원들은 얼굴과 몸에 색칠을 하고 모닥불이 꺼지도록 방치한다.

랄프는 피기의 합리적인 충고나 건의를 대부분 수용하지만 잭은 피기를 무조건 조롱하고 무시하며 신체적으로도 危害(위해)를 가한다. 랄프는 理性(이성)과 질서를 절대화하지만 잭은 비이성적 충동과 공격성을 절대화한다. 랄프는 사냥의 세계를 완전히 배제하고 잭은 질서의 세계를 경멸한다. 그래서 랄프와 잭은 상대를 인정하는 대화는 불가능하다:

〈잭은 똑바로 서서 빠르게 말했다. “그것(충동)이 숲에서 느끼는 기분이다. 물론 숲에는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단지… 단지…” 그는 해변 쪽으로 몇 발짝 빨리 갔다가 되돌아 왔다.
“난 단지 그들(사냥꾼)의 느낌을 안다는 것이다. 알겠지? 그것이 전부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우리가 구조되는 거야.”

잭은 구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기억해 내려고 잠시 동안 생각해야 했다.
“구조라고? 맞아. 물론이지! 다 마찬가지야. 난 먼저 돼지를 잡고 싶다…” 그는 창을 홱 잡고는 땅을 향해 던졌다. 어두운 狂氣(광기)가 그의 눈에 다시 나타났다.
랄프는 비판하듯이 엉킨 머리칼 사이로 잭을 바라보았다.
“너희 사냥꾼들이 모닥불만 잊지 않고 기억한다면…”
“너와 너희들의 모닥불이야!”
…“돼지만 잡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돌아가서 은신처 짓는 일을 계속해야겠다.”〉

이렇게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서는 혼돈과 갈등은 불가피하다. 아이들의 공동체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게 되고, 무너진 바벨탑(Tower of Babel)의 운명을 따르게 된다.

혼돈과 갈등 끝에 공동체의 崩壞(붕괴)를 自招(자초)하는 아이들의 모든 행위와 경험은 그에 相應(상응)하는 상징성을 가진다. 콘크는 질서를 상징하고 콘크를 쥐고 있는 사람은 회의에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불은 문명의 정신을 나타내고 문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성의 불은 지속적으로 지펴져야 한다. 상징적 행위를 강조하기 위해서 아이러니가 도입된다. 피기(피기는 돼지의 뜻)의 안경을 반사해서 만든 불은 잭이 첫 돼지를 죽일 때에 꺼진다. 돼지를 죽이는 것은 불의 소유자인 피기를 죽이는 것이며 문명을 죽이는 것이다.

잭이 피기를 쳐서 안경알 하나를 박살낸 다음 아이들의 공동체는 半(반)야만 상태로 전락한다. 후에 잭의 그룹이 안경알 나머지 하나를 빼앗아 갈 때 아이들은 완전한 야만족으로 변한다. 안경의 상실과 함께 이성적인 피기는 히스테리 상태에 빠진다.

인간은 문명을 떠나면 본능적 광기에 굴복하게 된다. 피기는 질서에 대한 상징성을 상실하고 단순한 조개껍질에 불과하게 된 콘크를 들고 안경을 돌려달라고 항의하다가 돌에 맞아 죽는다. 그가 죽을 때에 “돼지처럼 경련을 일으킨다.” 문명의 빛이 완전히 사라진 암흑의 세계에서는 인간은 돼지와 같은 동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 8
인간 속에 잠복해 있는 악마 - 파리대왕의 정체


소설의 제목인 ‘파리대왕’은 Hebrew(히브리)語 Ba'alzevuv의 그리스語(어) 音譯(음역)인 Beelzebub의 번역이며 악마를 의미한다. 골딩은 ‘파리대왕’(Lord of the Flies)을 인간 속에 잠복해있는 악마적인 힘과 동일시하고 있다.

이 힘은 대체로 인간 이성에 의해서 통제되지만 이성이나 사회적 압력이 없으면 야만적인 유혈사태로 폭발하게 된다. 이 힘은 原罪(원죄: original sin), 아담의 저주(Adam's Curse), 인간 정신의 암흑(darkness of human heart), 악의 陳腐(진부, the Banality of Evil) 등으로 불리어 왔다. 실제로는 이 악마적 힘은 인간 본성의 일부로서 인간의 삶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것이고 이것은 聖者(성자)만이 고행과 금욕으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이다.

파리대왕이라는 악의 철학은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서서히 그 상징성을 형성해 간다. ‘꼬마들'은 밤의 어두움 속에 있는 괴물 같은 짐승을 보았다면서 불안에 잠긴다. 순전히 상상에서 생긴 꼬마들의 공포는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대상과 연결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낙하산 줄에 걸려 앉아 있는 죽은 조종사의 屍身(시신)이다. 사냥꾼들은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贖罪(속죄)의 儀式(의식)으로 돌아간다. 그들은 뾰족하게 깎은 막대기에 그들이 사냥해서 잡은 돼지머리를 꽂아 그 짐승에게 피의 공물로 바친다.

사이먼이 돼지머리와 대면하게 되고 파리로 뒤덮인 돼지머리는 사이먼에게 조롱하듯이 냉소적으로 意味深長(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그 짐승을 너희들이 사냥해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야.”
이 말에 戱畵(희화)적인 웃음소리가 숲 속에서 잠시 동안 울려 퍼졌다.
“너는 알았지? 그렇지? 내가 너희들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매우 가까운 부분이지. 매우 가까운. 내가 너희들 일이 엉망이 되게 한 이유야. 왜 일들이 이 모양이지?”〉

사이먼은 파리가 윙윙거리며 달라붙어 있는 돼지머리로 형상화된 惡과 정면으로 대면한 후에 기절한다. 자신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지식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골딩의 파리대왕은 그리스도를 시험하던 성경적인 Satan(사탄)이나 화려한 논리로 Eve(이브)를 유혹하던 밀톤적(Miltonic)인 악마도 아니다. 골딩의 파리대왕은 썩어가고 있는 돼지머리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그런 부패한 파리대왕이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파리의 대왕은 또한 똥의 대왕(the Lord of Dung)이다. 꼬마들이 랄프의 위생규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섬은 똥으로 군데군데 덮인다. 사이먼이 랄프에게 짐승의 의미를 말하려고 할 때 랄프는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이 무엇이냐?”라고 질문한다. 잭은 똥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사탄이 파리의 대왕이라면 그는 또한 똥의 대왕이다. 사람이 사탄을 섬기게 되면 그의 모습은 파리가 새카맣게 붙어있는 똥과 같게 된다. 그래서 악은 단지 돼지의 썩어가고 있는 머리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랄프의 말대로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이다.”

열대의 아름다운 섬에 표류하게 된 아이들의 공동체는 인간정신에 내재하는 Dionysus(디오니소스)적인 屬性(속성)과 Apollo(아폴로)적인 속성의 갈등과 부조화로 인해 붕괴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는 디오니소스는 생명력의 신화적 화신이었고 동물적 힘을 表象(표상)하는 神이었다. 그는 식물과 동물과 인간에게 생명을 주는 神이었다.


이성(아폴로)의 억압이 지나치면 본능(디오니소스)이 폭발한다

디오니소스는 인간과 동물의 본능적인 요소를 상징했다. 그래서 디오니소스를 무시할 수 없다. 인간의 감정적인 표현 욕구를 억압하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의 崇拜(숭배)를 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디오니소스는 비위를 맞춰주면 얌전히 있지만 경배를 하지 않고 무시하면 그는 더 이상 유순한 神이 아니라 인간의 예상을 초월하는 복수의 神으로 표변한다. 한편 아폴로는 치료와 詩와 음악과 법과 질서 같은 문명적인 요소를 대표하는 神이다. 빛의 神으로서 그는 인간정신을 구름으로 가리는 것보다는 밝게 비추어 준다.

디오니소스적인 세계와 아폴로적인 세계 즉 이성적인 세계와 비이성적인 세계 사이에는 지속적인 갈등이 존재한다. ‘파리大王’을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로적인 것 사이의 갈등이라는 관점에서 읽을 수도 있겠다. 골딩은 그리스의 고전에 心醉(심취)하였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 특히 Euripides(유리피데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한다. Bacchae(배키)에서 유리피데스는 정신과 마음(mind and heart), 이성과 감정 사이의 영원한 갈등을 劇化(극화)한다. 그는 이성의 길과 감정의 길은 같을 수는 없지만 두 길은 어느 한 쪽의 자리를 빼앗는 일 없이 交叉(교차)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Thebes(테베)의 王(왕) Pentheus(펜테우스)는 非이성적인 것을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이성주의자다. 그래서 그는 전국적으로 위세를 떨치게 되고 그의 어머니 Agave(아가베)도 열렬한 신도가 되어 있는 신흥종교를 인정하기를 거부한다. 열성적인 신도들인 Cadmus(카드무스)와 Teiresias(테이레시아스)는 디오니소스의 말을 경청할 것을 왕에게 進言(진언)한다.

디오니소스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펜테우스에게 경고하면서 황소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왕은 변형에만 놀라워할 뿐 神이 동물로 변해서 경배를 받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디오니소스는 자신을 섬기는 여자 광신도들을 왕이 관찰하도록 유인하고 왕으로 하여금 신분을 숨기기 위해 여자의 옷을 입도록 권한다.

예배 의식의 절정기에 여인들은 전나무 안에 숨어 있는 왕을 발견한다. 종교적 광기로 인해 도덕심이 마비된 여인들은 왕을 잡아서 찢어 죽인다. 神들린 상태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아가베는 자신이 디오니소스의 신성한 동물인 사자의 머리를 들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아들의 머리를 디오니소스 지팡이(thyrsus)에 끼고 나타난다. 극의 끝에 디오니소스가 나타나서 아가베를 테베에서 추방해버린다.

‘파리大王’과 ‘배키’는 사람들이 야만으로 되돌아가서 광적인 儀式(의식) 중에 살인을 하는 인류학적 의미의 受難劇(수난극: passion play)이다. 둘 다 아폴로적인 것이 디오니소스적인 것을 충분히 동화시키지 못하는 분단된 사회를 묘사한다.

‘배키’에서는 兩極性(양극성, polarity)은 디오니소스의 추종자와 디오니소스敎(교)를 반대하는 펜테우스 사이에 존재한다. ‘파리大王’에서는 비이성적인 본능이 가장 강한 소년들이 공동체에서 떨어져나가 사냥꾼이 된다. 사냥꾼들이 이전에 성가대원이었다는 사실이 이들의 디오니소스적인 특성을 강조해 준다.

펜테우스가 카드무스와 테이레시사스에 설득되어서 새로운 종교의식에 참여하지만 그 종교를 거부하는 바람에 디오니소스 신도들에 의해 살해되듯이, 사냥꾼들도 처음에는 이성적인 요소를 흡수하려고 시도하다가 나중에는 파괴하려고 한다. 더구나 두 작품 다 외부의 神적인 존재(deux ex machina)에 의해서 결말이 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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