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만과 편견'(Pride&Prejudice, 2005)속의 엘리자베스
남자를 기다리는 사람들
‘傲慢과 偏見’의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는 남성 우위의 전통적 권위와 여기에 대한 여인들의 반항과 좌절과 적응이다. 베네트家(가) 사람들은 모두 남자를 기다린다. 남자가 있어야 생존을 보장해 줄 재산의 상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의 부모들은 딸이 다섯 명이나 나올 때까지 아들을 기다리며 세월을 보냈다:
〈베네트 씨는 결혼 초기에는 경제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들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아들은 성년이 되자마자 限嗣相續(한사상속)의 고리를 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미망인(베네트 부인)과 동생들은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 연달아 태어났으나 아들은 오지 않았다. 베네트 부인은 리디아가 태어나서 여러 해가 지난 후에도 아들이 태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베네트家 여인들은 생존을 위해서 남자가 있어야 한다. 남자만이 그들 가족의 재산을 상속하여 가족의 생계를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없으면 가족자체가 증발해 버리게 된다. 베네트家의 여인들은 당대의 영국의 여인들을 표상하는 상징적 인물들이다. 그들에게는 남자를 기다리는 것이 삶 자체인 것이다.
여자에게 재산상속권을 부여하지 않는 한사상속의 그늘에 있는 엘리자베스의 집은 ‘롱번에 있는 집’이라고 불려질 뿐 펌벌리나 로징즈 같이 저택에 대한 固有(고유)의 이름이 없다. 한사상속으로 없어질 집이기 때문에 저택이름조차 없는 것이다.
딸들에게 남자를 구해주기 위해 끊임없이 분투하는 베네트 부인의 한탄은 베네트 가족 위에 드리워져 있는 한사상속의 불안한 신기루를 반영하고 있다. 베네트 부인은 어느 남자라도 자격 있는 남자를 식사에 초대하려고 안달한다. 부인은 베네트家(가)를 찾아 온 첫 번째의 자격 있는 남자인 콜린즈를 위해서 평소와는 달리 성대한 만찬을 준비한다.
펌벌리의 만찬에서 엘리자베스와 조지아나아와 미스 빙글리 등 여자들만이 있을 때보다는 달시와 빙글리가 참석할 때에 음식은 山海珍味(산해진미)의 성대한 만찬으로 변한다. “만찬은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에서 최고였다… 감상적인 神話(신화)와는 반대로 집을 가정으로 만드는 것은 여자가 아닌 능력 있는 남자인 것 같았다.”
베네트家의 식탁을 풍요한 성찬으로 만드는 것이 남자라면 자매간의 유대감을 강화시키는 것도 남자이다. 한 남자의 신비한 힘이 여인들을 이지스(aegis: 제우스의 방패) 아래로 모이게 한다. 엘리자베스와 제인은 빙글리와 달시를 화제의 대상으로 삼아서 마음속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형제의 友愛感(우애감)을 심화시키게 된다.
심지어 리디아가 위컴과의 도피행각으로 집안을 망신시키고 자신들의 결혼기회를 망치는 것처럼 보일 때에 제인과 엘리자베스는 리디아를 평소 때보다 더 아끼고 더 걱정하게 된다. 사랑의 성공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랑의 수치에 의해서 가족의 유대감이 창조된다.
베네트 씨는 계몽시대 以後(이후)의 아버지답게 강압보다는 합리적인 설득으로 자녀를 교육하고 書齋(서재)에 은둔하면서 집안일에는 냉소 외에는 관여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家長(가장)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그는 엘리자베스와 콜린즈를 결혼시키려는 베네트 부인의 시도를 “엘리자베스야, 너 앞에 지금 불행한 선택이 놓여 있다. 이날부터 너는 네 부모 중의 한 사람과 타인이 되어야 한다. 너의 어머니는 네가 콜린즈 씨와 결혼하지 않으면 너를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네가 콜린즈와 결혼하면 너를 다시는 보지 않겠다”라는 코믹한 말로써 차단해 버린다.
베네트의 권위는 자녀의 결혼과 같은 가정의 大事(대사)에 있어서 최종 결정권을 가질 만큼 대단하다.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하는 콜린즈의 語調(어조)에서도 남성 우월의식은 강하게 나타난다. 엘리자베스가 그의 청혼을 몇 번이나 강렬하게 거부하여도 콜린즈는 이를 완전히 무시해 버린다. 그는 엘리자베스의 거절을 ‘단지 내숭떠는 것’으로 단정하고 여자들의 말에 무게를 실을 필요는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더구나 그는 “우아한 여인들의 常套的(상투적)인 관행은 청혼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음으로써 남자의 사랑을 촉진시키는 것”이라며 엘리자베스가 이런 수법을 쓰고 있다고 태연하게 말한다. 엘리자베스는 아버지의 힘을 빌려서 콜린즈의 청혼 공세를 막을 수 있게 된다.
베네트가 계몽시대 이후의 부드러워진 가부장을 化身(화신)하는 인물이라면 달시는 귀족계급이 위축되기 이전의 강력한 가부장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傲慢과 偏見’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힘의 중심이다. 자존심이 강한 엘리자베스도 선이든 악이든 달시의 힘에 압도 당한다:
〈오빠로서, 地主(지주)로서, 주인으로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책임지고 있구나! 아무리 큰 즐거움이든 아무리 큰 고통이든 이것들을 부여할 수 있는 힘이 그에게 있다!〉
펌벌리를 방문 중 엘리자베스는 달시의 肖像(초상) 앞에서 고위귀족이라는 제도화된 권력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달시는 리디아, 제인, 엘리자베스의 결혼을 성사시킴으로써 엘리자베스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까지도 떠맡는다. 사악한 위컴도 그에게 굴복하여 리디아와 결혼하고 장교로 임관한다.
달시는 남성 우위사회의 모범적인 인물이다. 그는 강하지만 자애롭고 자상하며 친절한 권위주의자이다. ‘傲慢과 偏見’ 은 달시를 통해서 기존의 체제가 진정한 자유를 억압하기보다는 자유를 소중히 간직하였으며 진정한 행복을 깨뜨리기보다는 유지하였으며 개인의 장점을 억압하기보다는 보호하였다는 보수적인 神話(신화)를 立證(입증)하는 인물로 그리고 있다.
그래서 소설의 주인공 달시는 위대한 신사계급의 外剛內柔(외강내유)한 모범생이며 충실한 아들이며 자애로운 오빠이다. 반면에 위컴은 背恩忘德(배은망덕)한 벼락 출세자이고 良家(양가)의 규수를 유혹하여 사랑의 도피를 꾀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으려는 악한으로서 합법적인 남성적 권력을 汚損(오손)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캐서린 부인은 母系(모계)중심의 사회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이 관할하는 교구목사인 콜린즈 뿐 아니라 소작인들에게 全能(전능)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族長(족장)같은 부인이다.
그녀는 베네트 부인을 제외하고는 남자의 배타적인 재산상속권을 비난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녀는 “母系(모계)의 재산을 박탈하는 한사상속은 있을 수 없으며 루이스 더 부르傾(경)의 가문에서는 한사상속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과부와 딸들이 재산상속권을 가지는 女族長制(여족장제)의 이미지가 된다. 달시와의 결혼문제로 엘리자베스와 대결하면서 그녀는 그녀의 가계는 모계중심원칙에 의해서 계승되고 있으며 모계의 중요성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 누구도 내 뜻을 저지할 수는 없어요. 내 말을 들어 봐요. 내 딸과 내 조카(달시)는 서로 약혼한 사이에요. 그들은 모계의 피를 이어받고 똑같이 귀족가계의 후손이에요. 그리고 아버지 쪽은 비록 귀족은 아니지만 존경받고 명예롭고 오래된 가문이에요…〉
母系(모계)보다 낮은 父系(부계)의 混入(혼입)을 언급하고 난 뒤 부인은 엘리자베스에게 그녀가 태어난 신사계급의 本分(본분)을 떠나지 말라고 경고한다:
〈저는 부인의 조카와 결혼하는 겁니다. 저는 제 자신을 본분을 망각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신사입니다. 저는 신사의 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동등합니다.
“사실이야. 당신은 신사의 딸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어떤 신분이지?”〉
그러나 캐서린 부인의 권리주장은 환상이고 착각이며 공허한 것이다. 달시가 캐서린 부인의 반대를 무시하고 엘리자베스와 결혼하는 것처럼 힘의 중심은 남성에게 있기 때문이다.
# 16
달시와 엘리자베스의 결혼이 상징하는 것
달시와 엘리자베스의 결혼은 당대의 영국사회의 갈등의 해소와 일치한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의 유럽은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전쟁의 여파로 사회적 변화의 혼돈과 격동의 渦中(와중)에 있었다.
영국은 프랑스와는 달리 혁명이라는 극한적 수단을 통하지 않고 사회적 갈등을 평화적이고 점진적으로 해결하였다. ‘傲慢과 偏見’의 영국사회는 귀족계급(캐서린 부인, 달시), 신사계급(베네트), 성직자, 변호사, 기업인 같은 擬(의)신사계급(pseudogentry)(루카스, 필립스, 콜린즈), 그리고 도시의 상인계층(가디너) 등을 포함한다.
사회계층간의 유동성은 놀라울 정도로 높고 신사계급인 베네트는 상인계층의 부인과 결혼하고 리디아도 하층출신의 위컴과 결혼한다. 빙글리의 네더필드 저택 구입은 신분상승의 좋은 예가 된다. 제인과 엘리자베스는 결혼을 통해 고위 계층으로 진입한다. 가디너는 달시와 交遊(교유)한다.
달시와 더 부르의 두 귀족가문을 결합시키려는 캐서린 부인의 실패는 그리고 병약한 미스 더 부르나 유별나게 수줍은 조지아나는 귀족계급의 停滯(정체)와 한계를 상징한다.
달시는 생기발랄한 엘리자베스와의 만남으로 인해 이러한 정체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달시와 엘리자베스의 결혼은 계층의 유동과 화해의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이들이 오만과 편견의 족쇄를 풀고 계층의 벽을 넘어 결합하는데는 신흥 상공계급의 가디너의 역할도 컸다.
사려 깊고 유능한 가디너는 사회의 새로운 주류세력으로 등장하는 시민계급의 표상이다. 영국사회는 귀족계급과 신사계급 및 시민계급의 화합과 협동으로 국민의 행복과 나라의 발전을 가져왔다.
달시와 가디너가 협력하여 리디아 문제를 해결하고 가디너의 펌벌리 방문을 통해서 상호간에 친밀하게 되었다는 것은 귀족계급과 상공계급이 적대와 투쟁대신 화해와 협력으로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개인과 사회의 행복과 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끝)
(다음 편부터는 스콧 핏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해설편이 연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