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③

不毛(불모)의 황무지에서도 장미를 찾는 낭만적인 희망
# 7
不毛(불모)의 황무지에서도 장미를 찾는 낭만적인 희망


‘위대한 개츠비’에서 핏제랄드는 현대인이 처해있는 근본적인 문제와 씨름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의식이 소설의 의미를 深化(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핏제랄드는 혼돈과 절망을 현대인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로 보았다. 그는 우주를 지배하는 일관된 원칙은 없으며, 우주는 상반되는 사상과 원칙이 공존하는 混沌(혼돈, chaos)속에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形而上學的(형이상학적)이든 神學的(신학적)이든-플라톤의 이데아(idea)나 기독교의 神( God)-안정적이고 궁극적인 원칙이 존재한다면 相反(상반)되는 사상이나 우주적 혼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현대인은 절망의 황무지에서 방황하지도 않을 것이다.

핏제랄드는 시대의 문제에 예민한 세계의 一流(일류) 지성들과 마찬가지로, 絶對者(절대자)가 부여하는 궁극적인 원칙의 不在(부재)로 慰安(위안)이 없는 ‘천국의 이쪽’을 穿鑿(천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는 “인간은 世上事(세상사)는 절망적이라고 인식할 수 있으면서도 그러한 세상사를 달리 변경시키려고 결심할 수 있어야 한다”며 不毛(불모)의 황무지에서 장미를 찾는 낭만적인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플라톤의 세계관은 永久不變(영구불변)의 세계관이다. 이 세계에서는 이데아(idea)라는 하나의 진리가 있으며 과거는 循環的(순환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미래는 과거에 의해 논리적으로 예측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핏제랄드의 세계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는’ 것처럼 力動的(역동적)이고 可變的(가변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多重的(다중적) 流動(유동)의 세계이다. 과거의 반복이나 미래에 대한 投射(투사)는 불가능하다. 매 순간은 새로운 것이고 독특하고 반복 불가능이며 상실이다. 그래서 새롭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과거는 반복할 수 없는가?”라고 개츠비는 닉에게 묻고는 “네, 가능합니다”라고 스스로 답한다. 개츠비는 “데이지 페이(Daisy Fay)에게 키스를 하고 그녀의 消滅(소멸)하기 쉬운 숨결에서 형언할 수 없는 비전(visions)을 느끼고 그의 입술이 접촉할 때 데이지가 꽃처럼 피어나고 비전의 化身(화신)이 완성되던” 5년 전 과거의 시간을 다시 사들이기 위해서 부정한 수단으로 큰 재산을 형성한다.

과거의 그 화신의 순간 개츠비는 현실의 矛盾(모순)을 수용하고 혼돈에 대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때는 相反的(상반적)인 영원과 소멸이, 정신과 물질이 영원히 하나가 되어 시간의 과정을 초월하는 화신이 가능했다. 개츠비는 비록 그 화신의 순간이 상실되어도 다시 회복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화신의 순간에 상실이 일어난다. 데이지가 톰 부캐넌과 결혼한 직후 개츠비는 루이즈빌을 방문해 잃어버린 순간을 회복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그는 한 줌의 공기만이라도 잡으려는 듯이, 데이지가 그를 위해 아름답게 장식하였던 그 장소의 한 조각이라도 살려내려는 듯이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는 가장 신선하고 가장 훌륭한 것을 상실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개츠비가 데이지를 5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을 닉은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현재의 행복에 대해서 미약한 의심이라도 생긴 것처럼 개츠비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거의 5년만이다! 심지어 이 순간에도 데이지는 개츠비의 꿈에 미흡한 순간이 있었음에 틀림없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缺陷(결함) 때문이 아닌, 개츠비의 환상이 가진 거대한 활력 때문이었다. 그 환상은 그녀를, 그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결국 시간과 虛構(허구)의 희생자인 그 꿈은 死滅(사멸)하게 된다. 그리고 개츠비의 죽음이 그 뒤를 따른다.

그러나 닉 캐러웨이는 개츠비가 대표하는 모든 것에 대해 경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개츠비의 실패를 인식하면서도 개츠비의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 그는 개츠비의 비현실적이고 실패한 꿈의 가치를 긍정하게 되는 것이다:

〈“개츠비가 결국에는 옳았다. 패배의 비애와 벅찬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내 눈을 일시적으로 가린 것은 개츠비를 죽인 현실과 그의 꿈이 망가진 후에 일어나는 더러운 먼지(foul dust)였다.”〉

닉은 ‘삶의 무한한 다양성’에 매료되면서 동시에 거부감을 느낀다. 닉으로 하여금 ‘모든 판단을 유보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은 삶의 ‘무한한 다양성’의 매력이다. 그는 “판단을 유보하는 것은 무한한 희망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도 어느 정도 개츠비처럼 “1만 마일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지진을 기록하는 정교한 地震計(지진계)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삶의 희망의 약속(promises)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삶의 무한한 다양성’을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될 혼돈으로 간주하는 닉은 “결국 하나의 창문을 통해서 삶을 더 성공적으로 들여다보게 된다”고 생각하며 단순하고 제한된 視覺(시각)으로 세상을 보려고 한다.


# 8
우주적 혼돈에 정면으로 맞서는 개츠비


이런 면에서 개츠비의 미소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의 미소는 “전 외부 세계를 한 순간에 정면으로 마주 보고 난 후 당신에게 그 시선을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위대한 개츠비'는 첫 페이지부터 ‘두 개의 相反되는 개념(two opposed ideas)’을 나타내고 있다.

‘무한한 다양성을 가진 삶’ 과 ‘단일 창문으로 들여다보는 삶’, ‘1만 마일 떨어진 곳의 지진’과 ‘그것을 측정하는 한 대의 정교한 기계’, ‘더러운 먼지’ 와 ‘꿈’, 그리고 보다 일반적으로는 풍요와 제한, 물질과 정신, 신체와 정신, 流動(유동)과 停滯(정체), 비인간적인 혼돈과 인간적인 질서 등의 상호모순적인 개념들의 對比(대비)를 통해 핏제랄드는 절대적인 질서나 원칙이 결여된 현대세계의 혼돈을 浮刻(부각)시키고 있다.

닉은 이러한 혼돈의 세계를 들여다보기를 회피하려고 하고 개츠비는 우주적 혼돈에 정면으로 맞서려고 한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혼돈은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더러운 먼지’는 ‘재의 계곡(valley of ashes)’으로 擴散(확산)되며 현대의 절망(modern despair)을 읊은 엘리엇(Eliot)의 황무지(waste land)를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靈魂(영혼)이 없는’ 사람들과 靈魂이 없는 풍경(landscape)이 구별이 안되고 비인간적인 것이 인간을 패배시키고 흡수해 버린다:
〈“이곳은 재의 계곡이다-재가 밀밭의 밀처럼 자라나서 산등성이와 동산과 기괴한 정원이 되는 환상적인 농장이다. 여기에서는 재가 집과 굴뚝과 솟아오르는 연기가 되고 마침내는 먼지투성이의 공기 속으로 희미하게 움직이는 인간의 형태를 가지게 된다.”〉

톰 부캐넌의 情婦(정부)인 머틀 윌슨은 이러한 풍경으로부터 나타난다. 그녀는 영혼이 없는 육신이기 때문이다:

〈“암청색 비단 옷 위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반짝이는 아름다움은 없었으나 마치 그녀의 신경이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즉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활력이 있었다.”〉

톰이 그녀에게 사주는 한 마리의 개처럼 그녀는 갈보이고 한 무리의 競走馬(경주마)를 기르고 있는 톰은 수컷 種馬(종마)이다.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비인간적인 환경에 陷入(함입)되는 인물은 짐승이나 생명이 없는 사물과 같다. 개츠비의 파티에 온 한 여인의 찢어진 옷이나 톰의 執事(집사)의 뭉개진 코나 울프쉼의 사람 어금니로 만든 커프스 단추처럼 인물들은 생명이 없는 하나의 파편으로 축소되어 버린다.

모든 연결이 끊어져 버리는 엘리엇의 ‘황무지’(The Wasteland)에서처럼 핏제랄드의 세계는 破片化(파편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것이 연결고리가 끊어져서 사방에 흩어져 있다. 산산조각이 난 진리는 여러 사람이 조각난 진리의 파편을 들고 각기 다른 소리로 진리를 말한다. 그래서 진리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나의 광고물에 불과한 이 세상의 神

盲目(맹목)의 이미지가 압도적으로 나타난다:
〈“개는 눈먼 눈으로 연기 속을 바라보면서 탁자 위에 앉아 있었다...,전조등 불빛에 눈이 멀어서…'〉

개츠비의 죽음 후에 닉은 “나에게 동부는 유령이 나타나는 곳이 되어… 나의 눈의 교정능력을 초월하는 곳이 되었다”라고 말한다.

失性(실성)한 윌슨은 “하나님은 모든 것을 보고 계신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윌슨이 말하는 神은 하늘이 아닌 이 세상의 神이며 하나의 광고물에 불과하다. 몸이 잘려나가고 보이지 않는 눈만 있는 닥터 티 제이 에클버그이다.

“문명은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고 톰은 난폭하게 내뱉는다. 진부한 말이다. 그러나 '위대한 개츠비'의 세계는 아마도 終末論的(종말론적) 파국으로 치닫고 있으며 이런 파멸적 상황 속으로 인류는 기꺼이 뛰어들고 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분명한 황무지에서 사람들은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삶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폭력에 魅了(매료)되기도 한다. 거만하고 잔인한 톰 부캐넌은 미식축구게임 같은 극적인 激動(격동)과 騷亂(소란)을 추구한다. 그는 情婦(정부)인 머틀 윌슨에게도 폭력을 행사한다.(능숙한 동작을 하면서 톰 부캐넌은 주먹으로 그녀의 코를 갈겨버린다.)

'위대한 개츠비'는 싸움과 살인과 차량사고 같은 폭력으로 얼룩져 있다. “내가 살아 있는 한 그들이 로지 로젠탈(Rosy Rosenthal)을 저기서 쏘아버린 것을 잊지는 못할 거야”라고 울프쉼은 과거를 회상하며 말한다. “그들은 그의 배에다 세 방을 갈기고는 사라져 버렸지.”

닉은 살인자들 중 네 명이 전기의자에서 사형되었다고 말하자 울프쉼은 다섯 명이라고 교정한다. 톰은 짐차를 들이받아서 그의 차 앞바퀴가 떨어져 나간다. 그와 같이 타고 가던 여자는 팔이 부러진다.

개츠비의 후견인이었던 댄 코디는 서부 변경의 폭력을 동부에 가져온다. 머틀 윌슨은 데이지의 차에 치여서 죽고 윌슨은 개츠비를 살해하고 자살한다. 닉은 이를 학살(holocaust)이라는 단어로 묘사한다. 소설에서는 무의미하고 비인간적인 파괴와 변화가 바로 사물의 본질인 것처럼 보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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