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은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위는 로렌스 올리비에 주연의 영화 '폭풍의 언덕'(1939년 作) 포스터, 아래는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영화 '폭풍의 언덕'(1992년 作)의 포스터
우더링 하이츠에서 사라지는 히스클리프
무어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날 농장에 나가지 못하게 된 히스클리프는 캐서린과 함께 오후를 보내기를 원했다. 캐서린이 에드가와 이사벨라가 오게 되어 있다며 히스클리프의 제안을 거부하자 언쟁이 일어났다.
에드가가 도착했다. 나는 캐서린과 에드가가 있는 방에서 청소를 했다. 힌들리로부터 캐서린과 에드가가 둘이서만 있지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캐서린은 나를 보고 자리를 비키라고 했다. 내가 이를 거절하는 과정에서 화가 난 캐서린은 나를 꼬집고 내 뺨을 후려갈겼다.
에드가가 충격을 받고 캐서린을 만류했다. 헤어턴이 울기 시작했다. 캐서린은 어린 헤어턴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었다. 에드가가 캐서린의 팔을 떼어 냈다. 캐서린은 그의 귀를 세차게 때렸다. 에드가는 떠나려고 했다. 캐서린은 갈 테면 가라고 말하면서도 자기는 울어서 병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드가는 뜰까지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 날 저녁 캐서린은 나에게 에드가의 청혼을 받아 들였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결정이 옳은지 그른지를 말해 달라고 했다. 나는 오늘 오후에 그런 꼴을 당하고도 청혼하는 것을 보면 에드가는 바보임에 틀림없으니 거절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 캐서린은 화를 내면서도 자신이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를 집요하게 물었다. 나는 내가 22세의 처녀로서 자신이 분별력이 있다고 생각하며 캐서린에게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 이유를 물었다. 캐서린은 그는 핸섬하고 젊고 부유하며 함께 있으면 마음이 즐거운 사람이고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러면 만사가 다 좋은 것 같은 데 무엇이 문제냐고 물었다.
캐서린은 자신의 이마와 가슴을 가리키며 “내가 잘못하고 있음이 확실한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캐서린은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힌들리가 히스클리프를 저렇게 微賤(미천)하게 만들지만 않았더라면 난 에드가 린튼과의 결혼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지금의 히스클리프와 결혼한다는 건 내 地位(지위)를 하락시키는 것이에요. 그러면 그는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한다는 것을 모를 겁니다.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은 그가 핸섬해서라기보다는, 그는 나보다 더욱 나 자신이기 때문이에요.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든 그의 영혼과 나의 영혼은 똑같은 것이에요. 그리고 린턴의 영혼은 달빛과 번개만큼이나 또는 불과 서리만큼이나 달라요.”〉
이 말이 끝나기 전에 나는 히스클리프가 소리 없이 방을 나가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그가 캐서린이 앉아 있는 세틀(settle, 등이 높은 긴 의자) 뒤의 바닥에 앉아 있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는 캐서린이 그와 결혼하면 지위가 내려갈 것이라는 부분까지만 듣고 나가 버렸었다. 나는 이 사실을 캐서린에게 숨겼다. 캐서린은 계속해서 “만물이 사라져도 그만 있으면 나도 살 수 있어요. 그러나 만물이 살아 있어도 그가 없으면 우주 전체는 나와는 상관없는 낯선 사람(stranger)으로 변할 거에요”, “린턴에 대한 내 사랑은 나뭇잎과 같아요. 그런 사랑은 겨울이 나뭇잎을 변화시키듯 시간에 따라 변하겠지만, 히스클리프에 대한 내 사랑은 영원한 바위 같아요”라고 히스클리프에 대한 사랑을 吐露(토로)했다.
조세프가 들어와 히스클리프를 찾았다. 나는 얼른 나가서 히스클리프를 찾았지만 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캐서린에게 히스클리프가 그녀의 말 중 상당한 부분을 들었다고 속삭였다.
캐서린이 밖으로 나갔다. 캐서린이 다시 뛰어 들어와 조세프에게 한 길 까지 나가서 히스클리프를 찾아오라고 닦달했다. 밤중이 되어도 히스클리프는 돌아오지 않았다. 우더링 하이츠에 20여분 동안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벼락이 쳤다. 캐서린은 모자나 숄도 걸치지 않고 그대로 비를 맞으며 집 안으로 들어오기를 거부했다. 그녀는 밤새도록 히스클리프를 기다렸다.
아침에 힌들리가 그녀를 강제로 그녀의 방으로 들여보냈을 때 그녀는 錯亂(착란)상태에 빠져 있었다. 의사는 그녀가 열병에 걸렸고 목숨이 위태롭다고 했다. 린턴 부인이 찾아와 캐서린을 쓰러시크로스 그레인지로 옮겼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린턴 부인과 그녀의 남편 둘 다 열병에 전염되어 죽었다. 열병을 앓고 난 후에 캐서린은 조세프마저 무시할 정도로 거세졌지만 그녀의 心氣(심기)를 건드리면 열병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충고에 따라 우리는 그녀의 말은 무엇이든 거역하지 않았다.
# 6
복수의 化身(화신)이 되어 돌아온 히스클리프
3년 뒤에 캐서린은 에드가 린턴과 결혼했다. 캐서린은 나를 데리고 가려 했다. 나는 캐서린이 싫었고 더구나 이제 겨우 다섯 살이 된 헤어턴과 헤어지는 것이 가슴이 아파서 그녀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나 캐서린은 힌들리에게 호소해 기어이 나로 하여금 그녀를 따라가게 만들었다.
반년이 흘러갔다. 에드가는 캐서린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을 대단히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내가 캐서린의 위압적인 지시에 반감을 표시하면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캐서린을 화나게 하는 것을 보는 것은 匕首(비수)로 찔리는 것보다도 더 고통스럽다고 했다.
나는 친절한 주인(에드가)을 슬프게 하지 않기 위해 캐서린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캐서린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火藥(화약)같았다. 그녀는 침울하고 말이 없을 때가 많았다. 옛날의 활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에드가의 사랑과 이해로 인해 쓰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는 행복이 자라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은 끝이 나고 말았다.
9월의 어느 날 저녁 무렵 히스클리프가 나타났다. 캐서린의 기쁨은 광적이었다. 그녀는 에드가의 언짢은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응접실에까지 히스클리프를 들어오게 했다. 히스클리프는 당당한 체격과 지적인 용모를 갖춘 신사가 되어 있었다. 예전의 초라한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히스클리프를 다시 만나 갑자기 활기가 넘치게 된 캐서린을 보며 에드가는 마음이 많이 상했지만 캐서린과 히스클리프가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이 있는 곳에 가까이 있기 위해 우더링 하이츠에 거처를 정했다.
히스클리프가 돈이 많다는 것을 안 힌들리가 히스클리프를 우더링 하이츠에 머물도록 허용한 것이었다. 힌들리는 밤마다 히스클리프와 도박을 하면서 돈이 떨어질 때마다 토지를 담보로 해서 히스클리프로부터 돈을 빌렸다.
이사벨라는 히스클리프를 광적으로 사랑했다. 캐서린은 ‘野性(야성)’의 히스클리프가 이사벨라를 파멸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이사벨라에게 히스클리프를 멀리하라고 하지만 이사벨라는 오히려 캐서린이 자신의 사랑을 방해한다며 캐서린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캐서린은 이사벨라를 붙들고 히스클리프에게 강제로 대면시키며 사랑을 확인하라고 강요하였다.
히스클리프는 역겨운 동물이라도 보듯 이사벨라를 바라보았다. 무자비하게 모욕을 당한 이사벨라는 눈물을 흘리며 방을 나갔다. 히스클리프는 이사벨라가 에드가의 법적 相續人(상속인)이라는 데 관심을 표했다. 나는 그의 행동을 감시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주인님 편이었다. 주인님은 친절하고 믿을 수 있으며 존경받을 수 있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히스클리프가 나타난 이후로 惡夢(악몽)의 연속이었다. 나는 우더링 하이츠와 쓰러시크로스 그레인지가 히스클리프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바랐다. 히스클리프는 길 잃은 양을 덮치고 죽일 기회를 노리고 있는 악한 짐승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파멸을 自招(자초)하고 있는 힌들리에게 경고하고 싶었다. 그와 나는 소꿉친구였다. 어느 날 김머톤으로 가는 길에 나는 우더링 하이츠에 들렸다. 귀신처럼 헝클어진 머리를 한 꼬마가 얼굴을 창살에 붙이고 서 있었다. 헤어턴이었다.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욕을 했다. 그가 자기 아버지에게도 욕을 한다고 말해서 나는 누구로부터 그런 욕을 배웠는가를 물었다. 그는 히스클리프가 가르쳐 준다고 하였다.
히스클리프가 쓰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 다시 나타났을 때 이사벨라 아가씨는 뜰에서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고 있었다. 그는 건물 前面(전면) 쪽으로 힐 끗 본 후 이사벨라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강제로 포옹했다.
이를 보고 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유다야! 배신자야! 너는 위선자야. 의도적인 사기꾼이야!”라고 소리쳤다. 캐서린이 나타났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의 질책에 자기는 키스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사벨라의 비밀-재산상속권 후보자-에 다시 한번 관심을 표한다.
나는 주인님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자세히 보고한 후 “너무 온화하시는 것도 위험합니다. 그래서 이 지경이 되었습니다”라며 히스클리프의 출입을 통제할 것을 건의했다. 린턴은 히스클리프와 같은 無賴漢(무뢰한)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며 캐서린에게 먼저 비난의 말을 하였다.
캐서린은 린턴에게 도발적으로 말했다. 히스클리프는 린턴을 조소했다. 그는 캐서린에게 “당신의 이 어린 양 새끼가 황소처럼 위협하는군. 내 주먹에 그의 대가리가 박살날 거야. 린턴 씨, 당신은 두들겨 팰 가치도 없는 것이 유감입니다”라고 말했다.
주인님은 복도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는 복도에 하인들을 대기시켜 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린턴 부인(캐서린)이 문을 잠그며 “공정해야 되요. 당신이 그를 공격할 용기가 없으면 그에게 사과를 하든지 아니면 두들겨 맞든지 해요”라고 방문 열쇠를 난로 속에 던져버렸다. 주인님은 비통함과 모욕감으로 얼굴이 창백해지고 전신에 힘이 빠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캐서린은 린턴의 이런 모습을 젖 먹는 새끼 토끼 같다며 비웃었다. 히스클리프가 이런 놈은 주먹도 쓸 필요 없이 발로 차버리겠다며 린턴 쪽으로다가 오자 린턴은 히스클리프의 목을 갈기고는 밖으로 나갔다. 캐서린은 린턴이 하인들과 함께 총을 들고 나타날지도 모른다면서 히스클리프를 도망가게 하였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