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캐시와 헤어턴 사이에 싹 트는 사랑
그때도 지금처럼 가을이었다. 그는 캐시에게 하이츠로 갈 준비를 하라고 명령했다. 캐시는 “당신은 비참한 사람이에요. 악마처럼 외롭고 악마처럼 질투하는 사람이죠? 아무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지요? 당신이 죽으면 아무도 울지 않을 거야”라며 히스클리프를 거칠게 비난했다. 나는 가정부가 아닌 하인으로서 일할 테니 캐시를 따라가게 해달라고 그에게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는 전날 밤 캐서린의 무덤을 파헤치고 관 뚜껑을 열었더니 캐서린의 얼굴이 그대로 있더라고 말했다. 그는 캐서린이 땅에 묻힌 그 날 밤에도 그녀의 무덤에 갔었으며 그녀의 관 뚜껑을 열려고 할 때 무덤 가장자리에 누군가가 있으며 그 사람의 따뜻한 숨결이 눈바람을 쫓아내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때 그는 “캐서린은 저기 무덤에 있는 것이 아니고 땅 위에 있다”라고 확신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후로 캐서린은 지금까지 18년 동안 그에게 수시로 나타난다고 했다. 그는 거실에 걸려 있는 캐서린의 초상화를 하이츠로 보내라고 지시한 후 반항하는 캐시를 끌다시피 하며 돌아갔다.
죽어 가는 린턴을 간호하는 캐시
하이츠에 도착한 캐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린턴의 방으로 달려간 것이었다. 그녀는 린턴의 잘못을 용서하고 그를 극진히 간호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식당으로 내려와서 히스클리프에게 린턴이 대단히 아프다면서 의사를 데려오도록 부탁했다. 그러나 히스클리프는 린턴의 목숨은 한 푼의 가치도 없기 때문에 의사를 부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캐시는 죽어 가는 린턴을 돌보다가 혼자서 그의 죽음을 맞이했다. 린턴의 장례 후 캐시는 2층에 있는 추운 방에서 보름 동안을 혼자서 보냈다. 그동안 히스클리프가 한 번 올라와서 그녀에게 린턴의 유서를 보여주었다. 히스클리프의 위협과 懷柔(회유)하에 쓴 유서에서 린턴은 그의 재산 뿐 아니라 캐시의 動産(동산)도 모두 히스클리프에게 물려준다고 써놓았다.
어느 일요일 날 오후 캐시는 히스클리프가 없을 때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추위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래층에는 질라와 헤어턴만 있었다. 헤어턴은 安息日(안식일)을 잘 지키는 캐시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사냥을 하거나 일을 하지 말고 캐씨와 함께 있어달라는 질라의 助言(조언)에 따라 거실에 와 있었던 것이다. 헤어턴은 수줍어서 얼굴을 붉히면서도 캐시를 도와주려 했다.
캐시는 얼음처럼 차갑고 공주처럼 고고하였다. 헤어턴은 책을 읽고 있는 캐시의 금빛 머리카락을 자기도 모르게 만지다가 캐시에게 혼이 났다. 캐시는 계속 독서에 열중하였다. 무료해진 헤어턴은 질라를 통해 캐시에게 책을 소리내어 읽어 달라고 부탁하지만 거절당했다. 캐시는 난폭한 히스클리프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마음이 독해져 있었다.
여기에서 넬리 딘 부인의 이야기는 끝났다. 건강을 되찾은 로크우드는 런던에서 6개월을 보내고 잉글랜드 북부로 여행 중에 쓰러시크로스 그레인지를 방문한다. 그레인지에는 그가 알지 못하는 노파와 어린 소녀가 있었다.
노파는 딘 부인은 우더링 하이츠에 살고 있다고 하였다. 하이츠를 찾아간 로크우드는 캐시와 헤어턴이 아주 친밀하게 지내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딘부인으로부터 히스클리프의 怪異(괴이)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로크우드가 런던으로 떠난 후 보름쯤 되어서 히스클리프는 나를 우더링 하이츠에서 일하라고 했다. 그는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나는 캐시와 같이 있게 되어 대단히 기뻤다. 그는 캐시와 부딪히는 게 피곤하다고 했다. 나는 그레인지로부터 많은 책을 몰래 가져와서 그녀에게 주었다.
캐시는 처음에는 독서에 만족했지만 우더링 하이츠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갇혀 있는 생활에 짜증을 냈다. 봄이 왔다. 그녀는 고독에 지쳐서 혼자 앉아 있는 것보다는 조세프와 싸우기라도 하는 것이 더 좋았다.
헤어턴은 여전히 그녀를 무뚝뚝하게 대하며 아예 말을 걸지도 않았다. 캐시는 헤어턴에게 친구로서 지내자며 몇 번이나 접근하지만 그때마다 거절당했다. 그동안 캐시가 자기를 너무나 무시하고 오만하게 굴었다는 것이었다. 보다 못해 내가 그에게 캐시와 친구가 되라고 충고하여도 그는 듣지 않았다. 캐시는 울면서 자신의 상황이 너무나 비참해서 누구에게나 거칠게 대했다며 헤어턴에게 용서를 빌었다.
헤어턴은 천둥 같은 고함을 지르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방바닥을 응시했다. 캐시는 본능적으로 헤어턴이 의도적으로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녀는 그의 뺨에 키스를 했다. 캐시는 헤어턴에게 책을 바르게 읽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해서 캐시와 헤어턴은 화해하고 그들의 우정은 사랑으로 발전해갔다.
# 14
歡喜(환희)의 미소를 지으며 죽어간 히스클리프
헤어턴은 캐시의 부탁을 받고 조세프가 아끼는 구즈버리(gooseberry)나무를 베어내고 화단을 만들었다. 분개한 조세프는 아침 식탁에서 히스클리프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히스클리프는 헤어턴에게 확인하는 질문을 했다. 헤어턴이 나무를 다시 심어 놓겠다고 말하자 캐시는 꾸중들을 사람은 자기라고 말했다.
히스클리프는 캐시를 叱責(질책)하면서 헤어턴에게 “누가 너보고 그녀의 말에 복종하라고 명령했나?”라고 따졌다. 헤어턴이 대답을 못하자 캐시가 나서서 자신의 땅을 모두 빼앗아 갔으면서도 화단을 만들 조그마한 땅 한 조각이 아까워 투덜거리냐며 히스클리프에게 대들었다.
히스클리프는 캐시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나가라고 고함을 질렀다. 캐시는 “헤어턴의 땅과 돈까지 빼앗아 갔지요”라며 헤어터과 자기는 친구가 되었기 때문에 “당신이 나를 때리면 헤어턴이 당신을 칠 테니까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좋을 거예요”라고 응수했다. 히스클리프는 격분하여 헤어턴에게 캐시를 방에서 끌어내라고 명령했다. 헤어턴은 캐시에게 밖으로 나가달라고 사정했다.
히스클리프는 헤어턴에게 캐시를 끌어내지 않는다고 고함지르며 자신이 직접 캐시에게 접근해 갔다. 캐시가 “이 악한아, 헤어턴은 당신 말에 더 이상 복종하지 않을 거예요” 라고 말하자 헤어턴은 히스클리프에게 그런 말을 쓰지 말라며 캐시를 책망했다. 히스클리프가 캐시의 머리채를 휘어잡았을 때 헤어턴은 그녀의 머리칼을 풀려고 애를 쓰면서 히스클리프에게 그녀를 놓아 줄 것을 애원했다.
히스클리프의 눈에 불이 붙은 것 같았다. 그는 캐시를 산산조각 찢어 낼 것 같이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캐씨를 풀어주었다. 그는 나와 캐시를 밖에 나가라고 하고 헤어턴에게는 다른 데 가서 밥벌이를 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종일 부엌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히스클리프와 헤어턴의 강렬한 紐帶(유대)
헤어턴은 자기 아버지 힌들리에 대한 히스클리프의 행동을 폭로한 캐시를 엄하게 질책했다. 그는 히스클리프가 악마라도 그의 편에 서겠다며 캐시에게 “당신은 내가 당신 아버지를 비난하면 어떻게 하겠나?”라고 했다.
캐시는 히스클리프와 헤어턴 사이에는 理性(이성)으로 깨뜨릴 수 없는 강렬한 유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캐시는 헤어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이후로는 히스클리프를 비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일시적이나마 헤어턴과 히스클리프 사이에 적대감을 부추긴 것을 후회했다.
캐시와 헤어턴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두터워져 갔다. 헤어턴은 캐시로부터 열심히 배웠다. 나는 그들이 내 자식 같았다. 나는 캐씨가 항상 자랑스러웠는데 이제 헤어턴도 캐시처럼 나에게 만족을 주었다. 그는 건장하고 핸섬한 청년이었다. 그의 정직하고 총명하고 따뜻한 性品(성품)은 그로 하여금 無知(무지)와 淺薄(천박)의 검은 구름에서 신속하게 벗어나게 하였다. 밝아오는 그의 정신은 그의 외모에다 고귀함을 보태었다.
비록 헤어턴은 스물 셋이고 캐시는 열여덟이었지만 그들의 마음은 아이들처럼 純眞 無垢(순진무구)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히스클리프가 이들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눈을 들어 히스클리프를 보았다. 그들의 눈은 캐서린 언쇼의 눈과 닮아 있었다. 특히 헤어턴은 눈 뿐 아니라 얼굴 모습이 캐서린의 모습 그대로 닮았다. 이 닮음이 히스클리프의 마음을 완전히 무장해제 시키는 같았다.
나중에 히스클리프는 나에게 “…나는 두 집안을 박살내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고… 단번에 두 집의 지붕을 날려 보낼 수 있어요. 내 적들은 나를 멸망시키지 못했어. 이제 그들의 자손에게 복수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누구도 그것을 막을 수 없어. 그러나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나는 평생 동안 노력했지만 결과는 그들에게 아량과 관용을 베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는 그들의 파멸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것 같아요…”라며 일상의 삶에 대한 모든 흥미를 잃어버렸다고 하였다.
그는 헤어턴을 보면 캐서린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그녀와 연관되어 있어요. 이 방의 바닥에도 그녀의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어요. 모든 구름, 모든 나무, 내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에서 그녀의 이미지가 나를 보고 있어요… 온 세상이 캐서린이 존재하였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추억의 집합체입니다. 그런데 나는 그녀를 잃어버렸어요!”라고 했다. 그는 이런 상태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 이제 싸움이 끝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했다.
히스클리프는 우리와 만나는 것을 피하는 것 같았다. 그는 밤마다 밖으로 나가서 다음 날 아침에 들어오곤 하였다. 식사도 하루 한 끼 정도만 하였다. 어느 날 아침 나와 헤어턴이 전나무 아래에서 4월의 꽃향기를 즐기고 있을 때 화단 가에 심을 앵초(primrose)를 가지러 갔던 캐시가 돌아오면서 히스클리프가 이상하다고 했다.
그가 ‘매우 밝고 명랑하고 대단히 흥분되어 있고 거칠고 기쁜’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히스클리프의 얼굴은 창백하였고 떨고 있었으며 그의 눈은 환희에 찬 듯이 광채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입으로는 캐서린을 부르고 있었다. 3일 간 계속해서 그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그는 옛날 캐서린의 방으로 올라가서 틀어박혀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단식을 하고 죽게 되면 교회 무덤에도 묻히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그는 그의 장례에는 목사도 올 필요없다며 “나는 내 나름대로의 천국을 준비해 놓았어요”라고 했다. 그 다음 날 밤에는 폭우가 내렸다. 아침에 집 밖을 순찰하다가 히스클리프 방의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히스클리프는 죽어 있었다. 그의 눈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한 손은 문지방을 쥐고 있었다. 의사는 사인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히스클리프가 나흘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숨겼다.
히스클리프의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하는 사람은 헤어턴 뿐이었다. 그는 밤새도록 시신 옆을 지키면서 비통하게 울고 있었다. 그는 히스클리프를 매장한 후 무덤에 잔디를 덮을 때도 눈물로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헤어턴과 캐시는 새해 설날에 결혼을 하고 쓰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우더링 하이츠는 조세프가 관리할 예정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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