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죽음의 大使(대사) 햄릿
‘햄릿’의 주제는 죽음이다. 인생의 최종 도달점은 무덤이고 사랑은 죽을 때까지 지속되지 않고 죽는다는 것-인간과 사랑은 둘 다 죽음을 숙명으로 가진다는 생각이 햄릿의 정신을 사로잡고 있다. 이 생각이 烙印(낙인)처럼 햄릿의 정신을 뜨겁게 지진다. 그의 정신은 죽음에 관한 苦惱(고뇌)의 불길 속에서 고통당하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과 그로 인해 햄릿이 경험하는 狂氣(광기)에 가까운 苦惱(고뇌)는 오필리어에게도 똑같이 재현된다. 오필리어도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거트루드 왕비에게 나타나는 사랑의 죽음은 극중 왕비의 사랑에도 그대로 반복된다.
죽음의 구름이 극 전체를 덮고 있다. 극의 진행과정에서 폴로니어스와 오필리어는 죽게 되고 오필리어는 관중들의 눈앞에서 매장된다. 햄릿은 로젠크랜쓰와 길덴스턴을 죽게 한다. ‘햄릿’ 이야기는 햄릿 아버지의 피살로 始動(시동)이 걸리고 유령의 등장과 함께 극이 시작된다:
〈이것은 무슨 뜻입니까?
죽은 시체인 당신이 다시 완전한 갑옷 차림으로
어스름한 달빛 아래 다시 찾아와서
이 밤을 섬뜩하게 만들고 그래서 造化(조화)의 어릿광대인 우리들을
우리의 영혼이 알아 낼 수 없는 걱정거리로
우리의 마음을 무시무시하게 뒤흔드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이 첫 장면은 ‘햄릿’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죽음의 曲調(곡조)를 울리고 있다. 우리는 무덤 너머의 공포에 대해서 유령으로부터 또는 햄릿의 冥想(명상)으로부터 직접 듣게 된다.
屍身(시신)의 부패에 대한 섬뜩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햄릿로부터 우리는 무덤 안에 있는 공포에 대해서 듣는다. 왕과 햄릿이 나누는 폴로니어스에 대한 대화는 고통스럽다. 햄릿의 묘지의 명상은 무자비할 만큼 사실적이다. 햄릿은 오래 전에 죽은 요릭(Yorick)의 해골을 들고 있다:
〈햄릿: 자, (해골에게) 마나님 내실로 달려가, 화장을 아무리 두껍게 하셔도 이 꼴이 요, 하고 웃겨보란 말이다. 여보게, 호레이쇼. 하나 물어 볼게 있네.
호레이쇼: 무슨 말씀입니까?
햄릿: 알렉산더 대왕도 땅 속에서 이런 꼴로 있었을까?
호레이쇼: 물론입니다.
햄릿: 그리고 냄새도 이렇게? 에퉤! (해골을 땅바닥으로 던진다.)〉
이런 죽음에 대한 언급은 극의 전체에 散在(산재)해 있으며 햄릿의 마음은 죽음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햄릿’의 비극에서 죽음은 가장 중요한 인간적인 주제이다. 그런데도 ‘햄릿’에는 ‘맥베스’(Macbeth)에서 보이는 정신적 惡(악)의 深淵(심연)이나 暗黑(암흑)에 대한 느낌이 없으며 ‘리어王’(King Lear)에서 나타나는 우주적인 어두움도 없다.
악의 주인공이면서 또한 악의 희생자인 맥베스는 사악한 우주에서 악의 巨人(거인)으로 興起(흥기)하며, 고난 받는 리어왕은 고통으로 인해 스스로 몸부림치고 있는 우주에서 고통의 화신으로 우뚝 솟아있다.
다시 말해서 맥베스와 리어왕은 그들이 몸담고 있는 우주의 屬性(속성)의 化身(화신)이면서 그 속성을 화산 같은 열정으로 표출하는 인물들이다. 우리는 주인공 자신들의 눈으로 주인공들의 고통을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햄릿’에서는 이렇지가 않다. 우리는 햄릿의 視覺(시각)으로 우주를 바라볼 필요가 없다. 비록 죽음의 사상이 극 전체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지만 그것이 다른 인물들의 정신에 깊이 심어지지는 않는다.
반면에 ‘맥베스’에서는 악에 대한 意識(의식)이, 그리고 ‘리어王’에서는 고통에 대한 의식이 극 전체를 통해서 未滿(미만)해 있다. 극의 始初(시초)에 유령이 나타나 햄릿의 父王(부왕)이 살해당한 사실을 밝히는 것 외에는 ‘햄릿’의 우주는 건강하고 생기가 있고 善性(선성)과 유머와 낭만적인 활기로 가득 찬 우주이다.
이러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여 죽음에 대한 의식에 사로잡힌 창백한 얼굴의 햄릿이 서 있다. 그는 사람들 속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죽음의 大使(대사)이다. 햄릿을 사로잡고 있는 죽음의 생각은 그를 고립과 비통과 잔인과 비행동성으로 이끈다.
죽음에 대한 의식은 햄릿의 정신 속에서 성장해 가면서 그의 정신을 분열시키고 다른 사람들의 정신에도 영향을 끼친다. 햄릿의 죽음의 意識(의식)은 枯葉病(고엽병)처럼 그 자신 뿐 아니라 그와 접하게 되는 사람들의 정신까지도 말라죽게 한다.
劇(극)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햄릿으로부터 나오는 죽음의 의식은 국가의 안전을 파괴하고 희생자를 속출시키다가 종국에는 무대 위에 屍身(시신)이 가득 차게 한다. 치명적인 죽음의 독약을 확산시키는 것은 햄릿의 의식 속에 생겨난 虛無主義(허무주의)이다.
# 14
클로디어스에 대한 긍정적인 視覺(시각)
햄릿에게는 죄가 없으며 클로디어스가 살인의 죄를 범했다는 것은 당연히 인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죄에 대한 책임과 因果關係(인과관계)를 떠나서 햄릿과 클로디어스의 皮相的(피상적)인 행동만을 지켜본다면 이들에 대한 통상적인 평가가 逆轉(역전)될 수도 있다.
클로디어스는 전적으로 악한 인간으로 그려져 있지는 않다. 우리는 덴마크 정부가 원만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본다. 클로디어스는 모든 면에서 뛰어난 외교가이며 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젊은 포틴브라스가 先王(선왕) 햄릿에게 죽음을 당한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며 군대를 모집하며 위협하자 클로디어스는 臥病(와병)중인 노르웨이 國王(국왕)에게 두 명의 대사를 파견하여 포틴브라스의 침공을 막아줄 것을 요구한다. 대사들에 대한 클로디어스의 연설은 그의 명료한 사고력과 능률적이고 자신 있는 국사처리의 징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코닐리어스경, 그리고 볼티먼드경,
연로한 노르웨이 국왕에게 보내는 親書(친서)의 使者(사자)로서
그대들을 파견하려고 하오. 상대방인 노르웨이국왕과의 折衝(절충)은
여기 明示(명시)되어 있는 條項(조항)의 범위 이내에서 하고
그 이상의 어떠한 개인적인 권한도 행사하지 마시오.
그럼 곧 떠나 빨리 임무를 끝내도록 하시오〉
대사들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귀환한다. 클로디어스는 大使(대사)들로부터 노르웨이 왕이 조카 포틴브라스의 덴마크침공계획을 중지시키고 사신을 환대하였으며 포틴브라스는 다만 폴란드를 정복하러 가는 길에 덴마크를 통과하기를 원한다는 보고를 들으며 또 노르웨이국왕의 우호적인 친서도 받는다:
〈짐은 대단히 흡족하오.
보다 더 熟考(숙고)한 후에 편지를 읽고
답장을 쓰고 本件(본건)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겠소.
우선 그 동안의 경들의 수고를 치하하는 바요.
가서 푹 쉬시오. 밤에는 祝宴(축연)을 베풀도록 하겠소.
귀국을 환영하오.〉
클로디어스는 전쟁대신에 외교적 수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여 덴마크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保全(보전)한 것이다. 國事(국사)의 처리에 있어서 신중하고 부하들을 정중하면서도 위엄을 갖추어서 대하고 그들의 노고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祝宴(축연)에 초대하는 클로디어스는 진정한 지도자의 자질을 보여준다.
클로디어스의 연설이 주는 인상은 업무수행에 있어서 민첩성과 능률이다. 불필요하고 附隨的(부수적)인 것은 제외하고 일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고 그래서 삶의 좋은 것들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친절하고 자신감이 있으며 즐거운 일을 좋아하는 인간-클로디어스는 이런 유형의 인간이다.
劇의 전반부 전체를 통해서 클로디어스는 훌륭한 왕일 뿐 아니라 친절한 삼촌의 典型(전형)으로 나타난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과도하게 哀悼(애도)하는 햄릿에 대한 그의 충고는 놀라울 만큼 적절하다:
아서라! 그것(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역하는 것)은 하늘을 어기고
故人(고인)을 어기고 자연을 어기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理性(이성)에 반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이성이란 본시 어버이의 죽음을 당연한 이치로 삼고 있으며
인간이 처음으로 죽은 때부터 오늘 죽은 사람에 이르도록
이성은 “이것(죽는 것)은 당연한 것이야”라고 외쳐오고 있네.
이것은 어머니의 불륜과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극단적으로 비참한 상태에 빠져 정신이 거의 나가버린 예민한 성격의 인간에게 주는 상식적인 충고이다. 클로디어스왕 및 그의 朝臣(조신)들의 세계와 햄릿의 세계는 서로가 다르다. 왕과 신하들은 일반적인 세계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 15
보통 인간 클로디어스와 超人間(초인간) 햄릿
그들은 죄를 범하고 어리석은 짓을 하고 경박하며 화려함과 야함을 즐긴다. 그들은 인간의 모든 결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건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인류에 속하고 있는 인간들이다. 그들은 인간의 삶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자신들의 삶과 자신들을 믿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햄릿은 비인간적이다. 사랑과 인생의 경박함을 경험한 그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그는 심지어 자신도 믿지 않는다. 그는 유령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으며 검은 옷을 입은 유령의 존재는 그와 모든 사람에게 죽음을 상기시키는 표상이다. 햄릿은 죄가 없으며 옳은 사람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클로디어스의 미소는 살인을 隱蔽(은폐)하고 있고 햄릿 어머니의 삼촌에 대한 사랑은 햄릿 아버지에 대한 不貞(부정)이 되며 오필리어는 햄릿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 괴로워할 때 그를 저버렸다.
햄릿의 철학은 필연적이며 비난할 점이 없고 반박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철학은 생의 否定(부정)이다. 그것은 죽음이다. 그래서 햄릿은 클로디어스에게 그의 범죄를 상기시켜주는 사람으로서 지속적인 공포의 대상이 된다.
폴로니어스가 인간의 僞善(위선)에 대해서 말할 때에 클로디어서는 “그 말이 내 양심을 심하게 채찍질하는구나!”라는 悔恨(회한)의 말과 함께 자신의 행동은 “짙은 화장을 한 창녀의 뺨” 보다도 더 추악하다라는 自愧(자괴)의 말을 중얼거린다. 햄릿이 각색한 “곤자고의 살인”이 클로디어스로 하여금 양심의 가책으로 몸부림치게 한다.
클로디어스는 햄릿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순수한 後悔(후회)로 인해 괴로워한다. ‘Oh, my offence is rank, it smells to Heaven'(오, 나의 죄에서 악취가 나는구나. 악취가 하늘에까지 나는구나)로 시작되는 그의 기도는 고뇌하는 영혼의 가장 아름다운 기도문이다:
〈이 저주받은 손이 형의 피로 인해 원래보다 붉게 된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아름다운 하늘에는 이 손을 눈처럼 하얗게 씻어줄 만한 비는 없는가?
죄지은 인간의 얼굴을 씻어 주시지 못할 바에야 자비는 어디에다 쓸 것인가?〉
그는 기도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두려움을 느낀다. 그는 罪(죄)의 결과로 얻은 즐거운 것들 때문에 束縛(속박)당하고 있다. 그는 ‘나의 잘못은 과거의 일이다.’라고 부르짖는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살인의 전리품인 형의 왕관과 형의 아내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는 벗어나기 힘든 궁지에 몰려있다. 클로디어스는 겉으로는 범죄자가 아니다.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그는 그 자신과 범죄를 연결시키고 있는 인과관계의 사슬에 묶여있는 선하고 온화한 왕이다.
만약 햄릿만 없었더라면 그는 이 因果(인과)의 사슬을 끊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만사가 잘 풀려 나갔을 것이다. 햄릿의 존재를 인정한다 하더라도-그는 햄릿이 위텐버그(Wittenberg)로 돌아가지 말고 옆에 있기를 진심으로 원하였다-그리고 그의 살인은 돌이킬 수 없는 범죄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후의 클로디어스의 행동을 전적으로 나무랄 수는 없다.
햄릿은 그가 클로디어스의 죄를 알고 있다는 사실말고도 국가에 위험한 인물이다. 그는 인간이랄 수 없는 인물이거나 초인간으로서 그의 의식은-도스토예프스키의 '惡靈(악령)'의 주인공 스타브로긴(Stavrogin)처럼-죽음에 집중되어 있다. 스타브로긴처럼 그는 주변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사람들은 햄릿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그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는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가 덴마크왕이었다면 클로디어스보다 천 배나 더 위험하였을 것이다. 클로디어스의 기도의 마지막 부분은 悽然(처연) 느낌마저 준다:
苦惱(고뇌)하는 영혼의 아름다운 기도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겠는가? 어떻게 해야 마음이 편안할까?
悔改(회개)하자. 회개로써 안 될 일이 있겠는가?
그러나 사람이 회개할 수가 없을 때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 비참하구나! 아, 죽음같이 어두운 이 가슴!
덫에 걸린 영혼, 벗어나려고 몸부림 칠수록
더 조여오는구나! 천사들이여, 살려주십시오. 노력해보자.
이 딱딱한 무릎을 굽혀라. 그리고 강철줄 같은 가슴아.
갓난아기의 힘줄처럼 부드러워져다오.
만사가 잘 될지어다〉
이 아름다운 기도-苦惱(고뇌)하는 인간 영혼의 아름다운 꽃-는 왕의 양심을 고문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햄릿과 대조를 이룬다. 복수와 정복에 도취된 햄릿의 눈은 빛을 내고 있다. 그는 왕이 더욱 저주스러운 상태에 있을 때 죽이기 위해서 복수를 뒤로 미룬다.
그리고는 그의 어머니의 영혼을 비틀기 위해 어머니의 방으로 간다. 이 순간 참회하며 괴로워하는 클로디어스와 영혼이 천국에 갈 수 없는 순간을 포착하여 죽이기 위해 살해를 연기하는 햄릿 중 누가 천국에 더 가까이 있는지가 분명해진다.
누구의 말이 예수의 마음에 더 들 것인가도 알 수 있다. 누가 善(선)의 化身(화신)이고 누가 악의 화신인지 구별된다.
물론 클로디어스는 그의 美德(미덕)에 못지않게 결함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는 살인과 叛逆(반역)과 음모의 죄를 지은 重罪人(중죄인)이다. 그러나 처음의 살인을 제외하고는 나머지의 죄는 상황이 그에게 강요한 죄이다. 그는 창의적이고 현명한 행동과 자애로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신뢰와 왕비에 대한 사랑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나로서는
나의 덕이든 재앙이든 그 어느 쪽이든
왕비는 나의 삶과 영혼에 너무나 밀접하여
마치 저 하늘의 별이 그의 궤도를 떠나서는 돌지 못하듯이
왕비를 떠나서는 살아갈 수가 없소.〉
# 16
햄릿에게 나타나는 惡(악)의 요소
간단히 말해 클로디어스는 대단히 인간적이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햄릿에게 결여된 자질이다. 햄릿은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본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인간을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냉소는 事案(사안)에 따라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치명적이며 惡意的(악의적)인 것이다.
인간적인 본능에 따라 평범하게 세속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인 레어티즈, 폴로니어스, 오필리아, 로젠크란쓰, 그리고 길덴스턴은 超人間(초인간) 햄릿으로부터 떨어져서 자기들끼리 동맹관계를 형성한다.
레어티즈는 오필리어에게 햄릿과 친밀하게 지내지 말 것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폴로니어스도 똑같이 경고한다. 이들은 사실상 反햄릿 동맹을 맺는다. 이들은 햄릿으로 인해 당황하고 햄릿을 두려워한다.
햄릿은 자신과 호레이쇼 외에는 친구가 없으며 유령사건 이후로 호레이쇼는 실체가 없는 유령 같은 인물이 되어 햄릿의 말에 무조건 同意(동의)만 하는 인물이 된다. 이들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피와 살을 가진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햄릿은 피와 살이 없는 인물이다. 그는 예리한 지성과 뛰어난 통찰력과 냉소적인 성향을 가진 유령 같은 인물로서 자신은 물론 그 누구에 대해서도 믿음이 없으며 오필리어에 대한 사랑을 죽이고 발광 직전의 상태까지 이르며 殘虐(잔학)을 즐기고 클로디어스를 고문하고 어머니의 가슴을 후비어 파며 덴마크 궁정에는 毒(독)과 같은 존재이다.
그는 보통 사람들 가운데에 있는 超人(초인)이다. 그는 죽은 사람의 유령과 같이 걸으며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초인간이다. 그리고 그의 의식은 죽음과 人間事(인간사)에 대한 냉소적인 否定(부정) 속에서 활동한다. 그는 진실을 보았다. 그는 덴마크에 대해서 뿐 아니라 인류와 우주에 대한 진실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그 진실은 악이며 도덕적 허무주의이다. 햄릿은 덴마크라는 나라에 있는 악의 요소이다. 그의 정신적 악의 毒素(독소)는 酸(산)이 금속을 부식시키는 것처럼 살과 피를 가진 사람들 속으로 擴散(확산)되어 간다.
햄릿 앞에서 사람들은 束手無策(속수무책)이며 전염병의 희생자처럼 연달아 쓰러진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하며 강한 사람들이지만 햄릿이 가지는 정신적 악마는 더 강력하다. 그들은 허망하게도 그를 덴마크에서 추방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덴마크를 떠나지만 이내 그들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무덤에서 죽음에 대한 명상에 잠긴다. 햄릿을 사로잡고 있는 惡靈(악령)은 모든 사람을 죽일 때까지는 만족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햄릿까지도 죽인다:
〈내가 본 그 유령은
악마일지도 모른다…〉
그 유령은 죽음의 지식을 가진 악마로서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상태에 있는 햄릿을 사로잡아 그로 하여금 점점 더 비통해지고 더 냉소적으로 만들고 살인과 광기로까지 몰아간다. 햄릿은 이 세상에 지옥을 경험하고 확신시키는 대가를 치르고 유령과의 대화를 사들였다.
그러나 우리가 오필리아, 폴로니어스, 로젠크란쓰, 그리고 길덴스턴 등과 아무리 공감하더라도 한 가지 猶豫(유예)할 것이 있다. 정의로운 것은 햄릿이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것, 그가 그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모두 진실이며 그의 논리에는 어떠한 誤謬(오류)도 없다.
그의 어머니는 정말로 不貞(부정)하다. 그리고 오필리아의 美貌(미모)는 그녀의 세속적인 美(미)에 비례해 연약하고 신뢰할 수 없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 폴로니어스는 ‘바보 같은 수다쟁이 악한’이다. 로젠크란쓰와 길덴스턴은 時流(시류)에 영합하는 자들이고 아첨꾼들이다.
클로디어스는 자애로움 뒤에 살인의 죄를 숨기고 있으며 그런 사실 때문에 ‘미소 짓는 악한’이다. 같은 방법으로 冷笑(냉소)하는 악마도 옳다. 냉소하는 사람과의 논쟁은 불가능하다. 냉소적인 사람에게 논쟁을 제의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논리의 전쟁에서는 냉소의 악마가 모든 무기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
셰익스피어의 ‘햄릿’(Hamlet) ⑤
- 朴承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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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1-26, 09: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