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올드만, 데미 무어 주연의 영화 '주홍글씨'(1995) 포스터
자비로운 修女(수녀)가 된 헤스터
7년이 지나갔다. 5월 초순 어느 날 밤 딤즈데일은 괴로움에 못 이겨 夢遊病者(몽유병자)처럼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서 헤스터가 공개전시를 당했던 교수대에 올라갔다. 그의 가슴에 새겨진 주홍글자를 온 우주가 응시라도 하고 있는 듯 딤즈데일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 소리는 집들과 산들에 부딪혀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마침내 해냈어! 온 마을이 깨어나서 이리로 달려 와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잠을 자면서 딤즈데일의 비명을 자신의 꿈에서 나는 소리로 착각하거나 마녀의 소리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딤즈데일이 냉정을 조금 회복했을 때 등불 하나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윌슨 목사였다. 윌슨 목사는 前 주지사 Winthrop(윈쓰롭)의 臨終(임종)을 지켜보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가 교수대 옆을 지나갈 때 딤즈데일은 자신을 밝히지 못하고 침묵을 지켰다.
딤즈데일은 새벽이 오고 날이 새면 사람들이 달려 와서 수치심 때문에 죽음의 상태에 이른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보고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린다. 어린아이의 밝고 명랑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펄이었다. 그리고 헤스터가 아이와 함께 있었다.
그녀도 윈쓰롭의 임종을 지켜보고 오는 길이었다. 딤즈데일은 헤스터와 펄을 교수대에 올라오게 하고 그들의 손을 잡았다. 펄은 다음날 정오 때까지 교수대에 함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딤즈데일은 최후의 심판일에 다 함께 손잡고 있게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때 流星(유성)들이 구름 낀 하늘을 밝히며 지나갔다. 마을 전체의 輪廓(윤곽)이 드러났다. 칠링워스의 모습이 보였다. 딤즈데일은 헤스터에게 칠링워스의 정체를 물어 본다. 헤스터는 칠링워스에게 한 맹세를 생각하고 침묵을 지켰다. 딤즈데일은 칠링워스에게 이끌려 집으로 향했다.
지난 7년 동안 헤스터는 자신을 완전히 죽이고 살았었다. 그녀는 사람들과 결코 다투지 않았다. 자신의 죄 값을 치르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난한 사람과 병자와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친절하게 도와주는 봉사와 희생의 미덕을 쌓으며 도덕적 純粹(순수)의 길을 갔다.
사람들은 그녀를 호의적으로 보기 시작했고 그녀는 ‘자비의 수녀’(Sister of Mercy)였다. 사람들은 그녀의 가슴에 있는 주홍글자를 수치와 죄악의 징표가 아니고 여성의 힘을 상징하는 Able의 A라고 말했다. 또한 주홍글자 A는 수녀의 가슴에 달려 있는 십자가처럼 모든 재앙을 물리치는 성스러운 힘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주홍글자는 헤스터의 정열과 매력을 모두 枯渴(고갈)시켜 버렸다. 그녀에게는 나뭇잎이 떨어진 裸木(나목)처럼 사랑과 정열과 매력과 활력의 열매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至高(지고)하고 至純(지순)한 청교도의 도덕률이 그녀를 질식시켜버린 것이다.
인간정신의 고결함을 파괴한 칠링워스
그러나 그날 밤 교수대에서 본 딤즈데일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헤스터는 칠링워스가 딤즈데일을 죽이고 있다는 것을 感知(감지)하게 되었다. 그녀는 약초를 캐고 있는 칠링워스를 찾아가서
〈“…당신은 자나깨나 목사님의 옆에 있어요. 그의 생각을 탐색하고 있어요. 당신은 그의 심장에 굴을 파고 들어가서 심장을 곪게 하고 있어요! …당신은 그를 매일 죽음을 당하도록 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그는 당신을 누구인지 모르고 있어요. 내가 당신과의 사이를 비밀로 하는 바람에 나도 결국 그에게 해를 끼치는 악역을 하고 있어요…”〉
라며 차라리 그를 치료하지 말고 죽게 놔두라고 간청한다. 칠링워스는 용서는 불가능하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헤스터는 딤즈데일을 고문하면서 죽이고 있는 칠링워스의 정체를 딤즈데일에게 알려주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인디안 마을에 다녀오는 딤즈데일을 숲에서 만난다. 숲에서는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딤즈데일은 비참한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헤스터는 칠링워스가 자신의 남편이라고 밝히고 이것을 비밀로 한 것에 대해 용서를 빈다. 딤즈데일은 처음에는 용서를 거부하다가 “…우리는 최악의 죄인은 아닙니다. 오염된 성직자보다 더 사악한 자가 있어요. 저 노인의 복수는 나의 죄 보다도 더 검어요. 그는 인간정신의 고결함(the sanctity of a human heart)을 냉혹하게 파괴해버렸어요. 당신과 나는 절대 그런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라며 헤스터를 용서한다.
인간의 법이나 청교도의 도덕적 굴레가 없는 숲에서 두 사람은 긴 이야기 끝에 보스톤을 떠나서 자유롭게 사랑으로 결합할 수 있는 유럽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딤즈데일은 청교도 사회의 모든 規範(규범)에 냉소를 던지며 자유로운 정신으로 마을로 향해갔다.
# 4
사람마다 가슴속에 숨겨진 죄에 대한 공포와 고통이 있다
집에 돌아와서 딤즈데일은 칠링워스가 주는 약을 거절하고 3일 후에 있을 新任(신임) 주지사의 就任(취임)을 축하하는 선출설교(Election Sermon: 새로 선출된 신임주지사의 취임식에서 하는 설교) 원고를 작성했다.
딤즈데일의 설교는 고통받는 인간의 고뇌로 가득 찬 표현이어서 모든 사람의 가슴에 깊은 反響(반향)을 일으켰다. 그것은 모든 죄인을 용서하고 동정하라고 호소하는 설교였다. 그래서 대단히 감동적이었다. 사람마다 가슴속에 숨겨진 죄에 대한 공포와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
청중들은 인류역사상 어떠한 사람도 오늘의 딤즈데일만큼 그토록 거룩하고 그토록 고매한 정신으로 설교한 적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청중들 마음은 悲哀(비애)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들은 극도로 쇠약해진 딤즈데일 목사에게 죽음이 다가 오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식이 끝나고 주지사를 비롯한 고위인사들이 軍樂(군악)에 맞추어 장터까지 행진했다. 그 때 딤즈데일이 창백한 얼굴로 교수대 앞으로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그리고 헤스터와 펄을 가까이 오라고 불러서 같이 교수대로 올라갔다.
군중 속에 있던 칠링워스가 달려나와서 딤즈데일의 팔을 잡고 “…제가 목사님을 구할 수 있습니다. 목사님의 거룩한 자리를 수치스럽게 하시렵니까?”라며 그를 만류했다.
그러나 딤즈데일은 “…당신의 힘은 이제 과거의 것이 되었소. 이제 나는 하나님의 도움으로 당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습니다”라며 교수대에 올라갔다. 딤즈데일은 칠링워스의 “당신이 전 세계를 찾아 다녀도 이 교수대외에는 나로부터 도망갈 곳은 없어. 어떠한 비밀 장소도 없어!”라는 말에 “이 곳으로 나를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응답했다.
그는 또 헤스터에게 “이것이 우리가 숲에서 꿈꾸었던 것보다 낫지 않소?”라고 말했다. 그러나 헤스터는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더 낫다고요? 그래요. 우리 둘 다 죽어요. 그리고 어린 펄도 우리와 함께 죽어요!”라고 絶叫(절규)했다.
딤즈데일은 헤스터의 부축을 받고 또 펄의 손을 잡고는 사람들에게 자기의 가슴에 새겨진 주홍글자를 보여 주며 죄를 고백했다. 그리고 헤스터의 팔에 안겨서 죽었다. 딤즈데일이 죽은 지 1년도 안 되어 칠링워스도 죽었다. 헤스터는 펄과 함께 뉴잉글랜드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서 가슴에 주홍글자를 스스로 달고 살다가 생을 마쳤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