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니엘 호돈의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 ⑤

정열의 사랑이 善行(선행)의 사랑으로 昇華(승화)
# 9
정열의 사랑이 善行(선행)의 사랑으로 昇華(승화)


징벌의 세월이 흘러갈 동안 헤스터는 사회에서 금지된 사랑을 숭고한 형태로 나타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녀는 자비와 동정과 봉사처럼 법과 규정으로 强要(강요)할 수 없는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간다.

정열의 사랑이 선행의 사랑으로 昇華(승화)한 것이다.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옷을 만들고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대가는 때때로 조롱과 비웃음이지만 그녀는 이런 선행을 계속한다.

그녀는 병든 사람들을 돌보고 죽게 되면 그들의 임종을 돌보았다. 이러한 비상 상태에서 그녀의 천성은 따스함을 풍부히 보여주었다. 그녀의 ‘따뜻함은 항상 솟아오르는 샘물’ 같았다. 사랑 때문에 사회에서 추방을 당했지만 ‘스스로 敍任(서임)된 자비의 수녀’로서 그녀는 사람들로부터 따뜻하게 迎接(영접) 받았다.

그녀는 정처가 없는 죄인이며 청교도 사회가 억압하는 정열과 애정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 정열과 애정이 없이 사회는 존속할 수 없다. 헤스터에게 주홍글자의 징벌을 가하는 청교도들도 아무리 존경받을 만하고 덕성이 훌륭하더라도 헤스터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내면에는 죄가 있는 정열이 있기 때문에 헤스터는 種族(종족)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주홍글자로 죄 값을 치르는 희생의 양 역할을 한다.

일반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죄를 공개적으로 스스로에게 烙印(낙인)함으로써 헤스터는 사회대중의 양심을 淨化(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서 딤즈데일은 정열의 죄 보다는 僞善(위선)의 죄로 인해 더 고통 받으며 그가 죄를 공개적으로 고백하지 못하는 것은 용기의 부족과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일반적으로 推定(추정)한다. 그러나 소설 전체를 통해서 그가 전달하는 인상은 신체적으로는 허약하지만 예외적일 만큼 강력한 인격과 인성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그의 죄가 단 한 번의 충동적 행동에 의한 것이었다면 그것은 이제 과거의 일로 처리되어야 한다. 숲 속에서의 대화에서 헤스터는 신비할 만큼 정확하게 이 점을 지적한다:

〈“당신은 깊이 뉘우쳤어요. 당신의 죄는 먼 과거의 지나간 일이에요. 현재 당신의 삶은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것 보다 더 거룩하고 진실합니다. 당신의 懺悔(참회, penitence)는 당신이하는 훌륭한 일들이 증언하고 확인하는 바와 같이 진실한 것이 아니겠어요?”
“아니오, 헤스터. 나의 참회에는 진실이 없어요. 그것은 차갑고 죽은 참회여서 나를 위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나는 贖罪(속죄)의 苦行(고행)은 충분할 만큼 했지만 참회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 10
진실은 인간을 당당하게 만든다


아서를 공포에 사로잡히게 하는 것은 죄의식이 아니라 그가 당연히 느껴야 한다고 믿고 있는 죄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진지하게 기도했다. 그는 禁食(금식)과 徹夜(철야)와 심지어 채찍질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의 내면의 의식에는 참회는 없었다. 그에게 참회가 불가능한 이유는 그의 무의식의 깊은 곳에는 아직도 사랑을 하고 있으며 헤스터와 마찬가지로 그의 정열을 후회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그가 신봉하고 있는 정통기독교 교리 때문에 그를 얽어매고 있는 異端的(이단적)인 열정을 인정할 수는 없지만 그 열정은 참회의 노력을 무력화시킨다. 무의식적인 정열이 의식적인 도덕의식을 억압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게는 진심의 참회가 불가능하다. 참회라는 當爲(당위)와 정열이라는 사실간의 치열한 갈등으로 인해 딤즈데일의 심신은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아서는 분명히 사랑의 司徒(사도)는 아니다. 그는 웅대한 정열의 신비에 入門(입문)하는 인물의 典型(전형)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의 영혼의 깊은 곳에서 정열의 神-그의 관점에서 보면 악마적 에로스(Eros)-과 접촉했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열은 헤스터의 삶의 기본적 원칙이다. 그녀는 마음 속으로는 주홍글자 ‘A'를 죄의 부끄러운 징표가 아닌 사랑의 자랑스러운 깃발로서 간주하고 있다.

반면 아서는 그와 헤스터를 연결해주는 媒體(매체)인 정열을 죄악으로 징벌하는 사회적 종교적 규범에 진심으로 獻身(헌신)한다. 그는 삶과 이미지를 형성하는 正統的(정통적) 종교관과 자신의 정열을 同化(동화)시킬 수가 없다. 헤스터에 대한 그의 사랑은 무의식의 수준까지 沈潛(침잠)하면서 그의 참회를 저지한다.

헤스터와 펄과 함께 교수대에 서 있던 그날 밤처럼 그의 사랑이 일시적으로 타오를 때는 아서는 자신의 사랑을 驚異(경이)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는 사랑을 외부에서 그에게 흘러들어 오는 힘이라고 느낀다. 그는 사랑의 감정을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새로운 생명에서 솟아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랑을 자신의 한 부분으로 인정할 수도 없고 인정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유럽으로 사랑의 도피를 하자는 헤스터의 제안에 동의할 때 딤즈데일은 헤스터와 처음으로 사랑을 할 때처럼 사랑을 그의 일차적인 삶의 원칙으로 삼는 데에 동의한다.

그는 헤스터처럼 사랑의 정열 위에 미래를 세우려고 한다. 이제 목사 딤즈데일은 연인이 되는 것이다. 생애 처음으로 아서 딤즈데일은 정열을 수용하고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만들게 되었다.

일단 헤스터의 계획에 동의하게 되자 아서는 마음의 위안과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말하자면 그의 정신은 그를 땅위에 기어가도록 만든 그 동안의 모든 비참함을 단번에 뛰어 넘어 하늘까지 튀어 올라갔다.”
그는 사람이 기독교 같은 종교에 改宗(개종)할 때 느끼는 환희를 경험하고 그를 개종으로 이끈 女子司祭(여자사제)에게 감사한다:

〈“오, 헤스터, 당신은 나의 훌륭한 천사입니다. 병들고 죄악으로 얼룩지고 슬픔으로 어두웠던 나 자신을 이 숲에 쌓여있는 나뭇잎 위에 던져버리고 새 사람이 되어 자비로우신 하나님에게 영광을 돌릴 수 있는 새로운 힘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이것이 더 좋은 삶이요! 우리는 왜 조금 더 빨리 이것을 알지 못했을까요?”〉

아서가 새로이 얻은 열정을 지금까지 숭배해온 청교도 하나님에 대한 敬拜(경배)와 관련시키는 것을 보고 헤스터는 不吉(불길)한 생각에서

〈“과거를 돌아보지 맙시다… 과거는 지나가 버린 것이에요. 무엇 때문에 우리가 과거에 머물러 있어야 하나요? 보세요! 난 이 징표를 떼어버리고 없던 것으로 하겠어요!”〉

라고 말하며 주홍글자를 떼어내어 던져 버린다. 이것은 象徵的(상징적)인 행동으로서 그들을 구속하고 저주하고 있는 법으로부터 정열이 그들을 구해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정통기독교 律法(율법)에서 벗어나서 정열의 神을 섬기기로 改宗(개종)을 한 아서는 숲에서 마을로 돌아오면서 자신이 강력한 에너지로 充電(충전)되는 것을 느낀다. 마을의 거리를 급한 걸음으로 지나갈 때 “그의 사상과 감정에 일어나는 혁명에 대한 또 다른 증거들”이 나타난다.

그는 거리의 사람들에게 異端(이단)과 不敬(불경)과 神聖冒瀆(신성모독)의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퍼붓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는 이런 충동을 억압하는 自我(자아)보다도 더 깊은 자아-초사회적이고 자연스럽고 반문명적인 자아-가 마침내 해방되어 그토록 오랫동안 그를 감금하고 沈潛(침잠)시켰던 정통교리에 복수하려고 하는 충동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집에 도착해서도 그가 그토록 많은 고뇌의 시간을 보낸 낯이 익은 書齋(서재)에서 그의 감정은 여전히 高潮(고조)된다:

〈“그는 기존의 익숙한 현실에서 떨어져 나와 이전의 자신을 경멸하고 동정하면서, 그러면서도 반쯤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전의 나 자신은 가버렸어! 전혀 다른 사람이 숲에서 돌아왔다. 이전의 내가 전혀 도달할 수 없었던 숨겨진 神秘(신비)의 지식을 가진, 보다 현명한 사람이 되어 돌아왔어…”〉

아서는 헤스터의 공개적 징벌이 있은 이후 숲에서 그녀와 재회하는 7년 동안 神權(신권) 정치사회 지도자로서의 양심에 따라 정열을 抑壓(억압)하고 멀리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정열에서 도피하고 그것을 무시하려고 함으로써 정열을 克服(극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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