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만물을 생성의 열기로 몰아 부치는 神의 사악한 대리자 太陽
테스는 ‘하얀 얼굴을 한 달’(a white-faced moon) 아래에서 고된 하루의 일을 마친다. 테스가 거처로 돌아 왔을 때 알렉이 다시 나타나서 그녀 가족의 곤궁한 상황을 알려주며 자기와 함께 떠날 것을 권유한다. 테스는 가족의 고난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과 에인젤의 아내로서 끝까지 貞節(정절)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감내하기 힘든 갈등에 처하게 된다.
하디는 이 시점에서 테스에게 어떠한 구원의 가능성도 제시하지 않고 自暴自棄(자포자기)상태로 테스를 몰아 부치고 있다. 알렉의 무자비하리만큼 執拗(집요)한 압력이 테스에게 가해지고 있을 때 차가운 달빛이 테스의 얼굴을 비춘다.
테스는 용기 있는 결심에도 불구하고 극한의 상황에 몰린 가족을 구하기 위해 알렉의 욕망에 굴복하게 되고 아이로니컬하게도 에인젤이 이때 귀국하게 된다. 에인젤은 테스를 찾아내지만 너무 늦었다. 필사적인 심정에서 테스는 알렉 더어버빌을 찌르고 그 피가 브루크스 부인의 백색 응접실 천장에서 심장모양으로 붉게 베어 나온다.
테스와 에인젤은 도피 끝에 스톤헨지에 이르는 데 이 마지막 장면에서 태양신이 나타난다. 지칠 대로 지친 테스는 에인젤이 지켜보는 가운데 희생의 제단에 눕는다. 그녀는 “여기에서 하나님에게 희생물을 바쳤어요?”라고 묻는다. 에인젤이 이를 부정하자 테스는 “누구에게 바쳤어요?” 다시 묻는다. 그러자 에인젤은 “태양에게 바쳤다고 생각해요.”라고 대답한다.
하디는 태양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 즉 생명의 원천이고 施惠(시혜)적이며 재생적인 태양의 역할을 무시하진 않지만 그의 소설에서의 태양은 사악하며 죽음의 이미지가 된다.
프룸 벨리(Froom Valley)의 탈보트헤이즈 낙농장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抒情性(서정성)이 매우 높고 直喩(직유)와 隱喩(은유) 및 시각적 이미지로 가득하여 전원적 낭만적인 詩를 연상시킨다. 탈보트헤이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햇빛 찬란하고 평화로우며, 아늑한 전망과 삶에 대한 감미로운 예찬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풍경 같다.
그곳은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牧歌的(목가적)인 세계이고 에덴(Eden)같은 곳이다. 그러나 탈보트헤이즈에는 또 하나의 그림이 형성된다. 만물이 지나치게 성숙되고 비옥하며 햇빛 찬란한 푸름이 너무 심하여 질식할 정도이다. 에로틱한 분위기가 넘쳐나고 태양의 공격적 활동은 혼돈을 일으킬 정도이다.
테스는 우유와 버터가 넘쳐나도록 생성되고 있는 탈보트헤이즈에 오후 늦게 도착한다. 얼룩소의 흰색과 붉은 색 및 젖소의 뿔에서 반사되고 있는(죽은 프린스의 편자가 햇빛을 눈부시게 반사했듯이) 햇빛은 “현기증이 나도록 찬란하다.”
〈붉고 흰 얼룩소들의 짙은 색채는 현기증이 나도록 찬란하게 햇빛을 반사하고 그들의 뿔 위에 있는 놋쇠 장식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굵은 핏줄이 보이는 젖통은 모래자루처럼 무겁게 달려있었고 젖꼭지는 집시 族(족)의 항아리 다리처럼 뻗어있었다. 그리고… 젖이 베어 나와서 땅바닥에 방울방울 떨어졌다.〉
사람과 동물뿐 아니라 식물까지도 태양의 열기에 들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태양의 열기를 받아 樹液(수액)은 소리 없이 흐르고 꽃잎은 열리고 향기는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태양은 지상의 모든 생명체로 하여금 능력의 극한까지 생명활동에 열중하도록 몰아 부치고 있는 것이다.
테스와 에인젤은 서로 사랑하게 되는데 그 사랑은 通常的(통상적)인 의미의 건강한 사랑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 내면의 어떤 특별한 것 때문이 아닌 외부의 불길한 어떤 것 때문에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며,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힘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계속해서 만났다: 그들은 그것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매일의 이상하고도 엄숙한 시간인 해가 뜨기 전의 어스름한 때에, 紫色(자색)이나 분홍색의 새벽에 만났다. …아침의 황혼 때에는 빛은 적극적이고 어두움은 소극적으로 보였다. …초원으로 뻗쳐있는 그 유령 같고 희미하며 물기를 품고 있는 빛은 그들이 마치 아담과 이브인 것처럼 그들에게 고립감의 인상을 刻印(각인)시켜 주었다.〉
테스와 에인젤이 새벽에 함께 산책할 때에 새벽빛은 ‘기이하면서도 광채가 나는 어두운 빛’을 테스의 얼굴에 투사하고 이때의 테스는 “안개 사이로 솟아오르면서 일종의 燐光(인광)을 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빛의 이미지는 테스의 축복은 환상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프룸 벨리에서 테스와 에인젤의 사랑은 계절이 성숙되어 감에 따라 깊어간다. 그러나 이러한 사랑의 감정은 테스나 에인젤이 바라던 바가 아니며 에인젤에게 열정을 품고 있는 이즈와 마리안 및 레티에게도 해악을 가져온다. 테스가 탈보트헤이즈에 온 것은 새 출발을 위한 것이지만 그녀는 결혼을 하지 말고 독신으로 있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테스는 어떠한 남성과도 결혼할 수 없으며 자신은 그러한 유혹에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한다. 에인젤은 낙농기술을 습득하러 왔지만 한 여름의 生成熱氣(생성열기)에 압도되어 일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테스에 대한 열정만 더 해 갈 뿐이다.
테스와 同宿(동숙)하고 있는 세 처녀들도 사랑의 열정에 사로잡혀 있다. 테스는 잠을 자다가 세 처녀들이 아래층 정원에 있는 에인젤을 바라보며 그리워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들은 잠옷을 입은 채 맨발로 서 있었고 서쪽의 마지막 붉은 햇빛이 그들의 얼굴과 목과 방벽을 따뜻이 비추고 있었다.”
그들은 에인젤이 그들 중 누구하고도 결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숨을 쉬며 잠이 든다. 그들은
〈그들이 원하지도 않았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감정-잔인한 자연법칙(the law of cruel nature)이 그들에게 집어넣은 감정-의 압박 때문에 열병 걸린 것처럼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 정열로 인해 개인으로서의 그들 각자를 구별해주는 차이는 사라지고 각자는 여성이라는 有機體(유기체)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에인젤과 세 명의 처녀와 특히 테스는 그들을 사로잡고 있는 정열-자연이 그들에게 장치해 놓은 종족보존본능-에 맞서서 투쟁하지만 태양이 생성하는 여름의 유혹적 열기는 너무나 강렬하여 이들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하디는 “프룸벨리의 넘쳐나는 풍요와 흥분 속에서는, 꽃가루를 授精(수정)시키느라 날개소리를 내고 있는 벌들 아래로 초목의 수액이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계절에 가장 환상적인 사랑이 강렬하게 자라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라며 태양의 魔力(마력)을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다.
에인젤은 마침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테스도 에인젤의 열기에 압도당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열정적인 사랑 때문에 순결을 상실했다는 이야기를 에인젤에게 분명하게 고백하지 못한다. 더운 여름 날 자연의 대기에 고동치는 性的(성적) 열기로 인해 그녀는 끝내 알렉과의 과거를 밝히지 못하게 된다.
이때 여름날의 모든 생명체에게 생식의 힘을 무제한으로 풀어놓고 있는 태양신은 테스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해악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보다 맑은 정신의 상태에서는 고백할 수 있는 과거의 일을 사랑의 환희 때문에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룸벨리 장면 전체를 통해서 빛과 태양의 이미지는 다른 이미지와 連繫(연계)하여 축복보다는 해악의 영향을 끼친다. 炸裂(작렬)하는 태양아래에 있는 프룸벨리의 모든 것이 테스를 에인젤에게 밀어붙이고 그리하여 비극적 결말에 이르게 한다.
# 11
알렉의 악마적 이미지
하디의 작품세계에는 神의 사악한 대리자로서 태양 뿐 아니라 메피스토펠레스(Mephistophles)적이면서 또한 惡魔的(악마적)인 인물도 등장한다. 이들은 파우스트(Faust)처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혼을 팔았거나 악마의 화신이 되어 신비와 악의 이미지를 자아낸다.
알렉 더어버빌도 이러한 인물들 중의 하나이다. 알렉은 메피토펠레스적 기질과 악마적 요소의 결합체이다. 그는 메피토펠레스적 방문자로서 출신성분이나 정체에 모호성을 가지고 이야기 속에 들어온다.
그의 不可思議(불가사의)함은 우선 d'Urberville이라는 家名(가명)에서 나온다. d'Urberville이라는 가명은 불분명한 수단으로 북부에서 돈을 모은 그의 부친이 그 재산에 어울리는 귀족가문의 이름을 차용한 이름이다. 그래서 알렉은 외견상의 알렉이 아니며 이런 屬性(속성)이 바로 메피토펠레스적 방문자의 특성이다.
그의 이름은 Stoke 인데 이 단어는 ‘불을 지피는’(Stoking Fires) 이미지를 암시하며 알렉은 지옥의 불을 지피는 악마의 화신이다. 이 이미지는 테스가 밭에서 잡초와 추수찌꺼기를 태우면서 밭을 갈고 있을 때 시각적으로 나타난다. Alec Stoke d'Urberville이 황혼과 연기와 불로부터 나타날 때 그의 이미지는 악마와 같다. 빛과 불의 세계에서 악마가 나타나는 곳에서 테스는 일하고 있다:
〈…해가 지고 황혼이 다가오자 말자 카우치그래스(couch-grass)과 양배추 줄기를 태우는 불길이 채마밭을 발작적으로 밝히기 시작했다. 바람 따라 흐르는 짙은 연기로 인해 밭의 윤곽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기 때문이다.
불이 활활 타오를 때는 연기구름이 …스스로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면서 불투명성의 光彩(광채)가 되었다. …테스가 갈퀴질을 하고있는 곳은 카우치그래스 밭 중의 하나였다. …반짝이는 갈퀴가지가 돌에 부딪히는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때때로 그녀는 타는 불의 연기 속에 파묻혔다.
그리고 나서 연기가 잠깐 사라지면 구리처럼 붉은 불빛이 그녀를 눈부시게 비추었다. …테스는 오랫동안 그녀 바로 가까이에서 갈퀴질을 하고 있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다. …때때로 연기가 그 둘을 갈라놓곤 했다.
그리고는 연기가 방향을 바꾸어서 그 둘은 서로 눈에 보이게 되었다. …불길이 활활 타올랐고 그녀는 더어버빌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낮은 소리로 길게 웃었다.
“어릿광대는 이곳이 천국 같다고 말할 거야. 당신은 이브고 나는 지옥의 동물로 위장해서 당신을 유혹하러온 옛날의 그 아담이지(the old Other One).”〉
알렉이 始終一貫(시종일관) 어두운 곳에 숨어 있다가 테스 앞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도 악마적 이미지이다. 트란트릿지로 가는 언덕길 꼭짓점에 테스가 도달했을 때 알렉은 숲에서 튀어나와 그녀를 깜짝 놀라게 한다.
닭농장에서 휘파람을 연습하고 있을 때 테스는 담쟁이 넝쿨이 무성한 담을 뛰어 넘어오는 알렉을 보게된다. 더어버빌 마나님의 침실에서 테스가 새장에 있는 새들에게 휘파람을 불고 있을 때 나타나는 알렉의 모습도 악마적 이미지이다:
테스는 침대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뒤로 돌아 보았을 때 커튼 밑 가장자리에 장화의 발가락이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버지가 죽은 후 말로트의 집에서 쫓겨나서 킹스비어의 교회에서 테스와 가족이 밤을 보내게 될 때 奇怪(기괴)한 일이 벌어진다.
테스는 “누워있는 사람의 像(상)이 있는 祭壇(제단)을 갖춘 무덤” 옆을 지나가면서 그 상을 단지 石像(석상)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그 상은 바로 알렉이었다:
〈…그 像(상)이 움직이는 것이었다. 테스는 상에 가까이 다가 사는 순간 그 상은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 자리에 그녀말고도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는 깨달았을 때 그 충격이 너무나 커서 그녀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알렉은 제단에서 뛰어 내렸다.〉
앞에서 빛의 이미지를 분석할 때 살펴 본 바와 같이 테스마저도 그녀의 눈의 묘사나 눈동자에 비치는 촛불의 이미지와 다이아몬드의 깜박이는 두꺼비 이미지에서 악마적 양상을 띄게 된다. 알렉이 그녀를 ‘유혹녀’(temptress) 또는 ‘바빌론의 미녀’로 부른다든지, 소설 속에서 테스가 사탄(Satan)의 유혹에 넘어간 이브로 빈번하게 호칭된다는 사실은 그녀에게서 보이는 악마적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것이 된다.
(계속)
토마스 하디의 ‘테스’(Tess) ⑤
- 朴承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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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1-13, 10: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