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8월6일, 대한항공기(점보=보잉 747)가 미국령 괌 공항으로 착륙하려다가 니미츠 언덕에 부딪혀 승객과 승무원(14명)을 합쳐 228명이 죽고 26명이 다쳤습니다. 작년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 항공사고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사고입니다. 괌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 당시 「애국적인」우리 언론은 괌 공항측의 실수 및 시설 不備(불비)라고 몰아붙이면서 상대적으로 대한항공측의 잘못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넘어갔습니다.
저는 1978년 대한항공기의 무르만스크 비상착륙 사건 이후 발생한 중요한 항공사고에 대해서는 거의 빠지지 않고 취재했습니다. 괌 사고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는데 미국의 교통안전청(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이 발표한 괌 사고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구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이 보고서는 사고의 책임을 1차적으로, 그리고 가장 무겁게 져야 할 사람들은 조종실의 세 사람 - 기장, 부기장, 항공기관사란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책임을 논하려면 조종실에 있는 녹음장치에 기록된 이들의 대화를 復元(복원)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地面(지면)과 충돌하기 31초 전부터 녹음 테이프를 틀어보겠습니다. 이때는 점보기가 공항 활주로를 향해서 착륙 자세를 취한 채 급강하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비가 오고 있었고 밤중이었으므로 구름 속을 내려가는 점보기 조종실에선 활주로 불빛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종 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이 순간 機長(기장)은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괌 공항에선 항공기를 유도하는 무선송신소가 활주로 끝에 붙어 있지 않고 활주로에서 약 6km 떨어진 니미츠 언덕 위에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공항은 무선 송신소가 활주로에 붙어 있고 외국의 경우에도 거의가 그렇습니다.
조종간을 잡은 機長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괌 공항의 무선송신소도 활주로에 붙어 있다는 先入見(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순간 機長은 254명이 탄 점보기를 몰고 유도 전파를 따라 활주로 끝 착륙지점을 향해서 내려간다는 것이 실은 무선송신소가 있는 언덕을 향해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기장을 보좌하게 되어 있는 부기장도, 항공기관사도 이런 무서운 착각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31초 전
*부기장: 안 보이잖아? (이 고도에선 활주로가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는 뜻입
니다)
*GPWS(충돌방지 경보 장치): 500피트(지면과의 거리를 가리킴)
*항공 기관사: 어?(경보에 놀라는 말투)
·16초 전
*기장: 착륙 바퀴 꺼낼 것.
*항공 기관사: 착륙 바퀴 꺼냄(복창)
·12초 전
*GPWS: 미니멈즈, 미니멈즈(Minimums, Minimums·최저 허용 고도, 이 고도에서 활주로가 보이지 않으면 올라가야 한다. 기장은 이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내려가는 치명적 실수를 범한다)
·9초 전
*GPWS: 싱크 레이트(Sink Rate·너무 심한 경사로 내려가고 있다는 경고)
*부기장: 싱크 레이트 오케이(강하각이 문제 없다고 무시한다)
·7초 전
*부기장: 미스드 어프로치(missed approach)합시다(최저 허용 고도까지 내려갔는데도 활주로가 보이지 않으니 착륙을 포기하고 올라가자는 뜻. 이 건의를 받고도 機長은 계속 내려갔다)
·6초 전
*항공기관사: 안 보이잖아(활주로가 안보인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서도 기장은 묵묵 부답함으로써 결정적인 시간을 놓친다)
*부기장: 안 보이죠. 미스드 어프로치.
·4초 전
*항공기관사: 고우 어라운드(참다 못한 항공기관사가 착륙을 포기, 올라가자고 소리
친 것이다)
*기장: 고우 어라운드(비로소 기장은 재상승하는 동작을 취한다)
·2초 전
*GPWS: 100 피트(지면과의 거리가 100피트 남았다는 경고음)
·1초 전
*GPWS: 50 피트, 40피트, 30피트, 20피트···(기장이 조종간을 잡아당겨 올라가는
조작을 했음에도 관성에 의해 기체가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다)
·0초 전
*최초의 충격음
·3초 후
*신음 소리
·7초 후
*녹음기 작동 중단
충돌방지 장치가 『최저 고도, 최저 고도』라고 경고한 것은 충돌 12초 전이었습니다. 이 경고를 들었을 때 機長이 육안으로 활주로를 확인하지 못하면 즉시 착륙을 포기하고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점보기는 구름 속에 있었습니다. 문제는 조종실의 3명 중 아무도 이 결정적인 경고음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機長은 「왜 활주로가 보이지 않지」라고 생각하면서 바깥을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조금만 내려가면 활주로가 보일 것이라는 미련 때문에 무서운 경고음을 들었지만 무시한 것입니다.
機長은 저승에서 「왜 내가 그때 깨끗하게 단념하지 못했을까」하고 후회막급이었을 것입니다. 부기장도 항공 기관사도 마찬가지로 후회했을 것입니다. 「왜 그때 강하게 착륙을 포기하자고 기장에게 이야기하지 못했을까」라고.
機長의 미련과 그를 견제해야 할 두 사람의 주저, 여기에 괌 사고 원인의 근본이 있습니다. 기장의 미련은 착륙을 포기한 뒤의 귀찮은 일들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代替(대체) 공항까지 날아가야 하고 회사에선 자신을 무능하게 볼지도 모르겠고. 부기장과 항공기관사의 견제 부족은 上下관계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상관인 기장한테 강하게 『포기하고 올라갑시다』라고 말하자니 송구스럽고, 그들도 조금만 내려가면 활주로가 보일 듯 생각되고···.
기장들은 물론 『충돌방지장치가 미니멈, 미니멈이라고 경고하면 무조건, 자동적으로 착륙을 포기하라』고 교육받습니다. 회사에선「만약 이 규정을 무시하고 착륙에 성공한다고 해도 처벌하겠다」는 경고를 하기도 합니다. 오랜 관습과 민족성에 뿌리박은 인간관계나 사고방식이 그런 원론적인 교육만으로 고쳐지지는 않습니다. 외국의 통계를 봐도 기장이 조종간을 잡고 착륙을 시도하고 있을 때 사고가 나는 비율이 부기장이 조종하고 있을 때보다 몇 배나 높다고 합니다. 부기장이 조종하고 있을 때는 옆자리에 앉은 機長이 만만한 부기장에게 강하게 충고할 수 있기 때문에 사고를 상당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종실 내 인간관계의 민주화가 비행기 사고를 줄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고 그 핵심은 자유로운 대화 분위기에 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괌 사고 같은 것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인간 본성의 근원적인 약점에 접하는 것 같습니다.
대한항공기의 부기장이 기장보다 먼저 충돌 7초 전에 『포기합시다』라고 소리쳤을 때, 다시 그 2초 뒤 다시 반복했을 때 기장이 조종간을 잡아당겨 機首(기수)를 치켜올렸다면 228명의 목숨은 건졌을 것입니다. 이 두 번의 건의를 무시한 機長에 대해서 항공기관사가 나서서 『포기합시다』라고 소리친 것은 충돌 4초 전이었습니다.
기관사와 부기장은, 機長을 무시해버리고 자신들 앞에 있는 조종간을 끌어당기는 동작을 했어야 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부하들이 機長에게 도저히 조종을 맡겨놓을 수 없다고 판단할 때 취하는 일종의 쿠데타이지만 합법적입니다.
<'케인호의 반란'이란 영화에 그런 장면이 있습니다. 태평양 전쟁 때 미국 해군의 구축함 케인호의 선장 험프리 보가트. 폭풍 속에서 그가 위험하게 배를 몰아 침몰 지경에 이르르자 부하들이 그를 감금하고 배를 구하는 장면. 부하들은 나중에 군법회의에 넘어가지만 무죄를 선고받습니다. >
機長은 복창하면서 행동을 개시합니다. 오른손으로는 조종간에 붙은 자동조종장치를 풀고 수동으로 옮긴 뒤 조종간을 당겨 機首를 치켜올리는 동시에 왼손으론 4개 엔진에 全速(전속)을 가하는 동작을 합니다. 機長의 이 동작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기장은 엔진에 全速을 가하는 동작을 먼저 한 듯 엔진 출력이 충돌 4초 전에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조종간을 과감하게 당겨 기수를 한껏 치켜올렸다면 아슬아슬하지만 점보기는 地面과 충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종 사고보고서에 따르면 機首가 치켜진 것은 충돌과 거의 동시였다고 합니다. 기장은 착륙포기 조작을 하면서도 조종간을 과감하게 잡아당기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機長의 미련과 주저는 최후 순간까지 그의 행동을 지배한 것 같습니다. 인간이란 존재가 집착을 벗어던지고 깔끔하게 행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대한항공 괌 사고 때 점보 機長의 착각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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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3-19, 11: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