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의 천재지변(天災地變)이 韓國에서 인재(人災)로 돌변하는 과정

사실을 보도하는 기사문(記事文)은 감정을 적는 文學이 아니다. 記事는 글쓴이의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다. 記事란 말 그대로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하는데 그 목표가 있다.

일본 御嶽山의 갑작스런 분화로 8일 현재까지 5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난은 화산 폭발을 예측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일본의 화산 전문가들은 지난 달 27일 御嶽山의 분화는 지하수가 수증기 형태로 폭발한 것으로, 마그마 자체가 분출한 것이 아니라고 추정하고 있다. 화산 변형 또는 진동처럼 마그마가 이동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화산 전조(前兆) 현상이 사전에 감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기상청은 御嶽山의 분화 전에 약한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으나 이 같은 미진이 직접적인 화산 분출과는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기상청은 “2007년 소규모 분화가 일어났을 때와 비교하더라도 전조가 거의 없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나고야 대학의 야마오카 코슌 화산학과 교수는 “대개 화산 활동의 전조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 후에 화산 폭발이 일어난다”면서 “누구도 이 정도로 치명적인 폭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화산폭발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지난 1일 NHK 등 일본 언론은 “나가노県이 御嶽山 정상 부근 등에 설치한 지진계가 노후화로 지난달 27일 폭발 당시 데이터를 관측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나가노県이 昭和 59년(1989년) 県 서부 지진을 계기로 산사태의 징후를 관측하기 위해 平成 9년~12년도에 걸쳐 온타케산의 山 정상 부근과 山 정상에서 약 10km 떨어진 경사면에 2개의 지진계를 설치했는데, 이들 지진계가 폭발당시 관측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지진계는 노후화로 나가노県이 이달 중순부터 새것으로 교체될 예정이었다. 이와 관련해 나가노県은 “화산 폭발에 따른 산사태 측정은 다른 기기로 보충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온타케산에는 나가노県 외에 일본기상청이 화구 주변 등 12군데에 지진계를 설치하고 있었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지진계와 관련된 사실보도이다. 그런데 일본의 ‘아사히’ 신문이 지난달 29일 온타케산의 지진계를 문제 삼으며 “산 정상의 지진계가 있었으면 좀 더 일찍 분화의 전조를 잡을 수 있었다”며 이번 화산분화를 人災로 몰아가는 듯 한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본문 이미지
출처: 조인스닷컴 캡쳐


‘아사히’ 신문의 보도가 나가자 국내 뉴스통신사인 ‘뉴스1’이 이를 인용, 보도하면서 기사 제목을 <온타케 분화 예측 못한 이유 있었네... 정상 지진계 지난해부터 고장>이라고 하면서 부제목으로 <수증기 폭발로 예측 어려웠다는 정부 변명 ‘옹색’>이라고 했다.

일본의 어떤 언론도 이번 화산 폭발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일본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고 있지 않는데, 국내 언론이 앞장서서 御嶽山의 분화를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다는 뉘앙스로  기사 제목을 쓴 것이다. 기사의 일부 내용은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예측까지 해놓았다.

<화구에서 가장 가까이 설치된 미타게 정상 지진계의 고장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상시 관측 해왔다는 정부의 주장이 옹색해졌다. 또 당초 전조 감지가 어려운 '수증기 폭발'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는 정부의 변명도 공격받을 것으로 보인다...(중략) 이날 수색 작업에 나섰던 구조대는 화산 가스 영향과 추가 분화 가능성으로 인해 1시간 수색에 그친 채 27일 분화 이후 생존자 구조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골든타임 72시간'을 무기력하게 넘기고 말았다.>

문제의 기사는 메이저 언론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 ‘조인스닷컴’과 ‘조선닷컴’에 함께 게재됐다. 다만 ‘조선닷컴’은 '뉴스1' 기사를 전제하면서 기사의 <수증기 폭발로 예측 어려웠다는 정부 변명 ‘옹색’>이라는 부제는 삭제해 보도했다. 

이들 언론 외에 '헤럴드경제', '이데일리' 등의 언론들이 ‘御嶽山 의 지진계’를 거론하며 이번 “분화 참사가 인재 일수 있다는 증거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문제는 “증거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는 표현을 쓰면 실제 기사에서 이와 관련된 증거를 1개 이상 적시해야 하는데, 어떤 기사도 지진계 문제 이외의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재해(自然災害) 또는 천재지변(天災地變)이 발생하면 일단 인재(人災)로 포커스(focus)를 맞추는 상당수 기자들의 기사 작성 행태가 외신을 보도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듯 하다. 이런식으로 기사를 쓰면 앞으로는 “온타케산 분화 막지 못한 아베 정권, 무능의 극치”라는 제목을 단 기사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사실을 보도하는 기사문(記事文)은 감정을 적는 文學이 아니다. 記事는 글쓴이의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다. 記事란 말 그대로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하는데 그 목표가 있다.

김필재 spoone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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