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임기 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대출규제를 실시하자 집값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은 ‘이렇게 간단한 걸 왜 진작 못했냐’며 문재인 정권의 무능을 비판하는 걸 들었다. 소발에 쥐를 잡았든 어쨌든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유효한 수단 하나를 찾아낸 셈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옳은 건 그대로 계승하면 되었을 텐데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을 부정하면서 ‘Anything but 문재인’ 식으로 대출규제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집권 초 생각없이 질러버린 이 대출규제 완화와 부자 감세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윤석열 정권의 잘못 끼운 첫단추였다.

지금 범죄자 이재명이 도덕적 흠결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취임하자마자 윤석열이 했던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대출규제를 강력하게 다시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부동산 시장에서 주식 시장으로의 머니무브(Money Move)를 만들어 코스피 5000까지 주가를 올리겠다고 하니 1500만 개미 투자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후에는 보유세까지 올리고 전세대출도 막겠다고 하면 국민들은 더 좋아할 것이다. 강남 고가 주택 소유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만약 윤석열이 취임하고 지금 이재명 하고 있는 것처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랬더라면 적어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문재인 정권 당시의 고점을 회복했다느니, 저절로 떨어지는 집값도 못잡는 무능한 정권이니, 집값 올린 문재인보다 떨어지는 집값 부양하는 윤석열이 더 밉다느니 어쩌니 하는 소리는 안 나왔을 것이고 국민의힘이 부자 대변당이니 강남 집부자 대변당이니 어쩌구 하는 소리도 안들었을 것이다.

상법 개정도 그렇다. 지배구조(governance) 문제는 한국 주식 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고질적 문제였다. 근데 이러한 대주주 중심의 의사 결정으로 인한 소액주주 피해,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그리고 주주친화 정책 부족 등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먼저 인지하고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했던 사람들이 다름아닌 윤석열, 한동훈, 이복현 같은 특수부 검사 출신들이었다는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물론 윤석열 정부에서 상법 개정을 하려고 했더라도 당시 이재명의 야당이 당연히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그래서 지난 총선의 패배가 너무 아쉽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지금 그 상법 개정의 수혜는 이재명이 다 누리고 있다. 오히려 상법 개정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한덕수 때문에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지지표만 다 날라갔다.

내년 지방선거, 3년 후의 총선, 5년 후의 대선에 대비하여 국민의힘은 이제 좀 더 국민의 희망을 캐치할 수 있는 예리한 촉을 가져야 한다. 강남 집값으로 상징되는 극단적인 사회 양극화가 국민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다. 집없는 사람들이나 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강남 사람들처럼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차라리 강남3구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낙선했으면 좋겠다. 강남에서 10명 낙선하면 전국에서 100석 더 얻을 수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것처럼 들린다. 요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