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에 관하여>
어제 과방위에서 민주당의 한 의원이 KBS 박장범 사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번 과방위 회의 때는 이진숙 위원장을 대상으로 “빵빵” 이야기만 했는데, 오늘은 그 얘기는 접고 파우치 얘기만 하겠다고.
빵빵 이야기는 내가 10년 전 대전MBC 대표이사·사장 근무 시절 사용했던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관련한 이슈다. 민주당 의원 등이 고발한 이 사건은 현재 경찰 수사 중이어서 수사 내용과 관련한 것은 이 포스팅에서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방통위원장 취임 1년이 지나도록 민주당 의원들은 “빵빵”을 외치며 내가 사적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처럼 왜곡.주장을 하고 있기에 이 시점에서 그냥 묵과할 수만은 없어 이 글을 쓴다.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선전선동에 도움이 된다면 “사실은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어느 이데올로그의 말이 떠오른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작업' 결과 나는 '빵진숙'이 되었고 박장범 사장은 '파우치 박'이 되었다.
“빵빵”의 연원을 살펴보자. 나는 2015년 3월 4일 대전MBC 대표이사.사장으로 부임하여 2018년 1월 9일자로 사퇴하였다. 사퇴하기 전날인 1월 8일 나는 법인카드로 서울 자택 부근에서 44만 원, 대전에서 53만 원 정도의 과자류를 구입했다. 당시 대전MBC는 파업 중이었고 파업 중에도 고생하는 비서실 직원, 환경미화원, 경비원, 운전기사들을 위해 5만 원 안팎의 롤케익 또는 쿠키류를 구입한 것으로 기억한다.
10년 전의 일이라 청문회 당시 정확한 상황을 기억 못했는데, 당시 수행비서가 잠시 쉬는 시간에 연락이 왔다. “사장님 댁 부근에서 과자류를 구입했는데, 롤케익 같은 것은 많은 양을 구비해두지 않기 때문에 제가 대전에서 나머지를 구입했어요.”
사퇴 하루 전날 수행비서는 대전에서 서울 집까지 회사 차량으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수행비서와 함께 집 부근 베이커리에서 과자류를 사고 법인카드도 맡겼다. 카드와 과자류를 경영국장에게 전달하라고 하고, 경영국장이 수고한 분들에게 전달하도록 조치한 기억이 났다. 수행 비서의 환기 덕분에 사퇴 직전에 마지막으로 한 일을 비교적 자세한 것까지 떠올렸지만 롤케익이었는지, 쿠키였는지, 아니면 양쪽 다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법인카드는 업무용으로 기업이나 관계 부처의 사람들을 만날 때도 사용하지만 직원 격려 목적으로도 물론 사용할 수 있다. 기자들이 선거 때 야근을 하거나 피디들이 야간에 특별 근무를 할 때도 야식을 시켜주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20여 명에게 4~5만 원 가량의 과자류를 선물한 것이 '빵빵'의 시작이었다. 100만 원어치의 빵을 구입하려면 1천 원짜리 단팥빵이 1천 개다, 그 빵을 혼자 옮겼느냐, 쿠폰으로 구입하고 나중에 현금으로 바꿔치기한 것이 아니냐, 온갖 우스꽝스런 비아냥이 국회 회의 때 난무했다. 단팥빵이 당시 가격으로 1천 원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빵 1천 개를 혼자 옮기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코믹할 뿐이다. 이 시나리오가 성공(?)하려면 수행비서와 내가 '공범'이 되어야 한다. 빵 1천 개를 5백 개씩 나눠 갖는 시나리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내가 자초한(?) 것이었다. 나는 2024년 6월 24일-26일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요구한 MBC 근무 당시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 나는 업무 외에 사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어 떳떳하기에 그 사용 내역을 공개하기로 했던 것이다. 사적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면, 하다못해 1백만 원, 아니 몇십만 원이라도 있으면 무슨 배짱으로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공개하겠는가. 인사청문회에서 자료를 거의 내지 않은 이들도 총리, 장관 등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1961년 창사한 MBC에서 자발적으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공개한 것은 창사 64년 동안 내가 유일하다. 지난 2012년 당시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공개된 적이 있지만, 이는 본인의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유출된 것이다.
MBC는 상법상 주식회사이며, 수신료 등 공적 재원 투입 없이 광고와 사업 수익 등으로 운영되는 회사이다. 상법상 주식회사 임원의 법인카드는 그 회사의 자체 규정에 따라 사용 금액과 범위가 결정된다. 나는 회사의 규정에 따라 회사의 수익 증진을 위한 업무 활동에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인사청문회와 현안 질의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소명과 설명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나를 희화화했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뒤에서 계속 “빵빵”을 노래 불렀다. 사실을 알기 위한 수사 의뢰가 아니고 망신주기와 비아냥을 위한 수사 의뢰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진실과 진상을 알고 싶다면 수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면 될 일이다. 그러나 수사 의뢰를 한 뒤에도 “빵빵” 노래는 계속되었다.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내 얼굴에 먹칠만 하면 작전 성공이 아닌가?
모 의원은 마치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를 조사하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나의 진술이 계속 달라졌다며 거짓말을 한다는 식으로 비아냥댔다. 그러나 당장 한 달 전에 누구와 어디서 어떤 메뉴로 식사했는지 기억하기 어려운 마당에 10년 전, 어떤 과자류를 구입한 것인지 기억해내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절반은 수행비서가 구입했지 않는가. 다만 1인당 4~5만원어치 과자류를 선물용으로 구입했다는 사실은 분명히 기억한다는 것이다.
발음 때문에 “빵빵”은 더욱 희화화의 도구로는 제격이다. “빵진숙, 감빵이나 가라”는 식의 목적성 비아냥은 저급한 정치 선동으로 인터넷 공간을 떠돈다. 나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5천2백만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나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1~2백 명, 1~2천 명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법인카드로 1천 개의 단팥빵을 리어카에 싣고 제 집으로 옮기는 비열하면서도 코믹한 그림을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에게 묻는다. 그것이 도대체 가능하겠냐고. 그런 선동을 믿는 자신이 창피하지 않냐고. 나는 그런 선동을 찍어내는 공장장들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찍어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실(fact)이 아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선동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쓰러뜨리는 것이다.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최소한 구정물을 뒤집어씌우는 것이다. 경찰 수사 결과도 어떤 면에서 중요치 않다. 수사 결과,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목표물의 명예에 흠집을 내는 데는 성공했으니까.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소수의 사람을 단기간 속이는 것은 가능하고, 많은 사람을 단기간 속이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을 영원히 속이는 건 불가능하다. 이 말을 나는 믿는다. 아이러니는 이념의 좌우를 막론하고 다음의 말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고.
나는 왜 '빵진숙'이 되었나
- 이진숙(방송통신위원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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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8-28, 08: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