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소련에서의 농업 집단화 과정의 참상>

내가 태어나 한 살 때 북한은 농업 집단화를 완성하였다. 집단농화는 혁명이다. 공산당이 가장 많이 입에 올리는 혁명인 것이다. 그 환희로운 혁명이지만 그 대가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모든 분야에서 혁명이지만 여기서는 농업 혁명 문제만 언급하려고 한다.

공산종주국 소련 자료는 소련 붕괴와 함께 많이 드러나 있다. 하지만 북한 자료들은 부족하다. 아직 무너지지 않은 텔레반 같은 마지막 남은 공산국이기 때문이다. 이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직접 체험한 것과 체험기로 대치하려고 한다.

먼저 소련 것을 말하려 한다. 1917년 10월 혁명으로 레닌이 정권을 쥔다. 혁명 후 벌어진 3년간의 적백 내전시 <전시 공산주의>로 아직 집단화하지 않은 농민들의 곡식을 징수해갔다. 하지만 내전이 끝나자마자 해병과 노동자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이들은 레닌이 가장 믿었던 10월 혁명을 주도했던 주력군이다. 이들이 제시한 반란 요구 중에 주요한 것은 자유롭게 팔고 사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내전 기간에도 혁명의 계급 동력인 노동자들이 일을 잘 하지 않자 <나쁜 러시아 노동자>라고 욕했던 레닌이다. 당시의 우상이었던 레닌이지만 이것을 잘 몰랐던 것이다. 혁명의 주력 노동계급이라도 정작 혁명을 해보니 그게 아닌 것이다.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하는데 정작 주인처럼 알뜰히 하는 이가 사라졌다. 그러니 혁명 전보다 난장판, 엉망이어서 훨씬 가난해졌다. 생존 원초인 먹을 것부터 통제되어 굶어 죽을 지경인 것이다. 우리가 이러자고 혁명을 했는가이다.

이 불만을 폭발한 것이 바로 10월 혁명 참가 자신들인 해병들과 노동자들이다. 이 사건이 페테르부르크 <크론시타트 반란>이다. 레닌과 트로츠키는 투압체스키 장군 부대를 보내 무력 진압했다. 양측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혁명의 동지들을 진압했다.

레닌은 이 반란의 충격으로 <일보 전진 이보 후퇴>하여 신경제 정책을 실시한다. 혁명 후 경제는 제정 러시아 때보다 13%로 떨어졌으니 손을 들 만도 했다. 신경제 정책으로 제정 러시아 때의 경제만큼 회복된 것이 1926년이다. 옛날 경제로 돌아가니 비교적 빠른 기간 생활이 안정되었다.

안정 과정인 1922년 소련이 형성되었다. 2년 후 레닌은 암살 총상의 후유증으로 죽었다. 권력의 중심을 잡은 것이 스탈린이었다. 스탈린은 공산 이론대로 사유화를 국유화로 전환시킨다. 농업에서는 콜호즈(협동농장), 솝호스(국영농장) 형태로 집단화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민은 이것을 반대하여 1929년 10월 현재 겨우 전 농가의 4.1%만이 콜호즈에 들어간다. 스탈린은 그해 말부터 드디어 전대미문의 강권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불응하는 농민은 체포되어 강제 이주, 부농으로 몰아 처형하였다.

당시의 상황을 한 농민은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화물 열차에 실려 얼음 땅의 북녘, 삼림 지대, 초원 지대, 사막으로 추방되었다. 노인들은 수송 도중에 굶어 죽었고, 갓난아기들과 어린이들은 철로변에 묻혔다. 모든 황야에는 나뭇가지로 만든 십자가나 흰 나무 패로 가득했다.

이 탄압을 피하려고 어떤 농민들은 가진 것들을 짐마차에 싣고 폴란드와 루마니아 및 중국으로 기관총 세례를 무릅쓰고 국경을 넘어갔다. 한편 농민들은 집단 농장에 귀속될 가축들을 마구 죽였다. 이것을 잘 묘사한 작가가 「고요한 돈강」을 쓴 숄로호프(1905~1984)였다. 1965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는 자신의 고향인 돈 카자흐 지역의 일들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그레미야치에서는 가축들이 매일 밤 도살되기 시작했다. 어둠이 들자마자 짧고 날카로운 양의 울음소리, 돼지의 마지막 죽는 소리, 소의 울음소리가 정적을 찌르며 들려 왔다. 이틀 밤 사이에 그레미야치의 뿔 있는 가축은 절반으로 줄었다.

'죽여라, 그것들은 이제 우리의 것이 아니다.', '죽여라, 안 죽이면 육류세 대신 빼앗아갈 것이다.', '죽여라, 집단 농장에 들어가면 고기 맛을 못 볼 것이다.' 이러한 소문들이 돌자 그들은 더욱 마구 죽였다.>

이 묘사는 과장이 아니었다. 1929년 당시 3400만 마리의 말은 1933년에 1600만 마리로 줄었다. 그 기간에 3000만 마리의 소와 1억 마리의 양 및 염소가 도살되었다. 이 후유증은 오래 남아, 1950년대에 와서도 소련의 육류 공급량은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수준에 미달했다.

스탈린의 강압 아래 1930년 1월 20일 현재 전 농가의 21.6%가, 40일 뒤인 3월 1일에는 55.6%가 집단 농장에 들어갔다. 농민들의 반발도 컸다. 정부에서 파견된 간부나 집단 농장 간부들이 폭행, 살해되기도 하였다. 스탈린이 1943년에 소련을 방문한 영국의 처칠 총리에게 그 당시 농민과의 '전쟁'이 당시의 대독(對獨)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이었다고 회고할 정도였다

농민들의 무지한 반발에 스탈린은 잠시 물러나기도 했다. 1930년 3월 2일자 「프라우다」에 <성공에 눈이 부시다>라는 논문을 기고하고, 자발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집단화를 '강제'해 온 간부들을 비판했다. 이런 분위기를 이용하여 농민들은 집단농장에서 대거 탈퇴하여 1930년 6월 현재 23.6% 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스탈린은 다시 세제의 혜택 및 선전 등 설득과 철권 정치를 겸용하면서 집단화 정책의 채찍을 늦추지 않았다. 집단화가 이미 끝난 지역에서는 할당량은 거의 예외 없이 높게 책정되어, 국가에 팔고 나면 농민들에게는 겨우 아사(餓死)를 면할 정도의 식량만이 남을 정도였다.

이에 따라 곡물을 감추거나 훔치는 일이 자주 벌어졌다. 이에 스탈린은 공산청년들을 파견하여 수색하고 발견되면 사형으로 대처했다. 강제 추방이나 처형은 주로 부농(클라크)에게 행해졌다. 이 부농에는 혁명 후 땅을 분배받아 그동안 열심히 일해 부농이 된 농민이 많았다. 그러니 농민 중에서 일 잘하는 농민들을 선발하여 제거한 셈이다.

1931년부터 스탈린은 16세 이상은 통행증을 반드시 소지해야 이동하도록 주민 통제를 강화했다. 이런 여행과 언론 통제로 인해 350만 명이나 아사된 우크라이나 대기근도 감출 수 있었다.

마침내 스탈린은 그의 입장에서는 성공적이어서, 1931년 중반에 전 농가의 52.7%가 집단화되었다. 그 비율은 매년 증가하여 1936년에 90%에 이르렀다. 스탈린은 장담했다. 농업 집단화 3년 후(1932년)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곡물이 많은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1000만 명 이상 굶어 죽거나 처형, 강제 노역장에서 죽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러시아사, 2006. 11. 15. 김학준, 위키미디어 커먼즈)

이제부터는 북한의 농업 집단화 과정을 말하려 한다. 북한은 1946년 무상몰수 무상분배 원칙으로 토지개혁을 단행하였다. 농업 집단화는 6·25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4년부터 시작되었다. 김일성은 노골적으로 6·25전쟁 승리 원인은 농민에게 땅을 나누어주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이 정말인 듯 가혹한 전쟁 시기이지만 수십 수백만 명이 아사되었다는 소리가 없다.

아사 소리는 소련과 같이 농업 집단화할 때부터 나타난다. 북한에서의 아사 숫자는 아직 발굴된 것이 없다. 북한이 붕괴된 후에는 아마도 정확한 숫자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농업 집단화로 굶어 죽었다는 것이다.

내가 만났던 양강도 김정숙군(신파) 풍양리 5반 반장의 증언이다. 그는 본래 6·25전쟁 전에는 남한이었던 <신해방지구>옹진군 사람인데 삼수갑산으로 추방된 것이다. 적 지역에 살았기에 믿을 수 없는 지역민들로서 대거 추방된 사람 중 한 사람인 것이다. 이렇게 추방되기 전에는 옹진군에서 농업 집단화를 맞았다고 한다. 집단화로 인해 가장 먼저 굶어 쓰러져 죽은 농민은 보잡이(쟁기질하는 사람)였다고 한다. 못 먹은 데다가 가장 힘든 일을 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작업반장은 술 한잔 마시면 장구 치며 <날 좀 보소>(밀양 아리랑)를 잘 했다. 그도 그의 형도 일 잘하는 타고난 농사꾼이었다. 하지만 생활은 겨우 먹고 사는 수준이었다.

황해북도 서흥군 고성리가 고향인 필자의 어머니 서경순의 증언이다. 농업 집단화가 되니 농민들은 자기 밭 주변에 심었던 대추나무부터 찍어내더라고 한다. 이제부터는 내 나무가 아니니 화목용으로나 쓰자는 것이다. 내 밭 채뚝에 있던 나무도 베버리는데 내 집에 있던 가축이나 농산물은 가만히 놔두었을까.

필자의 외할머니는 딸 두 명과 함께 6·25전쟁 때 전염병으로 돌아가셨다. 전쟁터에 나갔던 외할아버지가 오히려 살아 오셔서 통곡하신다. 외할머니 여동생, 즉 이모 할머니가 계셔 1985년에 찾아뵌 적 있다. 옷과 신발 모두가 너덜너덜하여 거지 같아 보였다. 오랜만에 손자가 왔다고 줄 것을 찾다 못해 울바자에 달렸던 줄당콩(강낭콩)을 한 되박 기어이 쥐어준다. 법 없이 살 만큼 착하고 부지런한 농민이지만 집단농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다음은 북한의 농업 협동화 당시 생생히 경험한 장덕수의 기록이다. 이 분은 무선선박 발명가로 북한 교육상 남일(추후 정전협정 북측 대표)의 추천으로 1950년 소련 유학 후 1954년 북한에 귀환하였다.

그로부터 1958년 농업집단화 완성을 경험하였고 1961년 소련으로 망명하여 32개의 발명을 한 소련 과학 및 기술자이다. 이분의 저서 <붉은 별 아래 청춘을 묻고> 254페지에 농업 집단화 기록이 있다.

<농업 집단화가 본격적으로(물론 강제적이다) 진행되기 시작했을 때,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이 장터에 마구 쏟아져 나와 고기 값이 뚝뚝 떨어져, 거의 한 달 동안 우리는 아주 헐값으로 고기를 많이 사먹을 수 있었다. 농업 집단화가 되니 집집마다 기르던 가축들을 모두 잡아서 시장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고기를 구경할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의 불명은 높아져만 갔다. 소련에서의 농업집단화 과정과 똑같은 현상이었다.>

북한에서도 농업 집단화로 반발이 일어났다. 1956년 말, 1957년 초 ‘신해방지구’인 황해남도 배천(白川) 지방에서 발생한 ‘배천 바람’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배천에서는 1956년 결산 분배가 끝나자마자 협동조합에 가입했던 다수가 조합을 탈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황해남도 당위원장이었던 고봉기는 이 사건으로 비판을 받고 후에 숙청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농업 협동화와 사회주의 개조(북한의 역사, 2014. 3. 3.(1권), 2011. 10. 17.(2권), 김성보)

북한 내각은 1954년 10월 쌀의 자유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런 강압은 농민의 반발을 낳았다. 양곡을 강제 징수하면서 농민들을 구타, 체포, 강제 추방, 이주시키는 통제가 동원되었다. 과업을 완수하지 못한 하급 간부들은 무능력자로 낙인찍혔고, 당적이 박탈된 말단 간부들이 자살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농업 협동화로) 결국 수만 명의 농민들이 아사했고, 불만은 확산되었다. 이런 상황에 처한 북한 지도부는 후퇴하기보다 오히려 더 전진하고자 했다. 1954년 11월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농업 협동화 운동을 강력히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농업 협동화와 사회주의 개조 (북한의 역사, 2014. 3. 3.(1권), 2011. 10. 17.(2권), 김성보)

평안남도 안주군 평률리 민주선전실장했던 김진계의 증언이다. 1954년 가을, 당에서 농업 협동화운동을 모든 농촌에 확대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민주선전 실장 김진계는 선전원들을 불러서 협동조합의 유리한 점을 외우게 하고, 이를 농민들에게 전파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다수 농민들은 협동조합을 반대하는 분위기였다. 김 실장과 선전원들은 농민들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철학적인 강연을 하기도 하고, 연극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가까스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었다.

막상 협동조합에 가입하고 나니 일하기 싫은 농민들이 생겼다. 개체농 때는 꼭두새벽부터 논에 나가던 이들이 해가 중천에 떠도 일하러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 기록을 남긴 김진계는 1958년에 공작원으로 남파, 1970년에 체포되어 무려 18년간 감옥에 있다가 1988년에 71세의 나이로 석방되었다. 그 후 고향인 강원도 명주군에서 여생을 보내다 1991년에 별세했다. 그가 남긴 파란만장한 삶의 기록은 『조국』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평률리 민주선전실장의 농촌 생활, (북한의 역사, 2014. 3. 3.(1권), 2011. 10. 17.(2권), 김성보)

북한 농업과학원 옥수수연구소 연구원이었던 필자가 개체농과 집단농 비교를 시험을 한 자료(1986-89년)이다. 비교시험 장소는 양강도 김정숙군 풍양리 5반(보파리)이다. 1헥타르당 집체농의 옥수수 생산량은 1톤 정도, 개체농은 7톤이다. 7배나 소출이 높아 김일성 앞으로 1990년 5월31일 편지(1호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답변은 <이색 사상>이라는 것이다. 정권유지를 위해 개체농을 허용할 수 없는 것이다. 더 이상 연구할 의미를 상실하여 그해인 1990년 11월 탈북하였다.

10년 이내에 북한은 망할 것이라고 떠났는데 의외로 더 빨리 대량 아사 사태가 닥쳐왔다. 배급이 완전히 끊긴 1994년에 대량 아사에 직면했지만 아사의 시작은 1980년대 후반부터이다. 실제로 출장길인 1987년 라진에서 배급을 못 탄 여인이 죽은 소식을 간부들로부터 직접 들었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배급을 제때에 못 주다가 1994년 김일성 죽은 해에는 완전히 주지 못했다. 인민의 수령과 공화국은 절대 굶어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란 믿음의 대가로 대량 아사가 시작되었다. 식인 사건도 곳곳에서 일어났다. 중앙당에 보고된 자료에 기초하여 당시 300만 명이 아사 되었다고 했다(황장엽 전 중앙당 비서의 증언).

북한 통치자는 스탈린보다 더욱 폐쇄하고 여행을 통제하였다. 하지만 수십 만이 목숨 걸고 탈북하여 그 중 3만4000 명이 한국에 와 있다. 대표적 인도주의 탈북자 돕기 단체인 <좋은 벗들>의 법륜스님에 의하면 30만 명이나 탈북하였다고 추산했다.

소련과 북한뿐만 아니라 집단농화 실시한 공산국가 치고 식량문제를 해결한 나라는 없다. 집단농화 강도가 높으면 놓을수록 아사자는 높아졌다.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의 농업 집단화로 수천만 명의 아사자를 속출했다. 공산 국가에서 식량 문제가 해결된 것은 어김없이 개체농을 허용한 후이다. 내 것이 돼야 하는 인간 본성을 거스른 공산농은 최대의 역천(逆天)이다. 역천자는 반드시 망하게 되어있다.

찬란하고 거창한 공산 이론에 앞서 작은 마을에서 실험해보고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공산화란 인간의 오만함은 이런 사소한 겸손함도 없다. 불손한 인간들에게 할 수 없이 역사는 비교 시험으로 보여주었다. 소련과 미국, 공산권과 자유권, 북한과 남한으로 보여주었다. 대표적으로 쌀이 넘쳐 살 빼기 하는 남한과 굶어 죽는 북한으로 잘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