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로 대선에 개입할 작정이었으면 조희대 대법원장은 그때 차라리 목숨걸고 '파기자판'을 했어야….
민주당이나 대통령실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쫓아내려고 혈안이 돼서 유튜브의 조작 내용까지 동원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지난 조기대선을 앞두고 뜬금없이 TV생중계로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을 열어 유죄취지 파기환송을 함으로써 '선거 개입 의혹'을 받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국민의힘이 결사 옹위하려는 모습도 썩 좋게만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판결로 대선에 개입할 작정이었으면 조희대 대법원장은 그때 차라리 목숨걸고 '파기자판(대법원에서 유죄 형량까지 확정짓는 것)'을 했어야 했다.

자신의 선에서 매듭지을 용기는 없고 어중간하게 일을 만들어 오히려 이재명 후보 진영으로부터 '사법쿠데타' 역공의 빌미만 제공해준 셈이다. 지금 사법부가 민주당으로부터 정신없이 두들겨맞고 예속 상태로 가고 있는 것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개인 책임이 크다.

이런 마당에 국민의힘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지키겠다고 나서는데, '조희대는 윤석열과 국민의힘 편'이라는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되나? 상당수 국민들에게 '조희대가 이재명을 죽이고 윤석열을 살리려는 기획을 했다'는 확증 편향을 더욱 굳혀 주게 될 뿐이다. 이렇게 될수록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는 여론 정당성을 얻게 된다.

무엇보다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기대할 수 없는 이유는, 조희대가 3권 분립의 위기, 사법권 침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등의 현 국면에서 정치적 대응을 포기하고 있거니와 그렇게 할 능력도 의지도 없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입을 다물고 있던 조희대 대법원장이 얼마 전 '긴급입장'이라고 언론에 릴리스한 것을 보라. '한덕수와 회동설' 과 관련해 순전히 자신의 신상 의혹에만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사법부 수장으로서는 한가하기 짝이 없는 정세 인식 수준이다.

보수 진영이나 국힘당에서 '출혈'을 해서 이런 조희대 대법원장을 보호하고 나면 과연 얻을 게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는 이미 사법부 안에서도 거의 '식물상태'인데 그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해서, 정치 풍향에 예민한 판사들이 주요 판결에서 보수 편에 설 것으로 기대하나.

차라리 이런 존재라면 빨리 물러나고, 이재명 정권이 무리하게 자신의 사람을 대법원장 자리에 앉혀 국민 비난과 원성을 사게 하는 것이 오히려 보수 쪽에 득이 될 것이다. '사법부까지 장악했다' '자기들끼리 다 해먹는다'는 독재 낙인을 스스로 찍도록 하는 것이 이재명 정권 몰락을 재촉하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결국 명예도 자존도 잃고 도망치듯 사라질 것이 뻔하다. 그런 그를 결사 보위했던 보수와 국민의힘에게 똥바가지만 안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