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카이스트 교수는 반도체 실력은 결국 수학(數學)이 관건이라고 했다. 반도체 관련 분야로 가려면 수학적 재능이 절대적이다. 반대로 수학이 전혀 필요없는 직업도 많다. 고등학교때 수학 점수가 70점을 넘은 적이 없는 수포자 까진 아니어도 수학 재능이 별로였던 친구가 사법고시는 쉽게 합격하더라. 하기야 사법시험에 수학이나 물리는 없으니까. 심한 말로 비명문대 출신이면서 사법시험 합격한 사람의 대부분이 수포자라는 농담도 있다.

며칠전 치러진 한국의 수능은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보도했다. 수능일에 증권시장도 한시간 늦게 개장하고 공무원 등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심지어 영어 듣기 평가 시간에는 항공기 운항까지 못하게 한다는 이 유별난 시험이 외국인들에게는 많이 신기했던가 보다. 수능을 보도하면서 인도의 한 방송인이 이런 코멘트를 하는 것을 들었다.

‘시험 성적만으로 인생이 결정되어서는 안된다...... 창의성(creativity), 용기(courage) 인성(character) 등은 시험으로 측정할 수 없다’

사법시험에는 수학이나 물리가 없으므로 수학적 재능을 검증할 수 없다. 그러나 법조인들 중에 수포자가 많아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법률을 해석하는 사람들에게 수학적 재능이 뭐가 필요하겠나. 그러나 시험으로 측정할 수 없는 용기(courage)는 다른 문제다. 인도의 방송인 말대로 시험으로 용기나 인성은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 중에는 용기나 인성에 하자 있는 법조인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용기없는 인간이 변호사를 하면 상관없지만 그런 인간이 판사나 검사 자리에 앉아 있으면 나라가 어찌 되겠나?

박근혜 탄핵 때부터 지금 파렴치한 범죄자가 대통령 하고 있는 오늘까지 우리는 이 나라 판사 검사들 중에 용기있는 인간을 몇이나 보았던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만 해도 그렇다. 누구 말마따나, 당당 검사들 중에 용기있는 검사 한명만 있었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 가슴을 후벼판다. 시험으로는 용기(courage)를 측정할 수 없어서 용기 없는 인간들이 사법시험에 무수히 합격했더라도 스스로 판단해서 자신이 용기가 없다고 판단되면 판사, 검사 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변호사 해라. 용기없는 판사, 용기없는 검사는 한마디로 공공의 적이다. 앙꼬없는 찐빵이다. 나라와 국민에게 미적(米賊)도 이런 미적이 없고, 해충도 이런 해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