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난지 며칠 됐다 못난 것을 글이랍시고 써놓고선, 수능이 끝나면 올리리라 생각했던 것을 지금에야 올린다 마침 오늘 조선일보의《이게 작년 수준? '불(火)국어'에 멘붕 온 수험생, 학원가》란 기사를 읽고 번쩍 생각이 나서 올려 본다

오늘 우연히 들어간 ‘펜앤마이크’에서 이런 기사 제목을 보았다《[2026 수능 현장] 두 손 모은 부모님들, 담대하게 고사장으로 향한 수험생들》

명색이 언론이면서 저래서야 되겠나? 수험생들이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매 맞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전장으로 떠나는 것도 아닌데 “담대하게”라니? 이전에 입영열차를 탈 때,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아무도 ‘담대하게’ 입대한다는 말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인데 ‘담대하게’라 말하면 우습지 않겠나.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군대서 뚜디리 맞는 것이 지겨워 월남에 지원해 간 사람도 있었다 두들겨 맞는 것을 피해 전장에 가므로 도리어 숨어서 가듯 했지 ‘담대하게’란 말은 하지 않았다 친구 한 놈은 폼을 잡고 해병대에 지원했다가 폭행을 못 견뎌 한밤중에 공동묘지를 넘어서 탈영해 온 놈도 있었다 이것을 보고서 그 뒤에 자원입대한 다른 친구도 ‘담대하게’란 말을 안 했다 그 시대엔 배고프고 고달픈 생활을 하면서도 ‘담대하게’ 뭐 어쩐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회 풍도(風濤)와 개인 정신이 그러했던 것이다 ‘담대하게’란 말은 근년에 들어서 많이 쓰이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심약해졌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래도 그렇지 편안히 앉아서 ‘수능’ 치고 오는 데에 담대함이 왜 나오나?

수능 시험을 치는 것만으로도 선택된 사람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담대하게’라고 말하면 노가다하는 또래들에겐 무엇이라 말해야 하나? 자식을 저렇게 키우면 불효할 개연성이 열에 여덟 아홉이다 이 점을 신문이 부모에게 일러주어야 할 텐데 도리어 자식을 더 우다서 키우도록 말했다 신문이 너무 저러니 우리 청소년을 겁약한 인간으로 보는 것인지, 기상을 길러줄 마음이 없는 것인지 알지를 못하겠다

한국의 보이스카웃은 1922년 10월 5일 [조철호(趙喆鎬) 선생의 조선소년군] 제1대 발족으로 시작됐고, 이어 [정성채(鄭聖采) 선생의 조선소년척후대]도 생겼다. 2년 뒤 이상재 선생을 총재로 해서 2개가 합쳐졌으나, 1937년 일제에 의해 해산되고 말았다. 재발족은 1946년 9월. -<보이스카우트의 기원> -‘만물상’ 조선일보.1977.5.15-

보이스카웃은 영국의 기병대 장교 배든 포얼에 의해 창설되었으며 건전한 시민 정신, 기사도적 행동, 다양한 야외생활 기술 등의 계발을 목적으로 했다 달리 말하자면 영국 청소년을 영육 간에 강건하고 강정(剛正)한 인간으로 키우려 했던 것이다 저렇게 자란 청소년이 억세고 질긴 어른이 될 것은 자명하다

개인이 모여 국가를 이룬다 개인이 강해야 할 이유이다 나아가 국가를 이루는 것만으론 부족하고 국가에 생기를 불어 넣어야 한다 국가의 생기가 국혼(國魂)이고 그것이 한국혼(韓國魂)이다 한국혼 곧 국혼⸱국맥⸱국위는 청소년에게 달렸고 그를 바탕으로 국체⸱국격이 선다 청소년 하나 하나가 강인하고 당차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