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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조선인이 지식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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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조선인이 지식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 80여 년 전 일본육사 조선인 생도의 편지(1)

 

얼마 전 여배우 하영 집안의 친일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뜨겁게 오른 적이 있다. 구한말 의사였던 하영의 증조부가 ‘고종의 독살설’ 주인공이라는 낭설을 중심으로, 일제로부터 수 만여 평의 땅 등 큰 은전(恩典)을 받은 ‘친일파 매국노’였다는 이야기였다.

 

근대식 의술 교육을 받은 ‘조선 최초의 양의(洋醫)’였지만, 일본 스타일 애호가에 ‘일본인 처를 둔 죄’가 더해져 대표적인 친일 인사로 떠오른 것이다. 친일 여부에 대한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일제강점기 식민지라는 현실 속에서 ‘조선인이 지식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짐작된다.

 

지난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라는 민간단체가 일제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 관여 인물을 대상으로 [친일인명사전]이라는 책을 펴낸 일이 있었다. 총 3권으로 총 4,389명이 수록되었는데, 을사조약 전후부터 1945년 8월 15일 해방 전까지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식민통치·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하여 민족 또는 타 민족에게 피해를 끼친 인물을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그 선정 원칙으로 행위의 자발성·적극성·반복성·지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수록 여부를 결정했는데, 매국행위자(민족반역자)와 식민통치기구 참여·침략전쟁 협력자(부일협력자) 등으로 구분하여 수록했다는 것이 그 단체의 주장으로, 분야별 대상자는 관료 1,207명, 경찰 880명, 군 387명, 사법 194명, 문화/예술165명, 종교 200명 등이다.

 

특히 주목되는 분야는 군 출신 대상자인데, 그중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채병덕, 신응균, 김정렬 등 대한민국 국군의 창설 주역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또 홍사익 등 일본 육사 출신으로 일본군 고위 장성을 지낸 인물들도 있는데, 문제는 일본 육사 출신으로 불가피하게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조선인 일본군 장교들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 인물이 지인태(50기), 최명하(52기), 강석호(54기), 노태순(54기), 최정근(56기), 김영수(57기), 최복수(58기) 등인데, 한마디로 시대를 잘못 만났던 ‘비극적 군인들’이라 할 것이다. 일제로부터 그 어떤 특혜나 반대급부도 받지 않았지만, 사후에 ‘친일파’로 매도 당했다면 당사자도 억울하겠지만, 그 후손도 ‘친일파’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터이니 말이다.

 

문제의 [친일인명사전]에는 군 분야로 총 387명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일본 육사 출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수십여 명에 달한다. 태평양전쟁 전사자 중 위에 언급한 강석호, 노태순 등 7명이 일제의 희생양이 되어 야스쿠니 신사에 강제 합사되었다. 하지만 사후 ‘친일 행위자’로 선정되어 후대에 불명예의 기록을 남기게 되었으니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육사 생도 시절이나 일본군 장교로 복무하면서도 민족혼을 잃지 않고, 조선 독립의 그날을 애타게 기다렸다면 그 역사적 평가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 ‘비극적 군인’들 중, 한 조선인 일본군 장교의 그 옛날 서신 몇 통을 발견해 감히 소개해 보려 한다. (이 편지들은 1938년부터 1943년까지, 그 당시 경성에 있던 부모님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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