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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면 끝도 처음처럼 곱다
  • 무학산
  • 2026.10.02  08:01 (조회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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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인기 연재물.[윤희영의 News English]의 어제(10.1) 제목은《권력을 쥐면 사람이 달라지는 진짜 이유》였다 나는 저 기사를 즐겨 읽는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장이 좋아서다 기자의 해박함도 부럽지만 문장이 간박(簡朴)하고 고아(高雅)해서 좋다

 

동창회 회장만 되어도 목에 힘을 넣는데 하물며 나라의 권력을 거머쥔 사람이 왜 아니 달라지겠나. 권력을 잡기 위해 발버둥치던 이가 권력을 쥐면 한숨 돌리며 게식(憩息)하기 마련이다 잠시 마음을 놓으므로 해서 이전과 달리 느슨해지며 자기를 위대화하고 일에 대한 욕심과 또다른 탐욕도 자란다 전에는 보이던 것이 안 보이게 되고, 전에는 안 보이던 것이 보이게 된다 누구나 거치는 작은 생각의 변화가 원인인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비우면 된다

 

어떻게 비워야 하나? 플라톤이 ‘행복의 조건’에서 말한 ‘5가지의 부족함’을 추구하고 실천하면 된다 5가지의 부족함을 다들 아시겠지만 그래도 말해 본다

 

1. 재산: 내가 살아가려는 수준보다 조금 부족한 재산

2. 외모: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외모

3. 명예: 내 능력보다 절반만 인정받는 명예

4. 체력: 남과 겨룰 때 한 명에겐 이기고 한 명에겐 지는 조금 부족한 체력

5. 언변: 연설했을 때 군중의 절반 정도만 박수치는 서툰 말솜씨

 

노자도 ‘비움’을 가르친다

 

“진흙을 이겨 그릇을 만들 때 그 속이 비어 있어야 그릇으로서의 쓰임이 있고, 문과 창문을 뚫어 방을 만들 때 그 속이 비어 있어야 방으로서의 쓰임이 있다 그러므로 채워진 것이 이로움이 되는 것은 비어 있는 것이 쓸모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장자도 ‘비움’을 강조한다

 

“사람이 강을 건너는데 빈 배가 와서 부딪치면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이라도 화내지 않는다. 그 배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자신을 비워 세상에 노닌다면 누가 그를 해치겠는가.”

 

“오직 도(道)는 비어 있는 곳에 모이나니. 비우는 것이 바로 심재이다 (唯道集虛 虛者心齋)” (심재 心齋; 잡념을 없애고 마음을 깨끗이 함)

 

채근담도 ‘부족함’을 강조한다

 

“사치한 사람은 부유해도 부족함을 느끼고 검소한 사람은 부족한 듯 살아도 언제나 여유가 있다 (사자부이부족 검자빈이유여 奢者富而不足 儉者貧而有餘)”

 

어디 정신만 그렇겠나. 옛말에 “위장이 비어야 머리가 맑아지고 망상이 적어진다.”고 했다 동의보감 역시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결로 물질적 부족함을 첫손에 꼽는다

 

“건강을 지키는 길은 먹는 것보다 앞서는 것이 없나니 항상 조금 배고픈 듯하게 하고 절대 배부르게 먹으면 안 된다 (양생지도 막선어식 상욕령여기 물령지포 養生之道 莫先於食 常欲令如飢 勿令至飽).”

 

명심보감도 같은 말씀을 한다

 

“배부르고 등 따시면 욕심이 생기고, 춥고 배고파야 도를 구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포난사음욕 기한발도심 飽暖思淫慾 饑寒發道心).”

 

우리네 정치인들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며 비판하다가도,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제왕도 하지 못할 일을 하려고 팔소매를 걷어붙인다 착각적 우월감(Illusory Superiority)으로 치적주의에 빠져 지나치게 특출한 일, 빛나는 일을 골라서 하려 한다 여기가 암주(暗主)와 명주(明主)의 갈림길이다 인간은 모자람(Metacognition 부족)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 모자람을 채우려 애쓴다 비로소 현명해지고 바른 정신을 갖게 되는 것이다

 

능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과소평가한다 전자는 망자존대(妄自尊大)요, 후자는 대지약우(大智若愚)다 저들 중 누가 명철보신(明哲保身)하는 사람인가? 권력을 쥐면 사람이 달라지는 것만큼 위태한 일이 어디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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