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학산
- 2026.10.03 12:01 (조회 : 51)
-
1
-
0
조선일보가 며칠 전에 서울은 맑은데 동경에는 비가 계속 온다고 보도했었다 동경에 비가 연일 오면 오는 거지 왜 날씨 좋은 서울에 비교해서 말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걱정하는 듯 즐기는 듯한 말을 하더니 어제(10. 2)는 기사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35일 연속 비 온 도쿄 이러다 우울증 걸리겠네》
남의 나라에 비가 잦은 것을 조선일보가 어째서 저리도 걱정 해주나. 이왕 걱정을 해줄바에야 누구의 귀에도 걱정으로 들리는 말로써 걱정 해주어야 위로의 말씀으로 다가 간다 축하는 격식 없이 말해도 듣는 이가 웃지만 위로는 성의를 담아서 말해야 옳다 이전에 문상을 가서, 열이면 열 모두가 상주에게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 말했다 위로의 말씀은 까딱 잘못 말하면 낭패이기에 그랬던 것이다
신문의 말마따나 35일이나 비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우울증 걸리겠네.” 말하면 일본인의 입장에선 “얼씨구 쌤통이다.”는 말로 들릴 수 있다 ‘걱정’이 ‘저주’로 되는 것이다 일본이 잘못되면 기분 좋아하는 우리 아닌가. 곱씹어봐도 전혀 티 없는 문장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소시민 계급이 저렇게 말하더라도, 신문은 “그딴 일에 우울증은 무슨 우울증이냐.”고 대차게 말해야 빈틈없는 신문, 올곧은 국가라 하겠다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우울증이 결코 가벼운 병이 아닌데도 함부로 끄집어내서 타인에게 갖다 붙일 일인가. 신문이 작은 일에 호들갑을 떨어, 일본이 아닌 되려 우리를 나약하게 만드는 꼴이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비가 많이 와서 큰 물난리를 겪었었다 방 안에까지 물이 들어왔다 자다가 식구들이 피난 갔다 동네 친구는 어머니의 시신을 아직도 못 찾고 있다 이래서 나는 물난리란 말을 듣기 싫어한다 이런 심리를 ‘심리적 회피’라 한다고 들었다 35일 동안 비가 오는 탓에 일본인은 신경이 바짝 섰을 것이다 이 판국에 “이러다 우울증 걸리겠네”란 말이 당키나 하나? 내 귀에도 ‘위로’로 안 들린다
1993년 7월 김포공항에서 목포로 향하던 아시아나 여객기가 전남 해남군 인근 야산에 추락했다 당시 목포엔 강한 비와 안개가 자욱했고 사고기는 목포공항 착륙을 3차례나 시도, 실패했다 4번째 도모했으나 야산에 추락. 68명이 사망하고 42명이 부상 당했다 승객 중 한 여인이 한 말이 아직도 내 귀에 맴돈다 “내 몸을 고박하여 헬기에 실어주었으면 평생 불구는 되지 않았을 걸.”
저 사실을 기억하는 이유가 있다 그 당시 나는 지리산 추성리 마을(칠선계곡 입구 동네)에 가 있었고 저 해 여름은 기상 관측 사상 역대 최악의 이상 저온과 악천후가 여름 내내 계속되어 한여름임에도 비가 끊이지 않고 흐린 날이 이어져 “여름이 실종됐다.”는 말이 나돌았다
6월 22일부터 7월 30일까지 하루도 비가 안 온 날이 없었고 8월에도 7월보다 더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다 게다가 6월부터 9월초까지 두 달 넘게 가을 날씨가 이어졌다 해수욕장이 폐쇄되고 에어컨 판매가 중단됐으며 선풍기 아이스크림 등 여름 상품이 폭망했던 해로도 유명하다 조선시대였다면 붉은 옷을 입고 붉은 깃발을 내걸어 향을 세 번 피우고 기청제(祈晴祭)를 지냈을 것이다
천변지이(天變地異)라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신문은 우울증 환자가 나왔다는 보도 따위는 하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초상집에서 감기 걱정하는 꼴이었을 것으로 국민의 돌팔매를 맞았을지 모른다 온 국민이 날씨로 고통받고, 비행기 사고로 가슴이 먹먹하고, 유족은 울부짖는데 감히 “우울증 걸리겠네.”란 말을 누가 하겠나 저 때 일본이 우리에게 “우울증 걸리겠네.” 했다면 우리는, 지금의 일본처럼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다 의병과 죽창을 외치며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했겠지.
어이아이(於異阿異)라 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청자(聽者)의 기분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우리말은 토씨 하나만 달라도 전혀 다른 의미가 돼버린다 의사는 환자 앞에서 웃지도 않는다는데 남의 궂은일에 “우울증 걸리겠네.”가 할 말인가. 말본새가 저러면 일본보다 먼저 우리 심성이 황폐된다
예로부터 “말 잘하여 뺨 맞는 일 없다.”고 했다 그래서 다 아시겠지만 말씀을 신중하게 한 분들의 말씀을 소개하겠다
말을 조심하는 것이 수양의 시작이다 –퇴계 이황-
말을 참는 것은 노여움을 다스리는 것이다 –서애 유성룡-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수룩하기도 어렵다 총명하면서 어수룩해지기는 더욱 어렵다 –정판교(鄭板橋. 청나라의 화가. 관료)-
나중에 복을 얻으려고 굳이 지금 다투어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정판교-
신문의 말 한마디를 갖고 이리 긴 글을 쓴 것도 열없기는 하다 그러나 일본인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이 물음엔 손을 내 입에 갖다 댈 뿐이다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 추천 | 반대 |
|---|---|---|---|---|---|---|
| 152953 |
|
강한필 | 26-10-06 | 20 | 0 | 0 |
| 152952 |
줏어들은 이바구 한자락
NEW
|
浩然의生覺 | 26-10-06 | 18 | 0 | 0 |
| 152951 |
|
남자천사 | 26-10-06 | 21 | 0 | 0 |
| 152950 |
|
소월하인 | 26-10-06 | 20 | 0 | 0 |
| 152949 |
신문 꼬라지 한번 보소
NEW
[1]
|
무학산 | 26-10-05 | 46 | 1 | 0 |
| 152948 |
[3]
|
답의기원 | 26-10-05 | 36 | 1 | 0 |
| 152947 |
[1]
|
답의기원 | 26-10-05 | 45 | 1 | 0 |
| 152946 |
|
강한필 | 26-10-05 | 44 | 0 | 0 |
| 152945 | 浩然의生覺 | 26-10-05 | 41 | 1 | 0 | |
| 152944 |
[2]
|
무학산 | 26-10-05 | 45 | 2 | 0 |
| 152943 |
[2]
|
무학산 | 26-10-05 | 62 | 1 | 0 |
| 152942 |
|
소월하인 | 26-10-04 | 53 | 0 | 0 |
| 152941 |
[2]
|
답의기원 | 26-10-04 | 42 | 1 | 0 |
| 152940 |
[1]
|
浩然의生覺 | 26-10-04 | 54 | 1 | 0 |
| 152939 |
[2]
|
답의기원 | 26-10-03 | 77 | 0 | 0 |
| 152938 |
[1]
|
무학산 | 26-10-03 | 62 | 1 | 0 |
| 152937 |
|
무학산 | 26-10-03 | 51 | 1 | 0 |
| 152936 |
[1]
|
浩然의生覺 | 26-10-03 | 65 | 1 | 0 |
| 152935 | 浩然의生覺 | 26-10-03 | 61 | 2 | 0 | |
| 152934 |
|
소월하인 | 26-10-02 | 60 | 0 | 0 |
| 152933 | 浩然의生覺 | 26-10-02 | 69 | 1 | 0 | |
| 152932 |
|
浩然의生覺 | 26-10-02 | 78 | 1 | 0 |
| 152931 | 浩然의生覺 | 26-10-02 | 62 | 1 | 0 | |
| 152930 |
|
무학산 | 26-10-02 | 66 | 2 | 0 |
| 152929 |
[1]
|
이유없음 | 26-10-01 | 104 | 2 | 0 |
| 152928 | 浩然의生覺 | 26-10-01 | 70 | 1 | 0 | |
| 152927 |
|
사자후 | 26-10-01 | 62 | 0 | 0 |
| 152926 |
|
소월하인 | 26-09-30 | 53 | 0 | 0 |
| 152925 |
[1]
|
무학산 | 26-09-30 | 83 | 3 | 0 |
| 152924 |
[2]
|
浩然의生覺 | 26-09-30 | 72 | 2 | 0 |
| 152923 |
|
연상달인 | 26-09-30 | 53 | 0 | 0 |
| 152922 |
[1]
|
무학산 | 26-09-30 | 80 | 1 | 0 |
| 152921 |
|
이중건 | 26-09-29 | 61 | 0 | 0 |
| 152920 |
|
무학산 | 26-09-29 | 122 | 0 | 0 |
| 152919 |
|
이중건 | 26-09-29 | 56 | 0 | 0 |
| 152918 |
|
무학산 | 26-09-29 | 65 | 1 | 0 |
| 152917 |
|
남자천사 | 26-09-29 | 40 | 0 | 0 |
| 152916 |
|
소월하인 | 26-09-28 | 77 | 0 | 0 |
| 152915 |
|
부산386 | 26-09-28 | 62 | 0 | 0 |
| 152914 |
|
강한필 | 26-09-28 | 116 | 3 | 0 |
| 152913 |
|
이중건 | 26-09-28 | 69 | 0 | 0 |
| 152912 |
|
이유없음 | 26-09-28 | 81 | 0 | 0 |
| 152911 |
|
무학산 | 26-09-28 | 65 | 0 | 0 |
| 152910 |
|
사자후 | 26-09-28 | 74 | 1 | 2 |
| 152909 |
[1]
|
무학산 | 26-09-28 | 92 | 2 | 0 |
| 152908 |
|
무학산 | 26-09-27 | 72 | 1 | 0 |
| 152907 |
|
무학산 | 26-09-27 | 75 | 1 | 0 |
| 152906 |
|
이중건 | 26-09-26 | 70 | 0 | 0 |
| 152905 |
|
이중건 | 26-09-26 | 72 | 0 | 0 |
| 152904 |
|
무학산 | 26-09-26 | 67 | 1 | 0 |
한눈에 보는
베스트 기사
- 1 권양숙이 딸을 위해 건넨 13억 돈상자는 환치기 방식으로 미국으로 송금되었다!
- 2 北김여정 입에서 '삶은 소대가리' 욕설 안 나와서 '로우 키(low key)'인가
- 3 ‘답변이 제한됩니다’는 하나마나 한 말장난
- 4 '암살자(들)'의 가장 궁금증…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왜 출연했나?
- 5 북한군 두 포로 공개- 왜 잔인하고 무책임?
- 6 우리의 아들인 국군 장병 3명이 다친 사고입니다
- 7 "나 자살하지 않았어. 살해됐어”
- 8 잠시 韓이 싫었지만 이젠 韓을 위한 변명을
- 9 지금 한동훈에게 필요한 것
- 10 왕소금, 꽃소금, 보통 소금, 바위 소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