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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만의 전화,그때는 누구나 득도하는가
  • 무학산
  • 2026.10.11  08:17 (조회 :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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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간다"던 70대 후반 선배 알고보니 '저세상'으로 떠났다》이는 오늘자 조선일보의 한 기사 제목이다

 

무슨 말인가 싶어서 읽으니 죽음을 앞둔 선배가 후배에게 전화한 내용이었다 10년 만의 통화였다니 전화를 건 사람이 선배다워 보이고, 거룩해 보이고, 득도(得道)한 사람 같아 보인다

 

이 세상에 올 때는 사람마다 다르게 왔지만 갈 때는 똑같은 길을 간다 누구나 가는 길을 가려는 사람은 저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과 나도 저렇게 될까 하는 생각이 교차했고 신의 섭리가 오묘하고 공평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 그래도 기분이 착찹한 날인데 저런 기사를 읽으니 허전하기도 하고 숙연해 지기도 한다 아침에 눈을 떠니 지독히 꾸무거리한 날씨이다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비가 올 것 같기도 한데 비도 오지 않는다 비가 오면 비 구경하면서 술을 마시게 되니 기분이 좋아지는데 비도 안 오고, 그렇다고 조금 맑아지지도 않는다 조금만 흐린 날엔 촌길로 드라이브하면 행복해지는데 말이다

 

과학적으로도 햇빛이 쨍한 날보다 약간 흐린 날이 드라이브하기에 좋다고 들었다 그러나 웬걸 금방 동쪽 바다가 훤해지더니 서쪽 무학산이 거울같이 맑아졌다 세상에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저 기사를 읽은 보람이 있다 단어 두 개를 알게 되어서다 내용에 이런 대목이 나왔다

 

“인류의 생사가 줄기차게 반복돼 온 이 광막한 세상.”

 

광막이라니? 막막하다는 말 같기도 하고 어지럽다는 말 같기도 하다 대략 뜻은 짚이는데 딱 이런 뜻이다고 알지는 못하겠다 저럴 땐 한자를 써주면 좋을 텐데 하면서 사전을 여니, “廣漠 아득하게 넓다”로 풀이돼 있다 예문에는 “낙동강 연안의 원야는 대단히 광막하고….”란 게 있고 <<문순태, 타오르는 강>>이란 글도 덧붙여 있다

 

날씨와는 달리 아침부터 재수는 좋다 ‘광막’과 ‘원야’ 단어 두 개를 알게 되었고, 문순태의 타오르는 강을 읽어볼 욕심도 일었다

 

멍하니 앉았다가 남들은 어떤 기분일까 싶어 댓글을 읽어보니 딱 나같은 사람이 있었다 그 댓글을 옮겨본다

 

“renato

2026.10.11 06:37

사는 건 참 재밌다. 공부도 원없이 해봤고 돈도 마니 벌어봤고 여자도 마니 만나봤고 여행도 마니 가봤고. 그닥 후회되는 일도 없다. 남은 건 건강 평온 지키며 나를 위해 살다가는 것. 죽을때 안 아팠으면.”

 

나는 어떻게 된 인간인지 잘하는 것이 하나 없고 아름답게 성사한 일도 없다 손을 안 댄 일도 없다 꼴에 호기심은 많아서 남들이 잘하는 것은 무조건 따라서 하고 배운다 그러다보니 이것저것 조금은 익힌다 시체말로 잡기(雜技)에 조금 입문은 한 것이다 “재주 많은 놈 땟거리 걱정한다.”는 속담대로다

 

그날도 오늘처럼 날씨가 사납게 꾸무거리한 날이었다 방구석에 앉아 공부를 하다가 권투방에 간다며 가방을 챙겨 드니 어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야야. 니 이라다가 어중개비 된다 공부를 하든지 권투를 하든지 하나만 해라.” 공부에도, 권투에도 실패했다 어머니의 말을 새겨듣지 않은 죄값을 치르며 산다 그렇게 산 것을 후회하면서도 단어 두 개를 단어장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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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浩然의生覺 2026-10-11 오전 9:40

    내용을 읽다보니 지독히 꾸무거리한 날씨인데 뭔가 빠지신것 같았는데 그러면 그렇지 술이 빠지실리가 ㅋㅋ
    날씨좋은 휴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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