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학산
- 2026.10.11 22:05 (조회 :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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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앙일보에 신복룡 교수의《[선데이 칼럼] 한국의 사극, 그리고 최인호의 회상》이란 칼럼이 있다
신교수가 문장을 참 점잖게 쓴다 딱 신씨 집안의 어른이요 전통적 높은 처신이다 겸손하게도 그는 이렇게 썼다
“이로 말미암아 고령 신씨의 후손은 많은 수치를 겪었다. (나는 평산 신가이다.)”
괄호까지 하여 “나는 평산 신가이다.”는 말씀이,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추억을 호출하였다 함안에서 마산에 통학하는 아이가 있었다 하루는 자기 집에 놀러 가자고 해서 함안 칠원에 갔다 방 안에 조용히 앉아 계시는 그의 할배에게 절을 하고 앉았는데 그 할배가 나에게 “성씨가 무엇인고?” 했다 그래서 “네 X씨입니다.“고 대답 드렸다 그때까지 인자하고 자상했던 할배가 들고 있던 담뱃대로 내 머리를 갈겼다 “이놈. 자기의 성은 ’씨‘가 아니고 ’가‘라 해야 하거늘.” 하며 혀를 쯧쯧 찼다 신복룡 교수가 “(나는 평산 신가이다.)” 한데서 평산 신씨의 겸손이 드러난다
평산 신씨의 시조는 장절공 신숭겸 어른이다 고려와 조선을 통틀어 가장 주군에 충성한 표상이었다 궁예를 후차낼 쿠데타군을 조직하고 동원하고 궁예를 몰아내고 왕건을 왕으로 추대하고 나중에 견훤과의 전투에서 절박해지자 왕건을 구하려 자기가 왕건의 옷을 입고 견훤군이 자기를 쫓게 하여 왕건을 무사 귀환하게 하고 자기는 시체 조각 하나 남김없이 분해되었다 왕건의 단추 하나만 들고 가도 포상되었던 것이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나? 내 어머니 그러니 나의 외삼촌이 장절공의 33대손이다 신현학 전 국무총리와 대등 항렬이다 외삼촌이 참 선했다 옛날에 큰 가방을 사면 큰가방과 똑같이 생긴 작은 가방이 큰 가방 안에 들어 있었다 외삼촌이 집에 와서 보니 작은 가방이 들어 있더라면서 25리 길을 다시 걸어가 가방 가게에 갖다 주려 간 사람이다 가게 주인은 필경 "바보 아닌가" 했을 것이다
조선의 최고 문장가 상촌 신흠도 평산 신씨이다 그가 쓴《고려태사장절공충렬비문》은 왕건을 대신해 전사한 신숭겸의 충절과 가문의 내력을 장엄하게 기록하고 있는데 사당 건립 및 중건 관련 문헌에서 핵심 중의 핵심으로 인용되는 문장이다 조선의 4대 문장가는 상촌 신흠. 월사 이정구, 계곡 장유, 택당 이식으로 꼽는다
평산 신씨는 일제 때도 창씨 개명하지 않았다 성인 신(申)을 못 쓰게 했으니 성 ’신‘ 대신에 본(本)인 ’평산‘을 써서 평산광일(平山光一) 이렇게 썼다 장절공 신숭겸 어른의 피가 내 몸에도 돌고 있는데 내가 어찌 그 충절을 자랑하지 않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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