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건
- 2026.10.14 18:13 (조회 :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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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일 탈북사장의 부친 홍두표 수기 <서울에서 평양까지>(다림줄 2026년)를 4일 째 다 읽었다. 나의 아버지 이포구와 인생로가 같아 구체적으로 탐독하였다. 두 분이 공산주의를 신봉하여 월북하게된 경위를 보았다.
홍두표는 서울 중학교시절 선배학생들 통해서 공산주의를 접한다. 소자본가의 집안에서 덕이 우선되야 한다는 좋은 가정환경에 성장했다. 하지만 평등하게 살아야 한다는 공산주의에 스펀지처럼 빨려갔다. 죽을 길인줄 알면서도 의용군으로 인민군에 참전하며 월북한다. 수 없는 사선 이야기는 생략한다. 인생말년까지 철저한 김일성주의자라고 자칭할 정도로 변함이 없는 공산주의자다. 물론 북한에서 쓴 수기이기에 딴 소리를 쓸 수없는 환경임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수기의 시작과 끝을 보면 공산사상에 세뇌된 그대로인 것 같다.
특이한 것은 어떤 경우든 전쟁을 먼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포격에 찢겨 내장과 심장이 다 드러나 죽어가는 전우 모습, 잠복 위치 노출로 인해 굶는 자식을 위해 풀 뜯으러 온 여인을 목 졸라 죽여야만 했던 전쟁의 참혹함을 겪으셨기 때문이다.
홍두표는 역사의식, 범은 가죽을, 사람은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인생 관이 뚜렷한 분이다. 여기서는 흔히 그럴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글 한자에 죽고 살고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다. 정말 글을 남겼기에 그 아들을 통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다. 홍두표는 학생때부터 문화적 소양이 남달라 <누이동생의 죽음>이란 글을 써서 전국문예잡지 현상모집에서 1등을 했다. 아마도 이곳사회였다면 이름난 작가가 되었을 것이다.
홍원일 탈북사장의 부친 홍두표처럼 우리 아버지는 수기를 남기지 못했다. 아마 남기라고 해도 말 한마디 글 한자에 죽는 북한 세상이니 절대사절하셨을 것이다. 실제로 그 아들인 제가 어렸을 때 글쓰는 것은 내버려 두었지만 성인되어서 글 쓰는 것은 절대 반대였다.
나의 아버지 이포구가 공산주의를 접한 것은 북한중앙당 파견원 김복동의 포섭이다. 김복동은 팔로군출신으로 백전노장의 공산혁명가였다. 고을에서 면장감은 누구라고 할 정도로 똑똑한 대상을 놓칠리 없다. 그 포섭대상인 아버지 역시 맞장구치듯 골고루 잘 살자는 공산사상에 즉시 매력에 빠진다. 이 매력에 빠지게 된 원인은 크게 두가지이다. 그 하나는 형제 중에 제일 잘 사는 맏형때문이다. 두번째는 고을의 차씨네때문이다.
다섯형제 중에 자수성가하여 부자가 된 것은 맏형이다. 땅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도 가난한 아래 동생들에게 땅 한마지기 소작주지 않는다. 타인은 소작을 주어도 당당히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형제에게 주었다가 혹시 대가를 못 내면 받아내기 따분해지기 때문이다. 형제끼리도 이러한 비정함에 깊은 상처를 받은 것이다.
공산주의에 빠지게 된 두번째 원인은 동네 터주감들인 차씨들의 횡포이다. 소학교를 다니는데 차씨네 땅 길로 다니지 못하게 하여 먼길로 다녀야 했다. 어려서부터 깊은 상처를 받고 있었는데 공산주의가 되면 깨끗이 씯어질 것이라 믿었다. 공산주의를 위해 리리 감옥, 군산 감옥을 거치는 생사를 넘나든다. 아버지의 남한 부인의 증언에 의하면 눈치하나 주면 온 고을이 움직였다고 한다. 정말 625전쟁으로 인민군이 들어오자 군당 선전비서로 총차고 짚차타고 다녔다고 한다.
열렬한 공산주의자였지만 공산혁명과 다른 점도 있었다. 부자타도가 공산혁명원리이다. 하지만 부자들을 죽이지 못하게 했다. 부자들을 죽이는 것은 동네사람을 죽이는 것이라면서 막았다. 아마도 복수의 악순환을 염려해서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 덕에 이 지역밖에서는 학살이 심했지만 이곳만은 없었다. 그 덕에 살아난 유지들이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후퇴하는 인민군 따라 월북 할때 가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자기들이 보증서겠으니 념려말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산주의를 신봉하여 월북하셨다.
아버지의 파란만장 일생을 거두절미하고 은퇴를 앞두고 한 한마디만 적는다. <정치는 최대의 협잡이야!>. 새벽 1시에 허허 벌판에 나가 통곡하시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모든 걸 다 받쳐 온 일생이 협잡을 당한 것처럼 허무맹랑했다. 왜 잘못된 것인지는 표현이나 글로 남기지 않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자신이 바랬던 그런 공산주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차라리 의식하지 않고 살았으면 그런대로 사는 껏 산다. 하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안될 명석한 머리를 가지셔 살 의미를 잃는다. 사무치게 가고 싶은 고향 길마저 안 보인다. 모든 게 막막하여 은퇴를 앞둔 58세에 자살하신다. 충치 난 이 하나 없이 건강하셨지만.
북한에서 자살은 반혁명으로 본다. 그래서 <지혜롭게>자살하신다. 홍두표 수기에도 있는 것처럼 아무리 충성분자라도 남출신이기에 감시를 한다. 감시의 성격은 간첩이란 의심이다. 우리 아버지는 그래서 나는 간첩이 아니라는 자살을 하신다. 도둑놈으로 둔갑한다. 무슨 도둑놈이 훔친 물건은 고스란히 쌓아놓기만 했다. 그래 용서하니 또 도둑질 한다. 이번에는 잡혀오는 안전원(경찰)의 삼바리 오토바이에 머리를 박아 지주막출혈로 사망하신다. 다행이도 정치적 자살로 평가되지 않아 가족은 무사했다.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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