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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변변치 못하다고 그의 말까지 버리지 말라
  • 무학산
  • 2026.10.16  12:10 (조회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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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시지만, 수즉다욕(壽則多辱)이란 말이 있다《장자》에 나오는 말로서, 오래 살수록 욕되는 일을 많이 본다는 뜻이다 나의 경우에는 저 말이 딱 맞다 나 자신이 나쁜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것을 문득문득 깨닫는 것이다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나란히 놓고 보면 까마귀와 백조 같은 차이가 날 것이다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

 

《유홍준 '셀프 추천' 소장품 또 있다 "작품 세탁 의혹, 절차 밝혀라“》

 

그의 출세작,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공전의 인기를 끌었다 저 책으로 인해 국민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안목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저 책이 유산을 소개하는 순서대로 차를 끌고 답사를 가기도 했고, 그들의 자동차 안에는 저 책이 반드시 있었다 나도 그 중의 한 명이었다

 

이 현상을 그는 어디에선가 이렇게 말했었다 “나의 책이 하필 자가용 자동차가 처음 쏟아진 시점에 나왔으므로 그리된 것일 뿐이다.” 안 그래도 숭신(崇信)하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드는 사람이, 말까지 겸손하게 하니 더욱 인기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저 책이 나온 이래 지금까지, 언론의 유홍준에 대한 보도 내용은, 책에서 느낀 그의 선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보도를 처음 접하고선 나는 “가짜 뉴스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금 뒤에 나온 보도에선 ‘설만들’ 했고, 또 그 다음의 보도에선 “그래?” 했고, 다시 그 뒤의 뉴스를 보고선 “세상에 믿을 사람없군” 했고, 마침내는 그에 관한 보도는 읽지도 않았고, 다만 자연스레 눈에 띄는 굵은 활자만 접했다

 

여기쯤에서 내 책장에 꼿혀 있는 그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세 권을 불태워버리거나 쓰레기통에 던지고 싶었다 그러나 그 책과 그가 말한 내용 자체가 아까워서 그대로 두고 있다 나로 하여금 문화유산에 관심 갖게 길을 열어준 책이었임은 변함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정은 어쩌지 못하고 남았었는데, 요 며칠 사이에 나오는 보도와 그의 빗나간 변명을 접하고선, “그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하는 이야기꾼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사람을 함부로 좋아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욱 선해져야 할 텐데 도리어 악해지는 것이다

 

내가 그를 사숙한 적은 없다 그러나 사제삼세(師弟三世)의 가치는 원용하고 싶다 “부모와 자식의 인연은 일세(一世)요 부부의 인연은 이세(二世)지만, 스승과 제자의 인연은 삼세를 간다”고 했다 이런 마음을 갖기로 했다 그래야 그가 아닌 내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사숙 私淑; 직접 배우지는 않고 혼자서 마음속으로 그 사람을 본받아 행실이나 학문을 닦음)

 

그리고 이 말씀도 원용하고 싶다 “말을 잘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천거하지 않으며, 사람이 변변치 않다고 해서 그가 한 좋은 말까지 버리지 않는다 (君子不以言擧人 不以言廢言)” 《논어》

 

부모와 자식은 은혜로 맺어진 관계이고 스승과 제자는 의리로 맺어진 관계다 스승이 때로 흔들리거나 허물을 보이더라도 제자는 “내가 그분에게서 진리와 도를 배웠다.”는 사실 자체를 소중히 여기며 끝까지 의리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 ‘수즉다욕’도 헛것이 될 것이다 유홍준도 "세상사는 수즉다욕이구나" 생각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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