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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면 독작할 때 읊을 시 세 편 준비
  • 무학산
  • 2026.10.18  14:13 (조회 :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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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술을 안 먹고 운동만 했다 운동하는 중에도 문득문득 술 생각이 나곤 했다 그럴 때면 “술. 이 새끼. 니 없애버릴 것이다 먹어서.” 하며 더 무거운 역기를 들었다 조선일보가, 운동선수가 욕을 하면 순간적으로 더욱 힘이 솟는다는 보도를 했었지만, 운동가(運動家)들은 일찍이 운동을 통해 그것을 스스로 깨닫는다

 

어제 운동 중에 내일 전국적으로 큰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 예보를 들었었다 옳다구나 하며 서둘러 운동을 마치고 편의점에 가서 좋아하는 아사히 몇 캔을 사 와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내일 비 오는 창밖을 내다보며, 가을 색에 물들고, 가을비에 젖는 무학산을 감상하며 먹을 참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그 내일이 되었다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창문을 여니 구름은커녕 햇빛만 쨍쨍하다 이 때도 속으로 욕을 했다 “안 오는 비도 술처럼 더러운 넘이네.”

 

그러나 1시가 되니 사방이 컴컴해지는 데 겁이 날 정도이다 드디어 비가 오는가 싶어 신이 난다 그래서 빈 무학산을 바라보며 독작(獨酌)할 때 읊조릴 시 세 편을, 나의 디지털 스크랩북에서 미리 꺼내 놓았다

 

조지훈의 ‘완화삼’과 박목월의 ‘나그네’ 그리고 천상병의 ‘막걸리’이다 완화삼은 玩花衫으로 꽃을 보고 즐기는 선비의 적삼이란 뜻이다 완화삼과 나그네는 화답시(和答詩) 관계이다

 

조지훈 시인이 경주에 살던 박목월 시인에게 가서 보름간 함께 머물며 문학과 삶을 논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조지훈이 그때의 추억과 그리움을 담아 시〈완화삼(부제: 목월에게)〉을 편지에 동봉해 보냈다 이를 받은 박목월이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답장으로 보낸 시가 〈나그네(부제: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놀이여- 지훈에게〉이다

 

조지훈-완화삼 (부제:木月에게)

 

차운山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우는 날이 있었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삼백里

정든 나그네여 어디로 가시는가

나그네 길에

가을비 내리는 날에

서러운 마음에

가야금 소리 들리나니

두 뺨에 흐르는 눈물이 따스하구나

비 오자 눈물 나자 아침 생각나자

돌아다보는 눈길이 그리웁구나

 

박목월 – 나그네 (부제: 술 익는 강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 지훈에게)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三百 里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물러서서 바라보는

달처럼 가는 나그네

 

천상병은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그후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과 가난에 시달렸다 그러나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삶을 달관하는 시를 썼다 그의 말년을 버티게 해 준 시가 ‘막걸리’이다 막걸리를 향한 고백이자 감사 백서 같은 시인 것이다

 

천상병 – 막걸리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 사면

한 홉쯤은 매일 남아서

다음날 마신다

이것은 내 생활의 비결일 뿐만 아니라

막걸리를 변하지 않게 하는 배려이다

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 시시 한 잔을 마실 뿐이다

내 마시는 막걸리는

영양분이 많고 값이 저렴하여

내게는 안성맞춤이다

나를 살려주는 것은 이 막걸리다

고마운 막걸리여.

너는 내게는 대지의 이슬이다

 

여기까지 쓰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니 안개인 듯 구름인 듯 한 것들이 산동네를 반쯤 덮어버렸다 운치는 더욱 있어 보인다 이 글을 다 쓰도록 비가 내리지 않고 기다려준 비에 감사한다 한편으론 비가 쫄쫄 내렸으면 더 좋은 글을 썼을 텐데 하며 애먼 비에게 글 못 쓴 책임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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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浩然의生覺 2026-10-19 오후 5:11

    술은 우리의 적 마셔서 없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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