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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경우에 왜 하필 '호랑이'를 썼을까
  • 무학산
  • 2026.11.04  12:22 (조회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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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北 김정은이 왜 딸을 동반하는지 '구글'은 알고 있다》기사의 허두는 이렇다

 

“김정은은 10대 시절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하며 평양과 자주 통화했다. 열다섯 살 김정은의 목소리는 사나웠다. ‘담배를 많이 피우지 말라’는 10대 소녀에게 상소리를 하기도 했다. 호랑이 새끼는 역시 호랑이였다.”

 

김정은을 두고 “호랑이 새끼는 역시 호랑이였다”고 말했다 과연 적절한 표현인가? 저 첫 문단만 읽고 더 읽지 않았다 김정은을 우호적으로 보는 입장에서 호랑이를 끌어 썼더라도, 양호유환(養虎遺患)의 뜻에서 썼더라도, 김정은을 두고 “호랑이 새끼는 역시 호랑이였다”는 표현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

 

‘호랑이’란 단어 자체만 놓고 보면 잘못된 표현이랄 수 없다 하지만 호랑이가 비록 맹수이긴 하나 우리네의 전통적 관념에 호랑이는 친근한 혹은 다정한 동물로 그려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을 하면서 우리는 그 마스코트를 호랑이로 내세웠다 우리가 가진 호랑이象이 김정은스럽다면 그랬겠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도 ‘수호랑’이었다 백호(흰 호랑이)를 모티브로 했던 것이다

 

포악한 사람을 두고 “이리 같은 놈”이라거나 "늑대 같은 놈이"라 말하지, "호랑이 같은 놈"이라곤 잘 말하지 않는다 우둔한 사람에겐 “곰 같은 놈”이라 한다  호랑이를 두고 욕하는 경우도 찾아지지 않았다 근근이 찾아낸 말이 “호식할 놈” 뿐이다. 이 말도 호랑이를 나무란 것이 아니고 사람을 나무란 가르침이다 ‘호부견자(虎父犬子)’란 말도 있다 다 아시다시피, 훌륭한 아비에 비해 자식은 그렇지 못하다는 말로써, 호랑이를 훌륭한 아비로 묘사했으니 짐승이 이보다 정겨운 경우는 있지 않을 것이다 (호식 虎食; 사람이 호랑이에게 잡아 먹힘)

 

우리 문화 속에서 호랑이는 무섭고 두려운 맹수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바보스럽고 친근하며 우리 삶을 지켜주는 동반자로 함께 해 왔다

 

《작호도》에서 보듯, 조선시대 민화 속의 호랑이는 위엄 대신에 까치에게 골탕먹는 해학적인 모습이다 《호랑이와 곶감》이란 설화에도 호랑이는 곶감 하나에 겁을 먹고 달아나는 겁쟁이,《토끼와 호랑이》란 전래동화엔 토끼에게 속아 골탕 먹는 어수룩한 동물로 등장한다

 

전통적으로 호랑이는 마을과 산을 지키는 산신(山神)의 대리자로 그려지거나 모셔졌다 무서운 존재라기보다는 나쁜 귀신을 막아주고 복을 가져다 주는 든든한 이웃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새해가 되면 대문에 호랑이 그림을 붙여 액운을 쫓는 ‘문배’ 풍습이 있었다 우리 집 앞을 지켜주는 친근한 수호자였던 셈이다

 

우리에게 호랑이는 이중적으로 쓰인다 대중에게는 위와 같이 쓰이지만 정치⸱군사적 맥락에선 “포악하고 위협적인 존재”로 소비한다 김정은을 그렇게 독한 인간으로 그리려면 그에 걸맞는 짐승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김정은을 일러 호랑이 새끼라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세상과 문장에 사실이 중요하지만 '정서'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누대를 통해 우리에게 친근하고 다정한 동물로 여겨져 온 호랑이를 김정은에 견준 것이 딱 들어맞는 표현인가? 대답은 각자의 가슴 속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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