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만났던 김정일 시대에 탈북해 온 탈북 노 여사의 말이다. 반짝 김일성 부인으로서 우상화되었던 김성애 중앙 여맹 위원장의 대회에 참가할 만큼 여맹 간부였다. 그때가 1970~1971년이다.

김성애의 살결이 얼마나 어린애같이 고운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대회가 끝난 후 기숙사에 돌아왔는데 비상이 걸렸다. 입단속을 하는 김성애 위원장의 지시이다. 회의 도중 김옥순(전 중앙 여맹위원장)을 비롯한 항일 여자 투사 출신들을 비꼬는 발언을 한 것이다.

항일 투사들은 총밖에 모르는 일자 무식쟁이들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한편 항일 투사 출신이 아닌 김성애로서 본능 같은 질투심, 경쟁의식으로 한 말이다. 김일성 다음으로 우상화되던 김성애로서 간이 배 밖에 나와 있었다. 당시 가장 독재자라는 박정희 영부인 육영수의 겸손과 대조가 된다.

타자수로 김일성의 사무실 잡부 경력밖에 없는 김성애이다. 농촌 출신에 작고 까막눈인 김일성의 본부인 김정숙보다 훨씬 수준이 있고 미인인 탓에 부인으로 간택된 가치가 전부이다. 어쩌면 김성애 때문에 울화가 터져 김정숙이 죽었다고 하기도 한다. 해산할 때 의사를 불러와야 하나 부르지 말라고 해서 죽은 것이다. 그 원한이 쌓여 항일 투사들과 김정숙의 맏아들 김정일로부터 김성애와 그 족속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보복한 것이기도 하다.

아무튼 우상화되었던 김성애 부름을 받을 만큼 얼마나 충성하고 성실했으면 그랬을까. 예술인 탈북자들이 방송에 나오면 하는 소리가 진가인지 구별할 정도로 콩나물 대가리와 북한의 창법, 춤을 아는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분 같은 분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도 한다. 필자가 시작한 대북 풍선 초기 가장 어려울 때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협력한 분이 이분이다. 나이가 계셔 다리가 좋지 않아 할 수 없이 물러나셨지만 대북 풍선의 원조 자리에 당당히 앉힐 분이다. 종씨는 달라도 저의 선산에 모셔 좋은 정기를 살리려 한다.

이분은 이념을 떠나 천성적으로 착하고 성실하다. 국가 배급이 끊어지자 할 수 없이 빵 장사를 하려 했다. 하지만 굶어 죽어가는 어린이들을 보고 나누어 주고야 마는 성품이다. 자기 먹을 것을 남에게 주면 자기가 죽는 판인데 다행스럽게도 중국에 친척들이 도와서 연명했다.

공산권에도 천성적인 이런 분이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원래 증오의 철학, 공산주의 하에서는 착하던 사람도 악해지게 만든다. 하지만 그 속에서 이런 분들이 있다는 것을 따져 보면 부모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법 없이도 살 만큼의 천성과 충성했던 분이 왜 탈북했을까. 이분 자신이 이에 대해 말한다. 김정일이 아니었으면 탈북할 일도 남조선에 올 일도 없었다.

2001년, '아리랑 축제'를 위해 철도 변의 집들을 정리한다. 아이들 집단 체조인 '아리랑 축제'를 외국인들에게 보여주며 외화벌이 관광 사업을 위한 큰 국가적 조치인 것이다. 물론 기본에 기본도 안 된 북한에서 외국인을 끌어들일 형편이 안 되어 무산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그 통에 자신 집도 하루아침에 헐려 나갔다. 대책이라는 것은 엉뚱한 장소에 하모니카 집 모양의 자리만 정해주더라는 것이다. 1937년 소련의 극동 한인들을 대거 강제 이주시켜 허허벌판에 버려진 스탈린 만행이 떠오르게 한다. 이에 분노한 것은 자신보다 중국의 친척들이다. 당장 중국에 들어오라는 것이다. 정말 살 데가 없어진 조건에서 친척 방문으로 중국에 갔고 그 길이 탈북으로 이어져 남한에 온 것이다.

이분은 곱씹어 되뇌인다. 아! 정말 김정일에 감사하다! 그때 집을 헐어버렸기에 중국에 왔고 남한에 오게 되었다. 손해만 끼칠 나이지만 수도의 역세권 아파트 집(영구 임대)과 연금을 준다. 아플까봐 복지 기관에서 방문을 자주 와서 '내가 아프다고 전화할 때만 오시라!' 했다고 한다.

아! 이런 공산주의가 어디 있는가. 정말 이곳에 오게 떠밀어 준 김정일에 감사하다. 그렇지 않았으면 나는 지옥인 북한에서 살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