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제도를 이루는데 큰 공을 세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마 부위를 8cm 가량 꿰매는 상처를 당해, 응급실 22군데에 전화를 했는데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유명 인사도 저러한데 우리 같은 하천배는 어떻게 될지 소름이 돋는다. 지금 같이 의사가 위대해 보인 적이 없고, 지금 같이 원망스러운 때도 없었다. 엎어지면 코 닿는 데가 병원이었는데 병원은 있되 의사는 없는 시절이다. 이를 방치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원망을 넘어 이가 갈린다.

의사 얘기가 나왔으니 의사 얘기를 더 해 보자. 우리나라의 유명 의사는 ‘치즈’를 안 먹는 게 좋다 말했고, 일본의 유명 의사는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치즈 하나를 놓고도 고명한 의사의 의견이 상반되니 우리 같은 길거리 사람들은 어느 장단에 맞추어 춤추어야 하나요?

정희원(40)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가속 노화’란 용어를 만든 것에서 보듯, 그렇게 저명한 의사인데, 요즘은 또 ‘저속노화 식사’란 용어를 만들어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고마운 의사이다 그에 대한 기사가 어제(8.24) 동아일보에 크게 났는데 이런 기사 제목이다.〈"매일 흰쌀밥? 노화 풀 액셀…천천히 늙으려면 이렇게 먹어라"〉내용에 이런 구절이 있다.

“저속노화 식사는 특히 인지기능 강화 및 치매 위험 감소에 초점을 둔 식단이다. 튀김류·버터·마가린·치즈·페이스트리와 단 후식 등의 초가공식품과 단순당, 정제곡물, 붉은 고기 섭취 제한을 권하는데 모두 인슐린 분비를 유발하고 노화의 가속페달인 엠토르(mTOR)를 활성화하는 음식들이다.”

마침 어제(8.24) 조선일보에도 일본의 유명한 노년내과 의사와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이렇다.〈[김지수의 인터스텔라] 50년차 노년내과 의사의 조언 “인생 8할은 잊어도 좋다”〉가마타 미노루는 도쿄의대 노년내과 의사인데 ‘적당히 잊어버려도 좋은 나이입니다’를 쓴 사람이라 한다. 실제로 미노루 선생이 꾸준히 주도한 ‘애쓰지 않는 건강 장수 실천’ 캠페인으로 2022년 일본의 사가현 여성 건강 수명이 일본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기사 구절도 있다.

인터뷰를 한 김지수 씨가 그의 책을 읽고 무릎을 쳤다고 썼지만 나는 짧은 인터뷰 기사에도 연신 무릎을 치며 읽었다. 그의 주장이 특히 마음에 와닿은 것은 이 말씀이다. “운의 좋고 나쁨은 도덕성이 결정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은 근육의 힘과 망각 능력에 달려 있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가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몸의 70%가 넘는 면역세포가 장에 있습니다.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도 장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똑같은 생활을 해도 감기에 걸리는 사람과 감기에 걸리지 않는 사람, 자연 면역력의 차이가 나타나는 까닭은 장 건강의 영향이 큽니다. 장의 환경을 좋게 만들면 병에 잘 걸리지 않게 되고, 행복감도 높아집니다. 장이 좋아지면 뇌에 영향을 미쳐서 잠을 잘 자거나 인지기능이 더 나아진다는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장에 가장 좋은 습관은 버섯, 해조류, 채소, 김치, 낫토, 치즈 등 먹는 것에 신경 쓰는 생활입니다.”

우리나라 의사 선생은 치즈 먹기를 제한하라 했는데 안 먹는 게 좋다는 주장일 것이다 반면에 저 일본 의사 선생은 치즈를 먹으라 했다. 고명하신 두 의사 선생님께서 이러시면 우리 같은 군소배(群小輩)는 어쩌란 말씀입니까? 정희원 의사의 글을 읽고 냉장고 안에 들었던 치즈를 꺼냈는데 잠시 후 일본 의사의 글을 읽고는 다시 집어넣었다. 못난 이 글을 읽어주시는 회원님들께서는 어느 의사 선생의 말씀을 택하시렵니까? 좀 가르쳐 주십시오. 치즈를 먹어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