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당이 국회를 더민당의 놀이터로 만든 지 오래다. 이재명을 수사한 검사를, 이재명을 괴롭혔다는 죄목으로 탄핵하려 하고, 툭하면 이재명 방탄용 법률을 만들려 한다. 탄핵·특검은 이미 자기들 입안의 사탕이 됐으며 급기야 대통령 부처를 살인자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입법권 행사는 국회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자기 권한이라 하여 제 맘대로 한다면 판사도 검사도 공무원도 그렇게 할 수 있으려니와 그러면 죽어나는 것은 국민이요 자빠지는 것은 국가다.

이 와중에 대통령실이 “의대 정원 조정 문제는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 했다. 자기 권한이니까 자기 맘대로 하겠다는 말이다. 더민당의 국회 독재를 꾸짖어야 할 판에 대통령실도 더민당처럼 하겠다는 억지에 다름 아니다. 입법권이 국회 권한이니 다수당이 제 맘대로 하고, 정부는 행정권이 자기 권한이니 또 제 맘대로 하고, 그러면 국민은 국민 저항권이 국민의 권한이니 국민 저항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어진다.

“의대 정원 조정 문제는 정부가 결정할 일”이란 말을 얼핏 들으면 야당을 향해 한 말로 들린다. 그랬다면 차라리 눈을 감아줄 수 있다. 더민당이 아니라 자당 곧 국힘당을 향해 한 말이니 그 놀라움에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국힘 "의대 증원, 2026년도 한 해 유예"…대통령실 "예정대로"〉기사의 허두는 이렇다. “지난 25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계기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기존 3113명(2024학년도)에서 1497명 더 확대하기로 한 정부 결정은 유지하되, 그 이듬해 모집 정원은 증원을 보류하자’는 제안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내년에는 정부 방침대로 하되, 내후년에는 증원을 보류하자는 것으로써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준 절충안을 낸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당정이 잘 해보자며 악수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당을 향해 “아니야. 내 권한이야” 고함쳤다.

일국의 대통령실이라는 데가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자기 권한에 기대서 말하는 곳은 아프리카에도 없을 것이다. 더민당이 기상천외한 짓을 하면서도 부끄러움을 잊은 것은 입법권 뒤에 숨어서 하기 때문이다. 드러내놓고 하려면 논리가 없고 할 말이 없으니 입법권의 권위를 빌려서 하는 것이다. 대통령실도 오죽 할 말이 없었으면 ‘정부가 할 일’이라며 ‘권한’ 뒤에 숨었겠나? 겉으로는 논리가 없고 할 말이 없어서 저 말을 했겠으나 속으로는 ‘될 대로 되든지 말든지’ 이 말 아니겠나.

김종인 씨가 이마 부상으로 8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당해, 병원 22곳에 문의했지만 치료를 거부당한 사실에 놀라지 않은 국민이 없었을 것이다. 온 국민이 모두 “만약 나라면 어찌 됐을까?” 생각하며 두려움에 떨었지 싶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팔짱만 끼고 있다. 북한에 물난리가 나자 김정은이도 버선발로 달려갔다는데 말이다.

더민당이 대통령 탄핵 운운하지만 실제론 탄핵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말이 될 만한 탄핵사유를 못 찾아서 저러는가 싶은데, 작금의 의료 갈등 문제와 이를 방치하고 있는 대통령 자세를 탄핵사유로 삼으면 말이 된다. 교통사고에서도 1차 충격이 아닌 2차 충격으로 몸이 상한다고 들었다. 의료갈등이 국민에게 1차 충격이다면 윤석열의 모르쇠는 2차 충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