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조선일보에 기사와 함께 동영상이 실려 있었다. 동영상에는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대표라는 사람이 먼저 지나가고 뒤에서 어떤 이가 권총을 쏘는 장면이 나왔다. 그의 흔들림 없는 발사 자세에 차라리 존경심이 생겼다. 곁에서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도 개의치 않고 그랬다는 점에서는 대장부의 장한 모양이 저럴 것이다고 생각했다. 이에 스스로 “내가 이상해졌나” 여겼고 조심해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튿날 신문에는 미국에선 그를 영웅시한다는 기사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를 전문 청부살인업자가 아닌가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내 생각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의 생각 범주 안이었던 셈이다.

오늘 조선일보에〈"짙은 눈썹 보고 알았다" 美보험사 대표 살인 용의자 체포 순간"〉이란 기사 제목이 있다. 그는 모자를 썼고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서 음식을 입에 넣을 때만 마스크를 내리곤 했다는 것이다. 그랬지만 다른 손님이 그의 눈썹을 통해 그를 알아 보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대단한 눈썰미가 아닐 수 없다. 나도 눈썰미가 있다는 말을 종종 듣기는 하지만 나는 꿈도 못 꿀 눈썰미이다. 그 눈썰미도 사격 자세와 함께 존경받을 것이다.

용의자는 오랫동안 허리 통증을 앓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하는데 경찰은 그가 질병을 앓는 과정에서 건강보험사에 원한을 갖게 된 것은 아닌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는 기사 내용이 있다.

우리 같으면 원한 유무를 조사하지는 않는 줄로 안다. 다만 죽였느냐 아니냐만 따지는 모양이다. “하나의 행동에는 천만 가지의 이유가 있다” 하는데 우리네는 그딴 것은 참고 자료로도 활용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행정편의주의로 용의자의 죄만 따지는 게 아닐까 한다.

용의자(맨지오네)는 그가 소지했던 선언문 형식의 글에서 “분쟁이나 트라우마가 일어난 것에 대해 사과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 “솔직히 이 기생충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것이다. 이점에 대해 어떤 이가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그만 2024.12.11. 09:49:09
그나저나 허리 수술 해논 xray 봤는데 수술도 좀 엉망으로 했던데 나사못이 거의 튀어나오기 일보직전 아슬아슬 해놔서 좀 그래요. 미국 초짜가 한 듯>

지금 당장에는 비난을 듣지만 저런 작은 일들이 모여져 이룩된 것이 현대 문명이요 민주주의요 자유일 것이다. 우리는 세상만사를 법으로만 해결하려 하지만 일등국가는 차라리 행동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어떤 측면에선 우리가 비겁함이 아닐 수 없다. 딸을 욕보인 범인을 아버지가 법정에서 권총 8발을 쏘아서 죽였다. 세상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법으로만 해결하자면 박수가 왜 나오겠나.두 개의 댓글을 더 소개한다

<내로남불 2024.12.11 09:51:01
미국이라는 나라..어메리칸 드림을 이룬 중산층들이 하루 아침에 파산 상태에 이르게 하는 것이 질병으로 인한 막대한 개인 의료비 때문이라고 한다. 다소 사회주의적 제도인 한국의 건강보험제는 저수가 문제 등 불가피한 부작용이 좀 있긴 하지만 부의 제도적 재분배와 빈곤층 보호라는 측면에서 탁월한 제도가 아닐 수 없다.>

노예들은 지덜 편들어준 영웅을 지덜이 잡는다. 그래서 영원히 노예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