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가 이렇게 말했다. “서부지법 난입 사태…법치주의 전면 부정” 이 발언이 옳든 그르든 어쨌거나 저렇게 한마디 하고 겁을 줬으면 됐다. 그런데 이 발언을 신호 삼아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리겠다고 했다 한다. 그리고 경찰은 구속수사 하기로 했다. 이번 일이 어떤 메카니즘에 의해 침소봉대된다는 느낌이 없지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다. 언론이 처음엔 ‘시위대’라 쓰더니 오늘은 ‘대규모 법원 습격’이라 썼다.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은 이렇다《대규모 법원 습격, 민주화 이후 처음…"법치주의에 중대 도전"》당사자 법원이 기껏 ‘난입’이라 했는데 언론이 더 성을 내어 ‘대규모 습격’이라 썼다. 언론⸱경찰⸱검찰⸱이 죄다 법원의 발언에 발맞추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리고 “대규모 법원 습격, 민주화 이후 처음…”이라 쓴 것도 어폐가 있다. 민주화 이전 시대로 되돌아 갔다는 말로 읽히는데 사실이다면 그 책임이 오로지 저 사람들에게만 있을까. 저 사람 만으로써 역사의 수레바퀴를 민주화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가. 여기에는 조선일보도 일정 책임이 있을 텐데 남말하듯이 했다.

법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오늘 대법관회의를 열고 ‘법원 난입 사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 한다. 일을 가만히 덮지 않고 자꾸 키우는 측면이 있어 보이는데 법원이 행여나 무엇인가를 채근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위대’란 말도 잘못이다. 시위대는 민노총처럼 같은 입장인 사람들이 사전에 조직되어 움직이는 대오를 말한다. 우연히 그저 다중의 치기(稚氣)로 있게 된 일을 시위대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일이 이에 이르고 보면 나같은 무지렁이 촌로(村老)도 나름의 한마디를 아니 할 수 없다. “법치주의 전면 부정” “대규모 법원 습격”으로 이름한 저것은 지배자의 논리다. 그리고 강자에 대한 도전으로 판단한 것이다. 법원⸱경찰⸱검찰⸱언론이 권력기관인 것은 맞지만 국민에게 지배자나 강자로 군림할 일인가.

법치주의가 땅에 떨어지고, 부정된 것은 누구 탓인가? 국민은 법에 순종할 의무가 있고 법원은 법치(法治)할 의무가 있다. 법원이 법치 의무를 다했다면 “법치주의 전면 부정”이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난입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유력 정치인에게도 법치를 했던가 묻고 싶다.

이재명의 구속영장을 기각할 때 그 이유를 판사는 이렇게 들었다. “야당 대표는 공적 책임이 크고 감시의 대상이므로 구속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은 공적 책임이 없고 감시의 대상이 아니라서 구속시켰는가. 이 국민 눈높이의 질문에 대답이 안 되니 저런 불상사가 터진 게 아니겠나. 어떤 판사는 재판을 몇 년씩이나 질질 끌다가 선고를 안 할 수 없는 시점이 되자 사표를 내고 내빼버렸다. 이 일을 당하고 무식한 촌로는 젊은이 앞에서 고개를 못 들겠던데 법원은 도리어 '법치주의 전면 부정'이라며 젊은이들을 혼내려 한다. 더도 덜도 아닌 딱 지배자의 논리인 것이다.

이재명의 선거법 재판 1심이 끝나는 데에 2년 2개월이 걸렸다. 자기네는 선거법 6⸱3⸱3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을 함부로 구속하고 수사하면 더 큰 반항이 터지지 않을 거라 어찌 보장하겠나. 압박이 있는 곳에 반항이 있다. 지금은 6·25이후 가장 위험하달 수 있는 때다 무슨 일이 더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따라서 작은 일을 너무 키우지 말고 적당히 꾸짖고 마는 게 좋겠다.

법원이 法治를 안했으므로 “법치주의 전면 부정”이 나온 바 아닌가. 이게 미안해서라도 일종의 피해자인 법원이 나서서 ‘선처’(善處)를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경찰⸱검찰⸱언론도 복창하게 된다. 법윈⸱경찰⸱검찰⸱언론이 마치 한 패인 것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떠벌려서 일을 키울 게 아니라 젊은이들을 그냥 훈방 조치하기 바란다. 그들은 절도도 강도도 아니다. 전과자로 만들어서야 쓰겠나. 불타는 애국심을 그렇게 표현했을 뿐이다. 권력기관이 저들을 혼낼 권한을 가졌다면 젊은이들의 기상을 키워줄 의무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