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고교 동문으로부터 문자를 받았습니다. ‘헌재에서 청구인측 주요 증인들의 진술이 거의 가짜임이 드러나고 내란프레임도 성립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하면서 우리 당에서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도 보수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간곡한 내용이었습니다.

제 생각을 정리해서 답신을 보냈습니다. 제 친구는 제 글에 대해 고맙다고 하면서 “오늘도 아내와 함께 광화문으로 나간다. 보수가 아직 궤멸되지 않았다고 소리치기 위해”라고 답했습니다.

차갑고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도 광장으로 나가는 친구의 절절한 마음을 압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전선에서 함께 싸울 것입니다. 아래는 제가 보낸 답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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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반갑다.
화동 시절 너의 멋진 모습이 떠오른다. 그동안 많이 격려하고 응원해 줘서 고마워.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위협을 감지한 많은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패배주의에 젖어있던 보수의 각성과 결집을 가져온 것은 다행스런 일이야.

의회 다수당의 폭력적 의회권력 행사와 이에 맞선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전대미문의 정치적 혼란 가운데 있지만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위기관리 시스템에 따라 질서있게 극복해 낸다면 우리 정치가 안정되고 발전하는 기회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나는 대통령의 구국의 결단이라고 하더라도 군 병력을 국회의사당에 진입시키고, 국회의 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발령한 것만으로도 중대하고 명백한 헌법과 법률 위반에 해당되고 결코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탄핵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어. 이러한 경우에도 탄핵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앞으로 어떤 권력자도 대화와 협력을 통해 정치력을 발휘하여 나라를 이끄는 어려운 길보다 군병력을 이용한 비상조치라는 손쉬운 수단을 사용하려는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게 되고 우리 정치는 1960년대로 퇴행하게 될지도 몰라.

그래서 나는 윤 대통령이 헌재 심판 과정에서 “평생 법조인으로 살아온 내가 비상계엄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것을 왜 몰랐겠습니까. 하지만 나는 그 길만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내 지시에 따라 움직인 군인들은 군인으로서 명령에 복종했을 뿐입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사소한 단어나 지엽적인 사실로 변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의 오랜 법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홍장원이나 곽종근의 진술이 지엽적인 사실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부분이 있지만 큰 틀에서 일관성이 있고 믿을 만하다고 생각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군 병력을 진입시킨 것이 계몽령이고 부정선거 때문이라는 주장은 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보수 세력까지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돼.(부정선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여기 다 쓰기엔 너무 길다)

네 생각이나 기대와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해서 미안한데, 우리가 이재명을 중심으로 한 반 대한민국 세력을 꺾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선거에서 이겨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이고 치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아마도 우리의 예상보다 일찍 치러질지도 모를 반 대한민국 세력과의 싸움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 승리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 늘 건강하고 자주 연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