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이 경쟁하듯 왜곡하는 분야는 反日독립운동사이다. <한 책을 보며 너무 편협한 인간사를 알게 되다>

역사를 인간사라고 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부르지 않는지 모르겠다. 요즘 그 인간사를 보며 누가 뭐라던 나름의 학설을 창시하고 있다. 인간 본능과 검증론이다. 이것으로 모든 인간 문제를 해석할 수 있고 또 해결책이라고 장담한다.

인간이 세상 가장 똑똑한 존재라고 하지만 너무 단순 무식 편협하기도 하다. 그래서 절대 우상화하지 말라는 경전을 가장 믿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또 공부를 해볼 수록 이를 더욱 더 느끼게 된다.

거창한 서두를 양해 바라면서 한 책을 보며 이 글을 쓴다. 어제 이상하게 밤잠이 안 와서 밤새 책 한 권을 단숨에 읽게 되었다. 반일 문제를 생각하다가 뤼순(旅順) 대학살 사건을 알고 싶어 옥션이란 온라인으로 산 책이다. 일본 편도 중국 편도 또 밥줄에 매이고 자기 관점을 추가하는 책상머리 학자들이 아닌 본 그대로의 책이라 판단되어 샀다.

이 책은 영국 선원 제임스 앨런의 '청일전쟁 비망록'이다. 이 책을 보기 전만 해도 알려져 있는 뤼순 대학살 사건에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실제로 2012년 5월2일 뤼순 대학살 기념관을 직접 방문해 보았다. 하지만 뤼순학살 당시 있는 그대로를 쓴 책을 보니 참으로 놀라웠다. 나를 비롯해서 흔히 한쪽 면만 보고 믿는 우(愚)를 범하고 있었다.

알려진 대로 일본군의 만행은 매우 야수적이다. 뤼순을 점령하고 부녀자고 아이고 가림없이 처참하게 죽인다. 이 현장 속 깊이에 있었던 영국 선원 앨런의 책 186 페이지 기록을 보자.

<힘겹게 작은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이 호소하듯(아이만 살려달라고) 추켜올리자…한 놈이 총검으로 그녀를 쳤고 두 살쯤 된 아이를 찔러 높이 쳐들었다. 여자는 이를 되찾으려고 맹렬하게 몸부림쳤지만 결국 지쳐 쓰러져 물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여자와 어린아이도 이렇게 죽이는 판에 영국 선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영국 선원은 서양 외국인이어서 살려둔 줄 알았다. 그러나 실기에 보니 자기를 죽이려는 세 명의 일본군과 마주친다.

첫 번째는 자기에게 총격하려는 일본군을 때려 눕히고 도망쳐 살았고, 두 번째는 총창으로 찌르는 일본군을 도끼로 반격하여 죽이고 그의 군복으로 변복(變服)하고 다녀 살아났고, 세 번째는 칼 뺀 장교와 맞닥들어 먼저 총창으로 찔러 살아난다. 누구도 해칠 이유가 없는 앨런도 자신을 죽이려 하니 상대를 죽였다.

마찬가지로 이렇게 야수적인 일본군 그 이전에 중국군의 만행이 끔찍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이 책 외에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가장 객관적 처지에 있던 앨런은 이 점을 174 페이지에서 지적한다.

<일본군이 뤼순에서 자행한 학살은 신랄한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중국인들이 야만스런 행위를 저질러 그런 일을 자초했다는 데도 의문의 여지가 없다.>

앨런은 173 페이지에서 지독한 가죽 채찍질로 일본군 포로를 죽이는 직접 본 것을 기록하였다. 앨런은 174 페이지에서도 청군이 일본군 포로를 무조건 베어 죽이고 연병장 근처 나무 가지에 거꾸로 매달아 놓았으며, 사지와 목을 절단, 배는 갈라져 있고 눈은 후벼 파졌고, 완전히 발가 벗겨진 상태에 아이들 무리가 흙과 돌을 던졌다고 기록했다. 서양인 입장에서 이보다 더 최악을 본다. 그것은 신성해야 할 황제가 신성치 못한 야만적인 명이 담긴 벽보들이다.

<황제의 병사와 백성에게! 모든 일본 개들은 죽여라, 그 머리나 손도 잘라버려라. 신성한 황제의 이름으로>-175 페이지. 이것은 실제 청 황제의 명인지 아니면 증오를 부추기려 현지에서 조작한 벽보인지 모르겠다.

못난 사나이가 약한 여자를 잘 때린다. 열등감 있는 약자가 오히려 더 센 척 개기는 경우가 많다. 서해 해전과 육지전을 생생히 목격한 앨런의 기록에 의하면 절대 뒤지지 않은 무기와 지형지물, 방어 시설을 가지고도 <그들은 대개 도망 중에 무기와 군복을 벗어버린 겁쟁이 군인들이었다. 중국군의 미래라면 무능력함과 비겁함이 제격인 것 같다. 11월21일 뤼순을 지키던 2만 명의 군인들은 최신식 무기를 가지고도 적군 60명을 죽였을 뿐이다.> -182 페이지.

이런 중국군은 약자에게는 매우 기승을 부린다. 그 약자란 이미 전투 능력이 사라진 일본군 포로이다. 심지어 이미 죽은 일본군 시체들이다. 이 시체들을 성 내에까지 끌고 와 만행을 하도록 방치했다.-176 페이지.

일본군은 청과 전쟁에 세계 언론 기자를 대동하면서 신사적 전쟁을 한다. 적군을 잡으면 자기 살던 곳에 보내면서 피난 간 주민들에게 안심하고 돌아오라고 말하라 했다. 점령 지역에서는 조세도 면제해주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패전한 청군 제독 정여창이 자살하자 비교적 좋은 선박에 그를 안치하여 돌려보내면서 일본 함대들에 가무를 중지하고 일제히 조기를 띄웠다.

그런데 왜 뤼순 대학살이 일어났을까. 일본군도 사람이다. 포로가 된 자기 동료가 능지처참되어 나타난다. 청 주민들도 능욕하며 합세했다. 청 황제는 그렇게 하라고 훈시했다. 일본군 입장에서 이들은 사람이 아닌 것이다. 사복으로 변장하고 숨어든 청군을 색출한다는 명분도 있다. 닥치는 대로 쏘고 찌르고 베버리고 약탈하고 강간한다.

<병사들은 복수의 기쁨으로 날뛰고 고함치며 웃고 있었고 희생자들의 고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 같았다>-186 페이지.

점령한 첫날 저녁과 밤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일본군의 3분의 1 정도만 학살에 관여, 대부분은 요새를 점령하거나 지키는데 관여했다>-193 페이지.

뤼순 대학살 후 청군측 장군은 1만 명 학살되었다고 위령비를 세운다. 하지만 공산당 정권이 되자 2만 명, 6만 명까지 증가된다. 당시 뤼순 공격을 앞두고 대거 피난가 남은 수로 보아 2천여 명 학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숫자는 중국측이 더 맞는 말일까. 각자 판단에 맡긴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데 좀 욕을 먹더라도 중국측 자료가 더 부정확하다고 본다. 항상 대학살 원인을 일본군에만 돌리고 선전하기에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청군의 만행이 없었더라면 뤼순 대학살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주장은 당시 뤼순에 취재갔던 미국 '레슬리 일러스트리트 위클리' 특파기자 거빌도 했다. 그는 '일본은 잘못이 없다'는 제목으로 보도한다.

거빌은 이 글에서 일본은 인도적으로 포로와 민간인을 대했으며, 중국의 포로에 대한 잔혹은 인디언의 야만도 그 정도로 무섭진 않았다고 했다. 전투 전에 중국인의 만행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일본군이 민간인을 죽인 것은 자기들을 공격한 사민으로 변복한 청군이라고 했다. 한편 자신은 사망한 여성과 어린이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점에서 현장 속 깊이 있었던 앨런의 목격과는 상반된다. 그래서 친일파 미국 기자로 몰리기도 한다. 아무튼 특파기자 거빌보다 앨런이 더 현실 속에 있었기에 정확한 것이다.

뤼순 대학살보다 난징 대학살이 더 소문나 있다. 뤼순 대학살 사건을 놓고 보면 난징 대학살도 다시 고찰해보아야 한다. 얼핏 자료를 본 데 의하면 난징 점령 전에 일본에 유학갔다온 이들까지 잔혹하게 처형했음에 그 보복으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30만 명의 학살자 숫자도 굉장히 부풀려져 있는 것으로 일본 측에서는 말한다. 이 문제도 앨런 같은 객관적 체험자 기록을 보아야 정확할 것이다.

북한과 남한에서 경쟁하듯 왜곡하는 분야는 반일독립운동사이다. 북한은 더 말할 것 없지만 남한도 오십 보 백 보이다. 북한보다 어쩌면 더 심각할 정도가 남한이다. 북한은 라디오 인터넷을 막아 놓은 유일 폐쇄 속에서 거짓말하지만 인터넷 최강일 만큼 열린 사회에서 눈뜨고 거짓말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민주와 진보를 가장 부르짖는 자들과 공권력으로 자행된다.

남한 사회에 사실 연구자가 없는 것이 아니다. 단지 밥줄과 반일 정서에 얽매여 과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거짓된 반일 정서에 충실한 자들이 되려 큰소리친다. 이들이 국회의원, 정권 실세가 되고 국사와 교육계에 견고하게 성을 쌓고 있다. 그럼에도 사실을 막을 수는 없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밥줄과 진영에 매어 있지 않는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 실제로 그런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저도 이에 속하려 애쓰고 있다.

* 좀 생뚱맞은 후기
참 답답한 5·18 광주사건 ㅡ수많은 군경측에서는 적극적인 수기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 문제로 난리판임에도 쥐죽은 듯하다. 마치 중 죄인처럼 말이다. 앨런처럼 보고 느낀 바를 기록 남기는 습성이 없다. 그러니 끌려다니며 당하는 모양새이다. 우리 부친의 말이 생각난다. 일 잘하는 자식이 아니라 말 잘하는 자식으로 키워라! 먹고사는 것밖에 모르는 인생관들이 참 답답하게 느껴진다. 거짓과 저질들에게도 당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