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로 균등하게 남북한이 평화통일을 이룩하겠다는 몽상 24일 오후 2시부터 문화일보홀에서 열린「조갑제 기자의 현대사 강좌」에 초청된 민병돈 전 사령관은, ‘분단국가의 통일과정’을 주제로 강연했다. 우리나라처럼 분단국가였던 베트남·예맨·독일의 각각 다른 방식의 통일과정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평화통일에 타산지석의 지혜를 배울 기회를 제공했다. '강력한 군대는 평화통일을 보장하고, 어정쩡한 평화통일의 대화는 전쟁을 몰고온다'는 역설을 강조한 그의 현실주의적 통일론은 몽상한 문사(文士)들이 낭만적 대북정책을 펴는 이명박 실용정부에게도 타산지석의 교훈이었다. 다른 강연회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강연은 육사교장을 지냈던 민병돈 전 사령관의 명쾌한 설명으로 강력한 군사우위와 철저한 정신무장으로 북한을 평화적으로 흡수해야 할 우리의 고민을 새롭게 했다.


이번 강연에서 민병돈 전 사령관은 '모든 통일은 흡수통일이다. 단지 그 흡수가 무력에 의한 것이냐 아니면 순리에 의한 것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국가 간의 통일은 예외 없이 흡수통일이다'라고 갈파했다. 즉 북한과 같은 공산주의 정권과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은 '강한 나라가 양쪽 군대를 하나로 통합시키거나, 아니면 약한 나라가 아예 싸울 생각을 할 수 없도록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에 서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단정했다. 남북한 사이에 엄청난 국력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이 균등한 조건으로 유무상통하자는 민족통일을 이룩하겠다는 좌파세력의 선전선동은 몽상하고 허구적임을 민 전 사령관은 분명히 밝혔다.

민 전 사령관에 의하면, 군사적, 인구적, 경제적으로, 동독을 압도했던 서독의 경우에는 평화적으로 동독을 흡수할 수 있었지만, 베트남과 예맨처럼 한쪽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경우에는 결국 군사적 충돌을 통해서 많은 피를 흘리고 군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한 쪽이 약한 쪽을 흡수통일하였다. 하지만 이 분단국가들의 통일에 있어서, 성취의 전술이나 방식에는 서로 차이가 있을 지 모르지만, 결국은 모두 ‘흡수통일’이었다는 점도 그는 강조했다. 대화로 평화통일을 시도한 예멘도 결국 무력통일이 되었고, 베트남의 경우에는 애초부터 무력통일이 진행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왜 월남전 당시에 미국이 끊임없이 월맹을 상대로 양보는 나약한 협상전술을 펼쳤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다. 결국, 남한의 경우에는 서독의 동독 흡수통일 방식을 배워야 한다는 점을 사사했다.

베트남통일의 경우에, 월맹은 철저하게 군사전략적 수준에서 통일을 논의했는데, 미국의 조종을 받은 월남은 몽상한 평화통일의 전략을 추구하다가 결국 월맹의 첩자들이 월남의 모든 요직을 차지하면서, 무력적으로 월남이 흡수된 경우라고 민 전 사령관은 예시했다. 특히 월남의 경우에 정신적 무장해제가 패망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음을 지적했다. 월남이 몰락할 때에 정부의 요직은 물론이고 군대의 요직에도 월맹의 간첩들이 차지한 사실을 설명했다. 그러나 무력통일을 한 베트남의 경우와는 달리, 독일의 경우에는 동독의 군인들에게 계급을 강등하고 월급을 감축하는 모독을 서독정부가 가하면서도 군사적으로 흡수통일을 이룬 사례로 들면서, 남북한의 통일에도 동서독식 통일이 모범사례(model case)가 아니냐고 그는 강조했다.

민병돈 전 사령관은 따라서 대화를 통한 국가 수준의 집단이 통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몽상이라고 갈파했다. 구체적인 통일문제에 들어가서, 민 전 사령관은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통일을 할 수 있다는 몽상을 포기해야 하며, 통일방식도 결국 ‘흡수통일’ 외에는 없을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감히 대적할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의 강한 군사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쪽이 흡수통일을 하는 것외엔, 국가 단위의 통일에 있어서, 다른 평화적 통일의 방안은 없다고 주장이다. 이는 국가와 같은 집단적 세력이 통합되는 것에는 오직 잔인한 계산만 있다는 정치적 현실주의자(political realistist)의 주장과 유사하다. 국민들의 이념적 정신무장이 해체하고 감군정책이 평화정책이라고 기만한 김대중-노무현 좌파정권은 평화통일의 최대 장애물이었다는 점이 이런 현실주의적 시각에 의해서 쉽게 판명된다.

이러한 평화통일의 사례들을 주장하면서, 민병돈 전 육사교장은 87년 KAL기 폭파사건 직후 우리 특수부대가 북한에 대해 보복공격을 하려 했다는 비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이 무렵 우리 軍은 미국의 델타포스와 함께 받은 강도 높은 훈련을 바탕으로, 북한에 아주 치명적인 표적만 골라 공격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는 비밀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미군을 통해 받아본 자료에 따르면, 북한군은 저들도 모르는 약점들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보복공격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같은 남한정부의 군사적 대비 태세가 올림픽을 무사히 치르게 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민병돈 전 육사교장은 주장했다.

이는 한국군이 북한군을 상대로 잘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일례로 든 것이라고 본다. 경제적, 외교적, 문화적, 군사적으로는 북한을 압도할 수 있는데, 북한을 낭만적으로 다루는 통일에 대한 정신무장이 가장 큰 남한사회의 문제로 대두된다. 월남의 경우에는 이념이 해체된 월남정부의 공직자들은 월맹간첩들의 꼭두각시에 불과했으며, 전의를 상실한 월남군들은 살아있는 시체나 마찬가지였다. 이들에게 미국이 제공한 달러와 무기는 월남정부와 월남군의 부패와 패배에 밑거름이 될 뿐이었다는 점을 민명돈 전 육사교장은 명백하게 예시했다.

이날 강연은 매우 선명한 예멘, 베트남, 독일의 흡수통일을 사례로 들면서, 남한의 對북한 평화적 흡수통일의 전략을 한번쯤 고민하게 만들었다. 남북한 좌익세력의 위장 평화공세가 국민의 이념과 국군의 투지를 약화시키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낭만적 평화주의자들은 기만적 평화통일을 논하다가 결국 전쟁을 유발시킨다'는 것이 냉전시대에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정치적 현실주의자의 명제였는데, 냉전의 잔재가 엄존하는 한국에 이런 현실주의자의 통일관은 매우 필요하다.

[*코나스 김남균 기자의 기사를 참조/ 조영환 편집인: http://www.allin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