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여당 당선지인 험지에 출마하겠다는 것 아닌가. 영남 출신 정치인이 좌파 민주당에서 상당한 실세이고, 영남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사람들은 너무나 흔하다. 영남 지역의 인구 구성에서 호남 출신 사람들이 의외로 상당히 많은 것도 한 가지 이유이다. 그런데 호남 출신 정치인이 호남에서 자유우파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호남 지역의 인구 구성이 거의 다 호남 출신 사람으로만 되어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이다. 광주에 가서 살아보면 경상도 출신 사람들은 거의 없다. 부산에 살아보면 전라도 출신 사람들이 많다. 이것이 팩트다.

과거 새누리당 대표를 한 무소속 국회의원 이정현이 영등포을에 출마한다고 오늘 선언했다. 그리고 미래통합당이 이 지역에서 무공천할 것을 요청했다. 자유우파의 불모지이고, 경상도 사람이 거의 없는 호남에서 새누리당 간판으로 이정현이 지역구 국회의원 도전에 성공하여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을 해낸 것이다. 이 한 가지만으로도 다른 모든 과실을 따질 필요없이, 미래통합당은 거기에 맞는 상징적인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통합당은 영등포을에서 공천을 하지 않아야 한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야권통합에 서며 지역구 불출마로 미래통합당에 힘을 보탰다. 한두 표 박빙으로 선거 결과가 갈리는 수도권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출마시키면, 우파나 중도 표를 2~3%만 갉아먹어도 미래통합당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일 것이다. 그래서 질질 끌려가며 다 내주며 유승민 미니정당과도 합당한 것 아니었던가?

미래통합당이 야권 통합을 외치며, 남들의 일방적인 양보만 주장한다면, 그것은 정의롭지가 않다. 황교안이 종로구 출마를 머뭇거릴 때, 이정현은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했지 않았나?

영등포갑·을 선거구 2개는 19대·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의 김영주, 신경민이 각각 연속으로 의석을 차지했다. 즉, 미래통합당으로 볼 때는 험지에 해당된다. 이정현이 강남구에 출마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미래통합당의 험지에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영등포을에 자유우파의 통합된 후보 한 명만 나와도 민주당을 꺾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래통합당에서도 후보를 공천하여 이정현과 함께 우파가 양분되어 선거를 치른다면 이정현이 5%만 표를 가져가도 미래통합당은 필패이다. 이제 야권 통합의 첫발만 겨우 내디딘 상태이다. 미래통합당이 진정성 있는 통합을 하려면 통합당에서는 영등포을에 공천하지 않고 이정현에게 대우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의 야권통합에도 힘이 실리고 세가 더 공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