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TV의《설날선물을 드립니다! 2분짜리 힐링 동영상. 창덕궁 후원의 눈길을 함께》를 보았다. 먼저 감사 인사부터 드린다. 서울에 사는 분들은 창덕궁과 그 후원을 보는 게 대수가 아닐 수도 있겠으나 우리 같이 궁벽지고 구석진 곳에 사는 사람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창덕궁이 어떤 궁궐인지도 모르지만 궁궐 안에 저런 후원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우리는 남쪽에 살다 보니 눈 구경하기가 지옥에서 부처님 만나기만큼 어렵다. 그러니 더욱 눈 내린 모습을 좋아한다. 눈이 없더라도 저런 숲속의 오솔길은 빼놓지 않고 걷고 싶은데 하물며 눈 쌓인 오솔길이겠는가.

우리는 중학교 2학년 때 서울에 수학여행을 갔다. 그때 비로소 서울을 보았고 조선 궁궐에도 가 보았는데 입을 딱 벌였던 기억이 평생 남아 있다. 용마루 끝에 이상한 작은 짐승을 만들어 세워 놓은 것이 정말 신기했다. 그후 신혼여행을 서울에 갔다. 그리고 약 십 년 전에 어떤 재야인사가 정당을 창당하기에 축하차 갔고, 얼마 전에 데모하러 서울에 간 것이 서울에 간 전부이다. 서울에 무슨 연고라도 있으면 그나마 간혹 정도는 가겠지만 무슨 연고조차 없으니 평생 있어도 서울에 갈 일이 없다. 불행으로 치자면 이런 불행도 없을 것이다. 천하에 이런 촌놈도 없겠기에 말이다.

영상 중에서도 처마 끝에 눈 녹은 물이 떨어지는 모습은 일품이다. 조갑제닷컴의 어느 분이 저렇게나 서정적인지 구경꾼인 우리 마음에 꼭 든다. 우리는 장독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 처마 끝의 낙숫물 소리를 특히 좋아하고 빗방울이 봉선화 꽃닢에게 자꾸 절을 시키는 모습을 사랑하고 좋아한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살므로 원통하게도 이 좋아하는 것들을 완상하지 못한다. 그래서 비 오는 봄날엔 유투브에서 비오는 화면을 보다가 마음에 차지 않아, 소주며 안주를 싸 들고 마당 넓은 친구 집에 간다. 마루 끝에 앉아서 때로는 친구와, 때로는 혼자서 비 내리는 모습을 질리도록 보다가 취해서 돌아온다. 올 때는 고맙고 흡족한 마음에 그 집 대문을 발로 차버리는 걸 잊지 않는다.

귀 명창이 있어야 소리 명창이 있다는 말이 있다. 조갑제TV는 도리어 소리 명창이 귀명창을 만들어 준다. 때로는 맑은 밤눈 내리는 모습을 보여 주고. 때로는 복사꽃의 도발적 도백색(桃白色)을 보여 주고. 때로는 비 내리는 모습을 보여 주어 이런 것에 별관심이 없는 사람조차 그 서정성에 익숙케 하니 말이다. 설날에 딸. 사위, 손자. 손녀가 안 오니 살 것 같다. 오면 하루종일 피곤하다. 친구해 주느라 눕지도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