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닷컴에서 좋은 글을 읽었다. 최경운 기자의 “나카소네가 8세 어린 JP에 고개숙인 사연은”이란 제목의 기사이다. 그 허두(虛頭)는 이렇게 시작된다. 《10년 전, 와병 중인 김종필(JP) 전 총리 자택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전 일본 총리가 문병차 찾았다. 나카소네는 JP보다 여덟 살 위였다. 그런데도 나카소네는 JP를 윗사람 대하듯 했다. 자리가 끝날 때까지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정중한 태도였다. 현장에 있던 기자가 까닭을 물었더니 JP는 “한·일 청구권 협상 상대였던 오히라 마사요시 전 총리가 나카소네의 정치 선배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이가 어려도 오야붕의 파트너는 오야붕으로 대하는 게 정치”라고 했다.》“나이가 어려도 오야붕의 파트너는 오야붕으로 대하는 게 정치”라고 한 이 말이 우리의 심금을 마구 흔들었다.

요사이 국민의힘당에서 초선 의원 등 젊은이들이 당 대표 선거에 떼로 참가하려 하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당 대표가 될 품성과 실력의 준비는 안 된 듯하다. 그저 이름 한 번 내 보려고, 자기 존재감 살리려고 저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지 않다면야 감히 자당의 대통령 후보였고 다선(多選)의 관록자이며 수십 년 정치 선배에게 “그럼 조화(造花)로 사시라”고 치받는 소리 따위를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선배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일찍 핀 꽃은 일찍 시든다”는 자연 이법을 말했을 뿐인데도 저런 식이다. 그렇다고 하여 저 자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국민의힘당에 작은 보탬이라도 했나 하면 그것도 아니다. 선거마다 떨어지는 주제에 선거마다 당선되는 선배를 일삼고 공격한 것이다. 저런 인성이니 선거마다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선거에 당선되려면 꾸며서라도 인성이 좋아 보이게 해야 할 텐데 그러지도 못하니 당선에 대한 치열성도 없다 하겠다. 저렇게 자기 이익에도 소홀한데 국가 이익에는 철저하겠나?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젊어서 저 모양이니 늙어지면 어떠하겠나? 지금 자기가 공격하는 선배보다 억만 곱절 더 더러운 늙은이가 되다뿐이겠는가.

지난날 공자왈. 맹자왈. 이 하나를 평생토록 써먹던 시대에는 父老가 존경의 대상이었다 이제 세상이 급변하고 어제가 옛날이 된다. 고령자가 이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니 젊은이가 살판났다. 다르게 살판 난 게 아니라 노인을, 선배를 천더기 삼은 데서다. 여기에는 어느 집이고 할 것 없이 자식을 오냐 오냐 기르는 우리네 가정 교육도 한몫 거들었을 것이다. 교사들은 이미 한 세대 전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 어릴 때는 아버지에 대해 모두가 ‘엄격하다’고 말했는데 요사이 아이들은 하나같이 ‘민주적이다’고 대답한다.“ 가르침이나 벌을 받을 위치인 자식이 민주적이다고 말했으니 아버지가 서투르게 민주적이고, 지나치게 민주적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보니 우리 가정에서 밥상머리 교육이 싹 사라졌고 저 자들이 밥상머리 교육이라곤 모르는 바로 그 세대이다 어찌 나카소네 같은 의기를 알랴.

나카소네는 단지 오야붕의 파트너라는 이유만으로도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저 자들은 권위에 고개 숙일 줄도 모르고 선배를 알아 모실 줄도 모른다. 다만 제 자신만 아는 것이다. 이때 "개차반이다"는 말을 쓴다. 그래도 저들에게 국민의힘당을 맡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