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하 윤석열)은 6일 국무회의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부는 이미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통계를 제시했다. 건강보험을 처음 도입한 1977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은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 증가했으나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윤석열은 GDP와 의료비가 증가한 것에 비해 의사 수의 증가율이 턱없이 낮다는 점을 보여주며, 이것이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을 해야 할 과학적 근거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로 하여금 의사 증가율이 GDP와 의료비의 증가율에 비해 수십 배 낮은 만큼 의사 소득도 폭등한 것처럼 인식하게 하여 의사들을 돈만 밝히는 파렴치한으로 보이도록 했다.

어이가 없고 기가 차서 쓴웃음만 나오다가 화가 나기 시작한다. 대통령의 사고능력이 고작 저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도 용케 나라가 돌아간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2천 명 증원을 갑자기 꺼내 의료대란을 왜 일으켰는지도 이젠 조금 이해가 가기도 한다.

도대체 GDP와 의료비 증가와 의사 수 증가와의 비례, 상관,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생각하고 저런 통계를 내밀고 의대 정원 증원의 근거로 삼는 게 가당키나 하나? GDP와 의료비를 의사 수와 동일한 성격과 층위에 있는 것처럼 단순 비교한 것을 과학적이라 우기고 있으니….

‘의사들의 총 소득액의 증가율’과 GDP와 의료비의 증가율을 비교한다면 의미가 있을지 모르는데, 이렇게 비교하면 ‘의사들의 총 소득액의 증가율’이 GDP와 의료비 증가율보다 훨씬 하회하게 나오니 그런 통계는 제시하지 않는다.

2023년의 의료수가는 1977년에 비해 9배 올랐지만, 1인당 국민소득(GNP)는 28배, 버스요금은 45배, 쌀값은 33배 뛰었다. 이게 무얼 의미하는지 윤석열은 아는지 모르겠다.

1970년대 짜장면 값은 35원 정도였고 지금은 7천 원이 넘어가 약 200배가 뛰었는데 짜장면 집은 3배가 늘어나지 않았다. 짜장면 집을 지금보다 10배 이상을 늘리고 주방장도 10배 더 늘려야 하는가?

공무원 역시 1970년대에 비해 3배 이상 늘지 않았는데, GDP 증가한 만큼 공무원 수도 대폭 더 늘려야 하는가?

약사 수는 1977년 2만1515명이었고, 2022년에는 7만5461명으로 약 3.5배 증가했다. 의사 수 증가율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윤석열의 논리라면 의대 정원을 65% 늘여야 한다고 했으니 약대 정원은 130% 늘려야 하지 않는가?

정작 비교해야 할 대상이나 항목은 제껴 두고 성격과 층위가 전혀 다른 항목을 비교하면서 과학적이라고 당당하게(?) 우기고 자신이 내건 정책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다.

도대체 저렇게 통계를 왜곡하고 비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한 작자는 누구인가? 대통령실 참모 아니면 보건복지부 관계자일 것인데, 저런 보고를 하는 자들이 우리나라 보건의료를 책임지고 있다니 한심하기도 하고 걱정이 태산이다.

대통령도 저런 통계와 분석이 엉터리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밑에서 써 준대로 읽으면서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불쌍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