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輪廻)의 비밀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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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장을 뒤적이다 보면 마치 유체이탈을 한 내가 과거의 나를 허공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다. 나의 영혼이 이천팔년 이월 이십구일 금요일 광화문 광장 위에 있었다. 냉기를 품은 초봄의 바람이 빌딩 사이를 흐르고 있었다. 나는 뒷골목의 한 음식점 이층에서 원로 소설가 정을병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나무계단이 삐걱대는 소리를 내면서 그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가 자리에 앉은 후 손에 들고 있는 누런 봉투에서 낡은 책 한 권을 꺼내 보이면서 말했다.
  
  “이 책 절판이 된 지 오래돼서 힘들게 구했어요.”
  그가 보여주는 책의 표지에 ‘윤회의 비밀’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기독교의 입장에서 윤회에 대해 쓴 건데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바뀔 만큼 깊이가 있는 책이에요.”
  
  그는 만날 때마다 정신세계를 탐구한 책들을 선물로 주곤했다. 그 얼마 전에도 조셉 배너가 쓴 ‘내 안의 나’라는 책을 받아 읽었었다. 정을병 씨가 말을 계속했다.
  
  “미국 버지니아에서 사진사를 하던 에드가 케이시라는 남자가 소파에서 낮잠을 자다가 특이한 경험을 하는 거에요. 그의 영혼이 우주의 중심부로 갔는데 거기에는 모든 인간에 대한 정보가 집중되어 있어요. 세계의 모든 것에 대한 중앙집중기억장치라고 할까요. 그때부터 그는 대하는 사람들의 전생을 알게 되는 겁니다. 예를 들면 누가 와서 목이 아프다고 하면 그는 눈을 감고 영혼을 우주의 정보센터로 보내어 그곳에 저장되어 있는 그 사람의 정보를 검색해 보는 거에요. 그러면 그 사람의 할아버지가 인디언이 쏜 화살에 목이 맞은 데이터가 나오는 겁니다. 에드가 케이시는 그때부터 삼만 명의 전생을 탐색했어요. 그 기록들을 기독교 원리와 접목해서 분석한 게 이 책이에요.”
  
  성경을 보면 사람들은 세례요한은 누구의 환생이냐고 궁금해 한다. 그 시절 윤회의 개념이 있었던 것 같다. 예수는 사람들에게 세례요한이 예언자 엘리야의 환생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정신병리학의 원조격이 되는 칼 구스타프 융 박사는 자기는 기독교 신자이지만 윤회는 믿지 않을 수 없다고 하기도 했다. 의식 저쪽의 암흑 속 무의식의 세계를 연구하다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신학대 출신인 소설가 정을병 씨는 명상에 깊이 빠져 있기도 했다. 명상에 관한 그의 책도 여러 권이었다.
  
  “오랫동안 명상을 하셨는데 얻으신 게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명상을 하면서 빛과 소리를 들었어요. 눈을 감고 있으면 환한 빛이 보이는 거에요. 흰 빛도 있고 색깔이 있는 경우도 있어요. 천상의 음악 같은 소리도 들리구요. 그걸 체험하면서 나는 영혼이 빛과 소리로 존재하는 걸 알았어요. 나는 내가 깨달은 세계를 소설로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그렇게 말했던 소설가 정을병 씨가 죽고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명상에 깊이 빠져 있던 그는 자신이 체험한 걸 내게 알려주려고 애를 썼다. 세상에는 신비한 영역이 많다. 예수는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자신에게 내려오는 걸 봤다고 했다. 부처도 득도하는 순간 황금빛이 자신에게 임하는 걸 느꼈다고 했다. 예수의 제자들이 모여있을 때 바람소리가 들리고 불꽃 모양의 존재가 그들을 덮친 게 오순절의 성령 강림 사건이었다. 사도 바울이 길에서 강한 빛을 만나 말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라비아 사막에서 기도를 하다가 그의 영(靈)이 세 번째 하늘로 끌려 올라가 말로 전하기 힘든 신비한 것들을 알았다고 했다.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 보이지 않는 무한한 세상이 있는 것 같다. 죽을 때까지 나는 마치 바닷가에서 끝없이 드넓은 바다를 보는 아이같이 그렇게 영의 세계를 앞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쯤 죽은 소설가 정을병 씨는 지상에서 연구하던 걸 직접 영이 되어 은하계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확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또다른 존재가 되어 이 세상에 왔는지도.
  
  
  
  
[ 2020-01-13, 00:3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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