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3-6세기 세계 지도를 바꾼 주체세력은 몽골 고원에 살던 유목민이었다. 이들은 서기 전 2세기부터 세계적인 대제국을 잇따라 만들어낸 산파였다. 지배층이 바뀌는 데 따라 비록 제국의 이름은 달랐지만 몸통은 항상 몽골 고원에 살던 여러 부족의 유목기마민족이었다. 흉노-鮮卑-北魏-돌궐-위구르-거란-金-몽골세계제국(중국에선 元)-淸(半農半牧의 여진족이 몽골족의 협조를 받아 세움) 제국의 中核은 유목민이었다. 이들의 힘은 생활이 바로 전쟁준비이고, 비상시엔 전원이 전사가 될 수 있는 유목생활의 생리에서 우러난 것이었다. 이들이 나중에 유목생활을 버리고 농경화되는 수가 있었는데 유목을 버린 만큼 군사적으로는 약화되었다. 유목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騎馬전술과 동원체제와 정신력이 유목을 떠나면 변질되거나 약해지기 때문이다.

몽골고원의 유목민중 일부는 西進하면서 여러 제국을 건설했다. 훈-아바르-불가리아-헝가리-셀죽 터키-오토만 터키-무갈 제국(인도) 등이 서방세계에 세운 북방 기마민족 계열의 국가들이다. 유목민족들은 본질적으로, 일정한 영토를 가진 나라가 아니라 이동하면서 토착국가를 정복하여 대제국을 만들어내는 '전사집단의 움직이는 국가 제조기'였다.

서기 전 2세기 몽골고원을 통일한 최초의 유목제국은 흉노였다. 묵특單于(선우)라고 불린 영웅이 나타나 약30만 명의 상시 동원 기마전사 집단을 조직했다. 당시 유방이 세운 漢의 인구는 약5000만 명이었다. 30만 명의 잘 조직된 흉노 기마전사들은 유방의 군대를 백등산에서 포위하였다. 묵특선우는, 유방이 묵특선우의 아내에게 로비를 한 뒤에야 포위망을 뚫어주어 달아나도록 했다. 그 뒤 漢은 흉노의 속국처럼 되어 매년 왕족 여인들과 금품을 바쳤다.

그 70년 뒤 漢무제가 흉노를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주도권이 바뀐다. 漢무제는 在位 54년을 흉노와 싸운 사람이다. 당시의 史官 사마천이 쓴 史記에는 흉노와 싸운 장군들의 전기가 등장하고 흉노에 대한 관찰기록이 실려 있다. 흉노에 대한 그 뒤의 기록은 司馬遷의 것을 베낀 것이 많다. 사마천 또한 흉노 때문에 화를 입은 인물이다.

대대로 황실의 太史公(史官)으로 봉직했던 집안 출신인 사마천은 흉노를 치러 가서 항복해버린 李陵을 변호했다가 한무제의 노여움을 사 생식기가 잘리는 宮刑을 받았다. 사마천은 史記의 後記인 '太史公自序'에서 이렇게 썼다.

<그(자신을 3인칭으로 지칭)는 옥에 갇히어 말했다.
"이것은 내 죄일까, 이것은 내죄일까. 이제 내 몸은 병신이 되었으니 세상에 쓰이진 못하리라."
刑을 받고 물러난 뒤 그는 깊이 생각한 끝에 말했다.

"...공자는 陳 蔡 나라에서 고생함으로써 '春秋'를 지었고, 楚나라 屈原은 쫓겨나 귀양살이를 함으로써 '離騷'를 지었고, 左丘明은 눈이 멀었기 때문에 '國語'가 있고, 孫子가 다리의 무릎뼈를 잘림으로써 '兵法'을 논했고, 呂不韋가 蜀으로 쫓겨감으로써 세상에 '呂覽(여씨춘추)'이 전해졌고, 韓非는 秦나라에 갇힌 몸이 되어 '說離' '孤墳'을 남겼으며, 또 시 3백 편은 대기 賢聖이 분발하여 지은 것이다. 결국 사람은 모두 마음이 답답하고 맺힌 바가 있어 그 道를 통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나간 일을 말하며 장차 올 일을 생각한다.">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그가 작심하고 쓴 동양 최초의 역사서인 史記의 匈奴列傳을 읽어보면 지금도 살아 있는 기록임을 실감한다. 야성적인 유목문화와 지성적인 漢문화가 충돌하는 현장감은 영화의 한 장면 같다. 史記에는 장건, 곽거병, 李廣 등 흉노과 漢의 충돌 전선에서 명멸해간 영웅들의 이야기가 특히 많다. 그 이야기의 무대는 몽골 초원에서 지금의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광대한 지형이며, 야만과 문명, 충성과 배신, 야망과 좌절이 오고가는 인간 드라마이다. 영화 장면처럼 시각적 상상이 가능하고 영웅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장대한 서사시이다.

漢武帝와 흉노의 대결은 그 뒤에 오는 대초원의 대폭발을 준비해간 시기였다.漢무제의 공격을 받은 흉노는 약화되었다가 東西 흉노로 분열한다. 그 뒤 다시 남북으로 갈린다. 서기 1세기 漢과 손잡은 남흉노와 동쪽의 유목민족 鮮卑에게 협공당한 북흉노는 알타이 산맥을 넘어 지금의 중앙아시아로 물러갔다. 그 뒤 중국의 기록에서는 북흉노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다.

서기 2세기 지금의 카자크스탄 북쪽에 머물던 북흉노는 다시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여 흑해 北岸을 거쳐 4세기말 러시아 초원 남쪽의 볼가강을 건너 게르만족인 동고트족을 쳤다.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게르만족의 대이동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민족이동의 뇌관을, 서양에서 훈족으로 불린 북흉노가 터뜨린 셈이다. 독일과 그 주변에 살던 게르만의 여러 부족은 로마 영내로 밀려 들어간다.

야만인으로 불리던 고트족, 반달족, 롬바르드족, 색슨족, 부르고뉴족, 프랑크족, 앵글로족 등이 지금의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스페인, 아프리카 북안 등지, 당시의 로마문명권으로 쳐들어가 기존정권을 정복한 뒤 게르만족이 지배하는 정권을 세운다. 이 정권이 모태가 되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오늘날의 유럽 국가들이 탄생한다. 로마 제국은 곧 붕괴되고 게르만족이 세운 국가들이 중세를 연다. 동아시아에서 북방기마민족들이 중국과 한반도와 일본열도에서 정복자가 되어 고대국가를 만들고 있던 바로 그 시기였다.

기마민족이 漢族을 밀어내고 동아시아의 覇者가 된 것처럼, 게르만족이 유럽에서 로마인들을 교체하고 새로운 지배층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 이후 1600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유럽은 게르만족의 대이동이 그려놓은 국가지도 위에 있다. 동아시아의 韓中日처럼.

고미술사를 전공하는 權寧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한 논문에서 북흉노가 西遷하기 시작한 서기 91년부터 200년간 역사 기록에서 사라지는데, 이 기간에 그 일파가 東進하여 경주에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하는 재미 있는 추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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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게르만족과 동아시아의 몽골계 기마민족은 동서양에서 새로운 민족국가의 질서를 만들어낸 뒤 1500년간 세계의 2대 군사 세력으로 세계사를 주도했다. 이 두 민족이야말로 세계사의 주먹이었다. 군사학자들은 로마군단과 몽골군단을 세계사의 2대 군사문화로 분류한다. 보병전술을 중심으로 한 로마군단의 군사기술은 그 뒤 게르만족의 세상으로 이어져 영국과 독일의 군사문화로 발전했다.

기마전술의 몽골군단은 활을 주무기로 삼고서 수많은 제국을 부수고 세우고 하면서 유라시아 대륙을 흔들어놓더니 소총이 일반화되는 17세기 무렵부터 군사적 우위를 상실해간다.

그럼에도 19세기 초 현재 세계 4대 제국 중 3대 제국이 몽골-투르크 기마민족 계열이었다. 몽골계의 방계로 볼 수 있는 여진족의 淸, 오토만 투르크 제국, 중앙아시아에서 내려온 몽골계 기마군단이 인도를 정복하여 세운 무갈(이란어로 몽골이란 뜻)제국, 나머지 하나는 대영제국이었다.

한국의 군사문화 전통은 몽골기마군단에 닿아 있다. 다만, 조선조가 漢族 사대주의에 빠져 군대를 멸시하는 바람에 500여년간 문약한 국가로 전락함으로써 몽골군단의 전통이 끊어졌다가 대한민국 건국후 국군이 탄생함으로써 화랑대로 상징되는 장교단을 중심으로 하여 과거의 상무정신을 재건하고 있는 중이다.

신라 삼국통일의 주체세력이 되었던 화랑도는 흉노(몽골-투르크)군사문화의 전통을 고스란히 보존해간 동아시아 최초의 장교 양성 기관이었다. 화랑도는 흉노적인, 북방적인, 민족주체적인 사고방식과 가치관과 종교의식을 이어간 조직이기도 했다.

삼국통일 후 신라가 중국문물을 받아들여 급속히 漢化되어가면서 민족의 혼을 지켜가던 화랑도는 약화되어갔고 계승세력을 만들지 못하고 역사속에서 사라져갔다.

한편 일본에서는 화랑도를 아는 신라 도래인이 중심이 되어 武士집단이 생기고 12세기 가마쿠라 막부를 세워 정권을 장악한 이후 19세기 후반 명치유신 때까지 약800년간 일본을 통치했다. 몽골인들의 샤머니즘을 종교화한 神道에 바탕을 둔 일본의 무사도는 화랑도와도 맥이 닿는 북방기마민족계열 군사문화의 精髓(정수)라고 할 것이다.

최근 영국 학자가 조사하여 발표한 세계 185개국 국민 IQ 비교표에 따르면 한국-일본 등 몽골-한자문화권 국가들이 최고이고 두번째가 독일 영국 등 게르만족 국가群이었다. 뛰어난 정치 군사 문화적 능력으로 세계를 통치해온 경험이 만든 유전자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