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반 사회적인 기능도 한다고 볼수 있지 않겠습니까?

인도에선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라는 개념이 확 뒤바껴요. 완전히 힌두밖에 없어요. 완전히 종교밖에 없지.

- 행, 불행의 척도도…….

없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지. 아, 좋은 얘기가 하나 있군. 인도 캇트라라고 거기 가면 사원이 한 스물일곱 개쯤 있어요. 돌 조각인데 그 조각이 완전 에로틱한 조각들 뿐예요. 아주 아름답습니다. 거기에서 산더라고 불교 사원인데 유일한 불교의 탑이죠. 거기를 가려고 차를 기다리는데 옆에 보니 조그만 상점이 있어요. 그런데 그 안에 조그맣고 동그란 장난감 같은 게 있어서 가까이 가보니까 글쎄 그게 '백 년 달력'이예요. 백 년 달력을 만들어 파는 거예요. 동그란 것을 돌려 가면서 백년을 쓰라는 건데 일년 있으면 곧 망가져요. 왔다 갔다 해서. 그런데 그 사람들 사고가 '백 년짜리'달력, 제일 적은 게 '이십 년짜리 달력', 이런 식이에요. 그래 내가 하도 우스워서……이렇게 우리와는 사고하는 것이 달라요. 시간의 척도도 다르고. 그러니까 인도에선 수상이난 대통령은 '다스리는'게 아니라 '다스려지는'거예요. 힌두에 의해서, 행정자들은 잠시고 진짜 인도를 다스리는 사람은 '구루'지요. 정신적인 지도자로.

- 그런 사람들이 농촌에 가면 많습니까?

어휴, 많아요. 알려진 성자 알려지지 않은 성자, 곳곳에 있어요. 그게 인도의 힘이야. 그리고 인도 사람들 성자라면 절대 복종해요. 성자한테 축복을 받는다……우리 같으면 가짜냐 진짜냐 시험할 텐데 그 사람들은 그것도 없어요.

- 원래의 간디, 그러니까 마하트마 간디 그 분도 힌두교 신자입니까?

그럼요. 그리고 마하트마라는 말 자체가 성자라는 얘기예요. '간디'라는 영화 있죠? 그게 이번에 나왔는데 참 재밌더만. 인도에서는 표가 없어서 못 들어갔어요. 그게 아마 영국이랑 합작했다지. 원래 간디가 부르짖은 것도 해방이예요. 인도에선 정치가나 종교가나 궁극적인 목표는 해방이예요. 영혼의 해탈.

- 힌두교라면 상당히 비정치적인 것 같은데 그런 것을 일단 정치적인 에너지로 유도한 것이 간디의 위대한 점입니까?

간디는 정치가 였는데 그 사람의 이상은 힌두였죠. 인도가 사실 한 국가가 아닙니다. 언어가 다르고 수만 가집니다. 복장도 다르고 글자도 다르고,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글자도 둥글둥글해지고……그런데 그걸 통일시킨 게 힌두 정신입니다.

- 우리 나라 불교에 관해 극심하게 얘기하는 사람은 '우리 나라 불교는 쇠퇴기다'라고까지 하는데 탄허 스님 같은 분은 불교가 우리 나라에 있는 여러 종교들을 통합할 수 있는 모태의 역할을 할 것이라던데요.

힌두에서 나온 불교의 약점이며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뭐냐믄, 불경에도 보면 부처의 자비, 이것을 달리 인격화 한 것이 관세음보살이거든요. 관세음보살을 부르거나 생각하면 모든 고난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타레티나 박디 쪽이지요. 대승 불교에서 그 운동이 시작됐는데 그 쪽에서는 서른 두 가지의 폼으로 사람들을 제도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아이의 폼, 어른한텐 어른의 폼, 이교도한텐 이교도의 폼, 불교도한텐 불교도의 폼…이런 식으로 되다 보면 불교라는 것이 결국 없다는 거예요.

이게 불교의 약점이자 강점이지. 이렇게 되다 보면 세상에 불교 아닌 게 없다는 얘기예요. 이런 얘기대로 한다면 기독교나 이슬람교 같은 이교(異敎)를 원하는 사람에겐 관세음보살이 이교도의 폼으로 나타나 제도한다는 거예요. 완전히 이거 다 아전 인수격이 되는 거야. 그러면서도 강력하게 못 밀고 나가는 게 약점이야요. 이게 힌두에서 온거예요.

- 그러니 기독교처럼 꽉 밀고 나가는 게….

기독교처럼 '이것이다'는 게 없어요. 그게 문제야.

- 스님처럼 불교나 기독교 성지를 자주 순례하시면 그 사상의 원형질과 바로 대면하는 효과가 있겠지요? 그래서 모든 세계 종교는 궁극적인 진리는 같으나 거기에 이르는 길이 민족이나 역사의 환경 조건에 따라 다르게 설명된다는 점을 깨닫게 되겠지요?

그게 진짜지요. 우리 나라에서도 김교신 있었지? 그 분 참 훌륭합니다. 그런 게 필요할 거예요.

- 지금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이 그런 인식 아니겠습니까?

그래요. 그러니 무교회주의, 무불교주의 이런 분들이 나와서 그 사람들의 정신적인 힘으로 우리 민족을 리드할 때야. 그런데 지금 교회나 절 같은 시스템들이 완전 비지니스야. 진리를 보는데 완전 색안경 역할이죠.

- 다행히 요즘은 그래도 각 종교계에 그런 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니 참 좋은 현상이죠. 그런 건 다 통하니까, 불경이나 성경이나.

- 대승 불교인 한국 불교의 반역사성, 반사회성이 더러 지적되고 있습니다만 소승 불교 쪽, 예컨대 태국 쪽 사정은 어떠합니까?

못써요. 거기는, 승려 생활이란 게 아침은 먹고 오후엔 안 먹는 게 주(主)라. 그리고 불교가 생활화는 되어 있는데 우리가 배울 것은 아무 것도 없어요. 제 생각에는 오히려 그 나라에 경제적인 장애가 되는 것 같아요.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가 훨씬 좋아요. 제도적인 모순,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 대해 등한시하는 거, 도피적인 거, 승려의 자질 향상 등 요런 것 몇 개만 처리하면 우리 불교가 몇 배 더 나아요. 태국은 그거 뭐 완전히 불가능해요.

- 개혁 의지라든지 어떤 의지 같은 것이 전혀 없습니까?

젊은 승려들을 만나 봤더니 젊은 층들은 그런 개혁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어느 나라든 같은 문제가 바로 노장층인데 역시 이들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만큼 이게 어려운 모양이야.

- 선(禪)이 우리나라처럼 하나의 불교 방식으로 딱 정착된 나라는 세계에서도 드물지요?

왜요. 일본에도 선종이 있죠. 여러 종파가 있지만 일본 선종도 대단해요. 타성적이고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예요. 서양 가서 선(禪)하면 일본 선만 알지 우리 나라 선은 모르더구먼요. 우리 나라에도 외국 손님이 와서 송광사를 찾지만 그래도 우리 나라 선은 모르더군.

- 한용운 스님의 '불교 유신론'을 보니까 선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으로 쓰셨던데…… 마음을 정적하게 하면 되는데 처소를 정적하게 하려 한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대중과 괴리, 고립된 참선을 공격했다고 할까요.

그건 사실이예요. 그런데 인도를 가보면 인도는 산이 별로 없어요. 히말라야 빼고는. 산이 아니고. 그런데 우리 나라는 지형적으로 산이 많으니까 그리고 중국 도교의 영향을 받아 다 산으로 들어갔죠. 이게 뭐가 좀 잘못된 거야. 그리고 인도 부처님 다닌 데를 보면 전부가 그 당시의 종교적인 도시 센터였건든. 거길 다녔지 산 속으로 다닌 것은 아니야. 도시에서 약간 떨어진 오분 거리 삼분 거리 그 정도에서 머물렀어요. 거기서 얻어 먹고 교화를 하고…… 우리는 인간이니까 사회를 버리고 가면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산이 휴양지로서야 좋지만 생활은 아니야. 그런데 우리 나라 선불교는 좋은 점도 있지만 그게 약점이야. 그렇다고 해서 현실하고 야합하란 얘긴 아니죠.

- 그런 의미라면 여기 법연사는 아주 좋습니다.

그럼요.

- 너무 시끄럽지도 않고,…… 문을 열어 놔도 소음 같은 게 별로 없습니다. 새 소리도 들리고…….

우리는 법회 같은 것도 많이 하죠. 중학생 고등학생 청년회 등. 토요일이면 대개가 밤을 새우고 참선하죠. 일반 신자들이.

- 법정 스님 여기 자주 오십니까?

그럼, 법정 스님은 여기에 계시기로 했어요. 저도 여기 있고. 지금은 송광사에, 그러나 서울 오시면 여기 계실 거예요. 여기서 한 달에 한 번 법회도 하고…… 여기가 상당히 중요한 곳이예요, 지금. 중요한 사람들이 다 모이니까. 제가 여기서 꼬박 2년 있었고.

- 이 절은 현재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까.

우리 절은 송광사의 서울 지부 격이지요. 우리 나라의 가장 중요한 선은 이 송광사지요. 조계종의 원산지도 송광사니까. 그리고 고려 때 보조 국사 있죠. 그 양반이 선이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당시 그 우리 선을 주장했죠. 그 때 최초로 탈피한 거죠. 그런데 불교가 너무 귀족 스타일로 흐르던 그 때 보조 스님이 나타난 건데, 그런 일이 조금만 더 지속됐더라면 완전히 우리 스타일의 불교로 굳어져서 좋았을 텐데 그게 그렇게 안 됐죠. 지금은 구산 스님이라고 본당 스님이 계시고 명실 공히 우리나라의 주축 역할을 하죠. 외국인은 송광사뿐이 안가요. 선 하면 송광사니까.

- 법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엽니까?

국민학생 유치원생이 일주일에 한 번, 중학생이 일주일에 한 번, 고등학생이 일주일에 한 번, 청년부가 일주일에 한 번, 신도회가 한달에 두세 번, 전체 법회가 한 달에 한 번, 참선이 매주 토요일 밤 새워 하니까 한 달에 네 번인 셈이고…… 어휴 굉장히 많아요. 저도 한 두어 개 맡고.

- 지금 어느 법회를 맡고 계시는지요.

청년회와 신도회를 맡고 있어요. 두 달에 한 번씩.

- 모이시는 분들이 몇 명 정도 됩니까?

꽤 많아요. 파트별로 모이니까. 중학생은 중학생대로 고등학생은 고등학생대로…….

- 그런 것은 교회를 본 딴 거라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시스템 가은 것이…… 허허.

- 탄허 스님 말씀이 예수는 조직의 왕이라고 하시던데요…….

허허…… 예수는 조직의 왕이 아니라 예수님은 조직에 의해 죽었죠. 그러니 조직을 욕했다가 조직에 죽었는데 기독교인들이 조직을 만들었으니 예수를 두 번 죽인 셈이죠. 그런데 그 기독교인들은 조직이 예수를 살렸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십자가 보다 더 처참하게 죽인 셈이죠. 조직이란 게 사람을 죽이는 거니까.

- 그러나 기독교를 보면 어떤 조직이 굳어졌다가도 내부에서 정화 운동이 일어나 이걸 부수고 또 굳어졌다간 부수는 식의 이런 운동이 끊임 없이 일어나던데요…….

그런데도 이미 조직화가 되어 있쟎아요. 이게 문제지.

- 특히 우리 나라 같은 경우는…….

그렇지. 제 생각에는 차라리 이렇습니다. 진정한 종교는 당대에 끝나야 돼요. 뒤에 이대(二代)씩 가지 말아야 돼요. 예수 당대에 끝나고 바이블 만들지 말고 집단 만들지 말고. 부다도 마찬가지예요. 그 뒤에 조직화 하지 말아야 돼요. 계속 그 시대에 필요한 성자가 나오면 언제든지 그 시대 성자에 다 휩쓸릴 거아녜요? 그런데 조직화가 되니깐 우린 불교, 우린 기독교, 우린 이슬람 그래 가지고 그 시대에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나와도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예요. 이게 문제라.

- 어떤 의미에서 그런 것들이 우상 숭배 아니겠습니까. 조직화 한다는 것이….

그렇죠, 그렇죠. 그게 정말 보이지 않는 무서운 거죠.

- 그러고 보면 당대에 맞는 성자. 이런 식이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런 의미에 이 힌두교가 상당한 의의가 있는 것 같은데요…….

아, 맞죠. 시대에 따라 거기서는 파도가 치쟎아요. 시대에 따라 파도처럼 계속 비슈누가 다른 폼으로 온다는 거예요. 그러니 맞는 소리예요. 그 시대를 이끌어 가는 사람은 비슈누고 화신이예요. 그러니 누가 옳고 나쁘고가 없는 거죠. 그러고 보면 힌두교가 상당한 거예요. 제 생각도 그게 낫습니다. 몇 천 년 전 사람들 얘기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문명이 다른 우리 시대완 같을 수 없지요. 근데 억지로 아전 인수 격으로 현대적으로 해석을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사실은 이거 우리와 공감이 안 가지요.

- 우리 나라 불교도 상당히 조직화된 게 아닙니까?

조직화는 됐죠. 그러나 동양의 조직이란 것 자체가 원래 엉성한 게 아닙니까. 우리 나라 불교의 가장 큰 약점이 바로 이 조직의 약점이예요. 왜냐하면 불교는 덕으로 다스렸거든. 훌륭한 스님이 있으면 그 밑에서 제자가 다 있고 행정으로 넘어 오질 않았으니까…. 그런데 요즘 와서 사회가 다 조직화되니까 불교도 조직 하려는 건데, 이건 원래 조직이 아니고 덕치인 것을 무리하게 조직화시키려는 건데 머리로 조직이라는 것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억지로 자꾸 조직화하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생긴 부작용이 계속 신문에 나는 거고.

- 그런 것이 또 필요 이상으로 나쁜 이미지를 주는 거고…….

그렇죠, 그런데 이런 건 잘못해서 그런 거예요. 차라리 완전히 덕을 계속 고집하든지…… 그게 차라리 낫죠 불교란건.

- 기능의 분화라는 것도 있을 수 있지 않아요? 행정 전문 중, 참선 전문 중식으로…….

어디까지나 행정을 덕치의 아래에다 두어야죠. 그래서 어떤 위대한 스승의 말 한 마디가 행정을 좌우하도록…… 그러나 지금은 행정으로 모든 것이 좌우되도록 하는 거니까 이게 안 되는 거지.

- 경봉 스님이 말씀하시길 우리 나라에선 선사들이 산에 남아 밧테리 역할을 해서 젊은 승려들을 충전시켜서 중생 속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그런 삶도 없고 그렇게 스스로 노력하는 승려도 없으니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하셨던데요.

인도에서 처럼 크리슈나무르티, 라즈니쉬, 묵다난다 이런 스승들이 있으면 계속 밧테리 역할을 하면서 조직화되는 사회를 때려 부술 수 있는데, 이런 힘이 약하니까 조직은 자꾸 비대해지고, 여기 인간 정신은 약해지니까 여기에 언밸런스가 되지요.

- 한국 불교에서도 밧테리 역할을 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는 볼 수 없을 텐데요…….

없는 건 아니데 우리가 아무리 불교를 하고 뭘 하고 해도 우리 시대의 사람들한테 부다 당시 그대로의 것을 하려고 하니까 이게 문제지. 본질이 아니라 테크닉 면에서 개선을 해야 많은 이들이 같이 충전을 하는데, 충전할 사람이 현대 사람인데 옛날 충전기를 들이대니까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거지. 어떤 개선, 그러니 완전 방법론이지요.

- 부산의 백봉거사란 분은 불교가 완전히 사회 속에 들어가 불교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거사풍의 불교를 주장하신다던데…….

그럼요. 좋은 방법이죠. 그 분 아주 훌륭한 분이예요. 그대로 현실을 떠나지 않고 그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네팔은 네거리마다 사원이 있습니다. 힌두 사원이든 불교 사원이든. 길 한복판에 있으니까 가다가 사람들이 절하고 싶으면 하고. 그러니까 도시 자체가 사원이야. 생활에서 불교가 떠나지 않고. 그러니 이게 굉장히 중요하죠.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옛날엔 승려의 도성 출입을 금했기 때문에 완전히 격리됐던 것이 지금도 남아 가지고 나보고도 사람들이 그러는거야. '이제 산에 가시죠'. 이게 아주 인사야. 근데 나는 기분 나빠요. 왜 내가 알아서 다 하는데 객관적으로 그러느냐. 여기서도 내가 명상을 하고 선을 하면 내 안에서 어떤 것을 실감하고 그러면 여기가 산인데 왜 자꾸 산으로 환경을 바꾸라는 거냐, 이거지. 그렇다면 이 세상을 떠나란 말이거든요.

- 일제 식민시대를 거쳐 해방 후로 우리나라 정신을 지배해온 것은 역시 그래도 서양의 실용주의 정신이 아니겠는지요.

그렇지요.

- 그런 것이 반영된 것이 교육·행정·정치등인데 요즘은 또 그런 것에 대한 환멸이랄까, 반작용이랄까 그래서 고향에 가는 심정으로 돌아가는 곳이 종교가 된 것 같은데…….

그렇죠.

- 서양에 대한 한계, 물질 문명에 대한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 귀의하는 데가 바로 불교, 기독교 이런 종교인데 이런 귀의의 두 가지 방향이 부딪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에는 두 가지 흐름이 부딪치면서 명상 그러니까 크리슈나무르티, 라즈니쉬 그 쪽 물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 3의 물결이 일어나는 것, 이것은 지금 세계적 추세지요. 이것이 우리 나라에도 벌써 이미 왔으니까.

- 지금까지는 종교가 나이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인 것 같았는데 최근엔 젊은이들에게도 상당히 종교가 어필하는 것 같은데요. 기독교는 처음부터 그런 현상을 보였지만 증산교나 원불교에서도 요즈음 보면…….

불교도 그런 식 이예요. 젊은 사람들이 이쪽 게 관심이 많죠.

- 거기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기대될 수 있을텐데요.

제 생각엔 그래요. 종교의 시대에서 명상 시대로 옮겨가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종교의 파괴 현상이지. 좋은 의미에서 네 종교다 내 종교다 할 것 없이 각 종교에서 좋은 점만 뽑아 인간이 어떻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가를 명상하는 시대가 오는 것 같아요.

- 말하자면 명상이라는 자체는 종교가 아니죠?

아니죠. 명상 속에 종교가 포함되니까. 종교도 사실은 명상의 한 테크닉이 기도나 참선이나 이런 식으로 나가서 조직화를 해서 시스템화 한 것이 종교다, 이거죠. 부다나 예수나 이런 분들이 바로 명상가예요. 그런데 뒤에 사람들이 이 사람들을 교주로 해서 집단을 만든 게 잘못된 거지.

- 그렇다면 명상이란 어떤 마음 상태를 말하는 겁니까?

명상이란 마음 상태가 아니고 메디테이션(meditation)이라 그러지요. 이 명상은 우리 인간 영혼이 마취 상태에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요. 명상은 잠 깬 각성 상태고. 그렇다면 어떻게 잠을 깨느냐는 방법이 필요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요가의 방법, 수피의 방법, 기독교 기도, 불교의 선의 방법…… 이렇게 수 백가지가 있죠. 잠을 깨면 끝나는 거야. 깨고나면 모두가 같으니까. 깰 때의 방법이 있어야 돼. 네 종교다, 내 종교다 할 시대는 지났어요. 그리고 매스 컴의 발달, 교통수단의 발달로 서로가 교류되고 있쟎아요. 이제 혼자만 감춰 놀 수 없쟎아요, 이 시대가. 그러니 이미 사람의 영혼을 잡아 가둬 놀 수는 없어요. 거대한 종교의 힘으로써 그 사람의 생활이 끌린다면 모르지만 이것도 어디 오래 가겠어요?

그러니 이제는 명상 운동으로 바람이 불 거예요. 제가 서양도 많이 가봤는데 재미있는 것은 기기 교회에서도 '이제부터 명상합시다' 하고 가만히 있는 거예요. 책도 '크리스챤 젠' 이런 식들이 나오는 거예요. 그러니 명상이 서양종교 안에까지 침투한 거예요, 이제는 그래서 명상 센터가 많고 로스엔젤리스에 가면 젠 센터가 크게 있고 그런 것들이 미국에서 사실 주체를 이뤄요, 기독교보단. 유럽 쪽에서도 이런 바람이 일고 있고 일본이 그렇고 그 다음에 우리 나라도 서서히 크리슈너무르티, 라즈니쉬…… 이런 사람이 소개되면서 그 쪽에 눈을 돌리고 있지요.

- 눈을 돌린다고해도 우리 나라엔 이미 선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도 한 가지만 계속 먹으면 영양실조가 걸리죠. 그러니 선이 있어도 선이 체질에 안 맞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런 것을 다 포용한다면 보다 기름지겠죠?

- 사실 우리 불교의 선을 보통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이 하기엔 좀…….

글쎄, 선은 좋지만 왠지 경원한 느낌이 들고요. 물론 생활에서도 선을 할 수 있지만 야간의 무리가 간다는 느낌이 선입감으로 들지요. 그리고 우리 나라 선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산이 물 위를간다' '산이 산을 부른다'……… 이게 좋은 말인데 우리로서는 도저히 감이 안 잡히는 거예요. 차라리 '나 오늘 연탄 살 돈이 없다. 오늘 밤에 그러니 자살 할까 말까――' 이런 식이 더 실감이 온단 말예요. 왜냐면 그게 생활이니까. 그런데 산이 산을 부른다는 게 뭐가 뭔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이런 것이 문제죠. 이걸 메꾸는 게 명상이죠.

- 명상이란 것은 평이하게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선처럼 인격에 혁명적 인 전환을 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왜요, 원칙적으로 선도 명상의 하나라니까. 명상 중의 우수한 명상인데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전환만 오면 돼요. 근데 선은 그 길이 선만이라고 그렇게 얘기하지만 그것은 선의 얘기고 뭐든지 자기 맘이거든. 그러나 그것이 자기만이 하는 얘기지. 감기들린 사람한테 폐병약 주면 낫나요? 근데 폐병 들린 사람한테 폐병 약을 먹이면 나으니까 이 약만이 만병 통치약이거든. 자기가 나으니까. 그리고 감기 들린 사람에겐 감기약이 만뱡 통치약이고, 그러니 제 삼자가 볼 때는 이거 웃기는 거죠.

- 스님께서 쓰신 '선으로 가는 길'에는 솔깃한 부분이 있던데 참선할 때는 모든 에너지가 안으로 축소되는 상황인데 득도하는 순간 그게 깨지면서 다시 바깥으로 터져 나간다는…….

그렇죠, 확산될 때는 그 다음으로는 내가 아니라 남…… 이렇게 되는 거죠.

- 명상도 그런…….

그럼요. 명상도. 명상은 일단 자기를 부수는 거예요. 때려 부셔야 자기가 안에서 나오는 거니까. 그렇게 해서 자기가 전환될 때는 자기가 우주라 하죠. 뭐냐믄 자기와 남이 아주 불가분 연관됐다는 걸 알게 되지요.

- 선을 할 때 득도하는 순간은 상당히 신비한 체험이라고 생각되는데 스님은 그런 경험을 해 보셨는지요…….

그것은 제가 대답할 문제가 아니고 허허…… 그것은 이렇게 표현하죠. 면남간 북두(面南看北斗)라…… 남쪽을 향해 북두를 본다. 북두 칠성은 북쪽에 있는데 남쪽에서 본다니 이건 어불성설이죠. 백팔십도 전환해야지. 그러니 이건 뭐와 같으냐면 우리가 기차를 타고 가쟎아요. 가면서 밖을 보면 전봇대가 지나가고 산이 지나가죠. 기차는 가만히 있는 것 같은데……그런 착각이 듭니다. 그런데 차가 지나가는 거지. 그러나 우리는 전봇대나 산이 간다고 샹각하는 거예요. 우리가 사고하는 지금의 삶을 깨닫고 나서 백팔십도 자기 의식이 전환되고 날 때에는 차가 가는 거예요. 산은 가만히 있고. 그런 식 이예요. 그렇게 될 때 우리가 그 사람을 보면 이상해 보이지만 그게 옳은 거예요. 면남간북두니까.
지금은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라는 식으로 아주 논리적인 세계인데 그 세계에 들어가면 이게 아주 다 부서지는 거야.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도 되고 열도 되고 백도 되는 거야. 그리고 제로도 되고. 그러니 논리의 세계가 아니죠. 그걸 뛰어 넘었죠. 그렇다면 사람들은 무질서를 생각하는데 논리 아니면 무질서, 선 아니면 악, 전부 대립이지요. 이걸 뛰어 넘는 거야.

- 죽음을 앞둔 순간에는 보통 사람도 그런 수준에 도달한다고 그랬죠?

그럴 때가 가장 좋은 방법이죠. 죽음의식을 느끼니까. 꼭 죽지는 않더라도 하나의 세계가 파괴되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성, 섹스를 통해서도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 그러죠. 성은 하나의 죽음이니까. 그러나 이게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안 가죠. 마찰이 오고. 그런데 인도에선 그런 모양이야.

- 스님의 기행기에 보면 인도에서 코브라를 이용하여 일종의 명상(?)에 들어가는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어떤 여자가 일부러 코브라에게 물려서 기절하면 옆에 지켜있던 사람이 팔뚝의 상처에서 그 독을 빨아 줍니다. 그러면 독사에 물린 여자는 며칠동안 성교시의 오르가즘과 같은 절정의 쾌감 속에 빠져 있다가 깨어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성과 죽음, 즉 양극단의 체험을 통해서 인간실존의 의미를 깨닫기 위한 수련인 셈인데 직접 보셨나요?

주간지에서 사진이 나왔습니다. 물리는 장면부터 쫙 대서 특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