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이분 씨에 대한 두 번째 신문은 1월4일에 있었다. 1월2, 3일에 참고인들로부터 들은 여러 이야기들을 두 씨에게 확인하는 한편 1회 신문조서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기 위함이었다.
문: 지난 1974년 12월30일 오휘웅이 피의자 집에 온 것이 몇 시인가요.
답: 그날 처음 저의 집에 온 것은 제가 그날 저녁 먹은 설거지를 끝내고 부엌에서 가게 쪽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오휘웅이가 왔는데 그때 시간은 시계를 보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오후 8시가 못된 시간으로서 7시45분쯤 되었을 것입니다.
문: 오휘웅이가 왔을 때 남편과 자식들은 무엇을 했나요.
답: 남편 정시화는 술이 취해서 잠을 잤고 아이들도 모두 잠들어 자고 있었습니다.
문: 오휘웅이가 돌아갔다가 다시 왔나요.
답: 네, 돌아갔다가 10분 내지 15분가량 되어 다시 저의 집에 왔습니다.
문: 돌아갔다가 다시 왔을 때 무엇을 갖고 왔나요.
답: 서울에서 일련정종불교회 간부회의가 있을 당시 찍은 사진과 군고구마를 갖고 저의 집에 왔습니다.
문: 두 번째 왔을 때 시간이 몇 시였나요.
답: 시계를 보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8시경 아니면 8시가 조금 지나서입니다.
문: 그러면 남편 정시화 및 자식을 살해키로 공모한 것은 언제였나요.
답: 오휘웅과 서로 사랑하며 지내던 중 제가 이혼하고 같이 살자고 했더니 이혼하려면 빨리 해라, 기한은 3개월을 주겠다는 말도 했으며 언제인가는 이혼을 하더라도 딸은 시집가면 그만이지만 아들은 크면 복수를 한다고 하며 뒤를 깨끗이 해야 한다는 말도 했었는데 12월30일 밤 두 번째로 저의 집에 고구마를 사갖고 왔을 때 저에게 고구마를 먹으라고 해서 조금 먹다가 봉지에 담아 놓았을 때 오휘웅이가 방에서 자고 있는 남편 정시화, 아들 정연홍, 딸 정연경을 가리키면서 저것들은 다 해치워야 한다고 하여, 저것들을 없애야 우리가 잘살 수 있다고, 저도 이에 응하고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오휘웅이가 방으로 들어갔고 저는 방문 밖 가게 안에 있었습니다.
문: 오휘웅이가 방안에서 자는 정시화 및 자식들을 가리키면서 저것들을 다 해치워야 된다고 할 때 남편 정시화는 물론 정연홍, 정연경도 포함해서 살해할 것으로 알았지 않았나요.
답: 네, 전부터 자식이 크면 부모를 찾아다니면서 괴롭히고 복수한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모두 살해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문: 남편 정시화 및 아들 정연홍, 정연경을 어떠한 방법으로 살해하자고 오휘웅과 상의했나요.
답: 오휘웅이가 목을 졸라 죽이자고 해서 가게 안에 있는 노끈을 집어서 오휘웅을 주니까 오휘웅이가 그 끈을 갖고 방안으로 들어갔고 저는 가게 안에 있었던 것입니다.
문: 살해할 당시 가게 불은 누가 껐나요.
답: 방안에 있는 불은 오휘웅이가 껐고 가게 불은 제가 껐습니다.
문: 가게 문은 누가 잠갔나요.
답: 오휘웅이가 방안에 들어간 후 조금 있다가 “아”하고 목 조르는 소리가 나서 제가 가게 문을 잠갔습니다.
문: 오휘웅이 남편 정시화 등을 살해할 때 어떻게 살해하였는지 보았나요.
답: 오휘웅이가 들어가서 조금 있다가 “아”하는 소리가 들려 그때부터 저는 돌아서서 귀를 막고 문틈으로 망을 보아서 현장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문: 살해하기 전 오휘웅과 서로 키스를 한 일이 있나요.
답: 그날은 서로 바라만 보았고 입을 맞춘 사실도 없습니다.
문: 오휘웅이가 남편과 자식들을 살해하는 시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답: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약 15분가량 걸렸습니다.
문: 오휘웅이가 방안에서 살해할 당시 피의자는 어디에 어떻게 하고 있었나요.
답: 저는 가게 안에서 문틈으로 망을 보면서 서 있었습니다. 제가 서 있던 곳은 가게문 닫고 출입할 수 있는 작은 문이었습니다.
문: 오휘웅이가 방안에 들어가 살해할 당시 들은 소리가 있나요.
답: 오휘웅이가 들어가고 조금 있다가 “아”하고 목 조르는 소리가 났으며 그 소리를 듣고는 귀를 막고 있어서 듣지 못했습니다.
문: 그 소리는 누구 소리로 들었나요.
답: 아이의 소리로 들었고 그때부터 저는 귀를 막고 있었습니다.
문: 오휘웅이가 방안에서 남편과 자식을 살해할 때 가게 문을 두드릴 때가 언제인가요.
답: 오휘웅이가 들어가고 난 후 “아” 소리가 나서 귀를 막고 있는데 누구인가 가게 문을 흔들었습니다.
문: 피의자 등이 범행에 착수해서 얼마 지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나요.
답: 오휘웅이가 방안으로 들어가서 5분쯤 경과되어 “아”하는 소리가 났고 또 5분쯤 지나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문: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을 때 어떻게 했나요.
답: 부엌 쪽 캄캄하고 밖에서 보이지 않는 장소로 피했습니다.
문: 문 두드리는 사람을 누구로 알았나요.
답: 문만 서너 번 두드리다 갔는데 저는 쌀 사러 온 사람으로 알았습니다.
문: 범행을 끝내고 오휘웅이가 무어라고 하던가요.
답: 내 일은 모두 끝냈으니 뒤처리는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하며 차후 만나기로 하고 그 사람은 돌아갔습니다.
문: 어디에서 만나기로 하고 돌아갔나요.
답: 신흥창고 있는 데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문: 오휘웅이가 돌아간 후 어떻게 했나요.
답: 모두 죽었나 보러 방에 들어가 들여다보니까, 남편은 피를 흘리고 죽었고 애들은 그냥 죽어 있었습니다.
문: 방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죽어 있었는지 그 상황을 말하십시오.
답: 남편 정시화는 엎어져서 피를 흘리고 죽어 있었고 아이들은 누운 상태로 죽어 있었습니다.
문: 남편 등이 죽어 있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하였나요.
답: 모두 죽어 있는 것을 보고 남편 정시화 목에 제가 평소 사용하던 마후라가 매여 있어 제가 끌러서 어떻게 하였는지 생각나지 않으나 마후라를 끄른 후 계속해서 아이들의 머리를 만져보았습니다.
문: 남편 정시화의 목에 걸린 마후라를 끌렀다면 손에 피가 묻었을 텐데 어떻게 하였나요.
답: 마후라를 끄른 후 아이들의 머리며 얼굴도 만져보았습니다. 그러나 손에 피가 묻어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문: 죽은 것을 확인하고 난 후 어떻게 했나요.
답: 저의 집 앞에 있는 삼성라사점에 들어갔습니다.
문: 삼성라사점에 간 시간이 몇 시였나요.
답: 그날 밤 8시30분경에 갔습니다.
문: 양복점에 왜 갔나요.
답: 범행한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조작하려고 갔었던 것입니다.
문: 그 당시 양복점에는 누가 있었나요.
답: 주인 아주머니 아들과 어린애 업은 여자 등 몇 사람이 있었습니다.
문: 양복점에서 무슨 말을 했나요.
답: 우리 아기 아버지는 맘이 좋아서 친구들에게 돈을 잘 빌려준다는 말과 자기 친구에게 돈 20만 원을 텔레비전 3대를 가져온다고 해서 주었는데 안 가져왔고 7시에 온다는 사람이 오지 않아 틀렸다는 말을 했습니다.
문: 왜 그런 말을 했나요.
답: 범행을 조작하기 위해서 그런 말을 했던 것입니다.
문: 양복점(삼성라사)에서 나와 집에 갔다가 다시 양복점에 간 것은 왜 갔나요.
답: 양복점에서 이야기하던 중 제 손을 보니까 양쪽 손 엄지와 다음 손가락 사이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닦으러 집에 갔던 것입니다.
문: 그 피는 왜 묻은 것인가요.
답: 마후라를 끄를 때 묻은 피입니다.
문: 삼성라사점에서 나와 어디로 갔나요.
답: 라사점에서 나와 부산집 옆에 있는 밥집으로 갔습니다.
문: 그 밥집에 가서 누구와 무슨 말을 했나요.
답: 밥집에 가니까 그 집 할머니와 며느리와 어떤 손님이 있었는데 저는 그 집 며느리에게 쌀값을 달라고 하니까, 내일 주겠다고 해서 그냥 나왔습니다.
문: 밥집에서 나와 어떻게 했나요.
답: 밥집에서 나와 큰집으로 가려던 중 오휘웅이를 만났습니다.
문: 만난 시간 및 장소는 어디이며 무슨 말을 했나요.
답: 그날 밤 8시40분쯤 지나서 신흥시장 입구 신흥지물 앞길에서 만났는데 뒤처리를 잘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문: 그곳에서 만났던 것은 사전 약속을 했기 때문에 만났던 것인가요.
답: 저의 집에서 갈 때 신흥창고 있는 데서 만나자고 하여 그곳으로 가던 중 시장 입구에서 만났던 것입니다.
문: 시장 입구에서 헤어질 때 또 약속한 말이 있나요.
답: 일처리가 잘되면 추후 저의 집으로 오휘웅이가 오기로 했습니다.
문: 시장 입구에서 오휘웅과 헤어져 어떻게 했나요.
답: 큰집으로 갔습니다.
문: 큰집에 간 시간은 몇 시였나요.
답: 큰집에 갈 때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두세 번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가까스로 갔는데 9시가 넘어서 도착하여 그곳에서 만두속을 만들 무, 배추, 당근을 정신을 차리면서 썰어주었습니다.
문: 큰집에서 몇 시에 나왔나요.
답: 10시30분쯤 나온 것으로 생각되나 자세히는 모릅니다.
문: 큰집을 나와서는 곧바로 집에 왔나요.
답: 네, 집으로 왔으나 집에 먼저 들어가지 못하고 양복점으로 갔습니다.
문: 왜 양복점으로 갔나요.
답: 제가 큰집에서 집에 도착하여 걸어놓은 문고리를 벗기어 문이 열리게 해놓고 양복점으로 들어가서 양복점 주인 아주머니를 데리고 저의 집으로 갈 심산에서 우리 문이 열려 있다고 하며 전에도 도둑이 들었었는데 이상하다고 했더니 그 아주머니가 따라와 같이 저의 집에 가서 그 아주머니가 불을 켜라고 하여 제가 불을 켜면서 다 죽었네 하며 쓰러졌던 것입니다.
문: 집에 돌아온 시간은 몇 시인가요.
답: 시계를 보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10시40분쯤 되었을 것입니다.
문: 방안에 옷가지는 누가 흩어 놓은 것인가요.
답: 그것은 제가 장롱에서 꺼내어 흩어 놓은 것입니다.
문: 왜 흩어 놓은 것인가요.
답: 오휘웅이가 살해한 다음 강도가 들어와서 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하여 제가 옷장에서 꺼내어 흩어 놓은 것입니다.
문: 범행을 위장하여 알리바이를 성립시키려 한 것은 피의자가 고안해서 한 것인가요, 그렇지 않으면 오휘웅이가 시킨 것인가요.
답: 그것은 제가 생각해 낸 것이었습니다.
문: 범행을 위장해서 신고하면 수사관들이 속을 것이라고 확신했나요.
답: 제 생각에는 속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속지 않을 것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문: 왜 속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나요.
답: 오휘웅이가 저의 집에 드나드는 것을 시집에서 싫어하는 눈치가 있었기 때문에 혹시 탄로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문: 범행 후 집을 나올 때 불은 누가 껐나요.
답: 오휘웅이가 먼저 나가고 내가 옷가지를 흩어 놓은 다음 제가 끄고 나왔습니다.
문: 양복점 아주머니와 집에 들어가서 쓰러진 것은 왜 쓰러진 것인가요.
답: 그것은 제가 일부러 그런 것으로 쇼였습니다.
문: 동네사람들이 아이들을 들어내는 것도 알았나요.
답: 저는 정신을 잃은 척하고 보지 않았습니다.
문: 병원에 갈 때도 알았나요.
답: 알았습니다.
문: 도립병원에서도 죽어가는 척했는데 그것도 위장이었나요.
답: 죄송합니다. 그것도 위장입니다.
문: 현재 오휘웅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나요.
답: 죽은 사람들이 불쌍하기도 하나 오휘웅이는 저 때문에 일을 저지른 것이므로 오휘웅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고 앞으로 형을 받고 나올 수 있다면 끝까지 그 사람을 위해서 같이 살 생각입니다. 제 몸을 희생하여서라도.
문: 피의자의 집에 있는 돈은 얼마나 되나요.
답: 양복장 오버 안주머니에 9만 원 정도 있고 돈 궤짝 위 불교책 속에 몇 천원(5000원 가량), 농 안 선반 위에 목걸이 2돈 반짜리 1개, 루비 18금반지 1개가 있었습니다.
왜 시간들이 20분씩 앞당겨졌나?
위에 소개한 두이분의 1월4일자 두 번째 진술내용은 이틀 앞에 한 1회 진술과 다른 점이 많다. 특히 범행과 관련된 시간이 모조리 달라지고 있다. 이것은 중요한 변화다.
① 오휘웅 씨의 1차 도착시간: 두 여인은 사건날 밤 오 씨가 첫 번째 자기 집에 들렀을 때의 시각에 대하여 1회 신문조서에서는 “오후 8시가 다 되어서…”라고 했었는데, 2회 신문 때는 “오후 8시가 못된 시간으로서 7시45분쯤”이라고 했다.
② 2차 도착시간: 1차 신문조서에서 두 여인은 오 씨가 맨 처음 와서 10여 분 가량 이야기를 하다가 돌아간 지 10분가량 되어 다시 왔다고 했다. 그러면 그때가 8시20여 분이란 추정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2차 신문조서에서 두 여인은 두 번째로 오 씨가 나타난 시간을 “8시경 아니면 8시가 조금 지나서…”라고 하여 20분쯤이나 앞으로 당겨 놓고 있다.
오 씨는 앞의 두 차례 진술에선 그날 밤 자신이 세 번 두 여인 집에 들렀고, 범행을 시작한 것은 세 번째로 들린 오후 8시40분께였다고 했었다. 이날 두 여인은 오 씨가 두 번 왔었고, 범행시간은 두 번째 온 직후, 즉 8시 직후라고 했으니 크게 엇갈린다.
③ 삼성라사에 들른 시간: 두 씨는 오 씨의 출현시간에 대해선 대강 진술했으나 자신이 삼성라사에 들른 시간에 대해선 “8시30분경”이라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④ 오휘웅 씨와 범행 뒤 만난 시간: 오씨는 1차 신문조서에서 오후 9시께라고 했는데 두 여인은 2차 진술에서 오후 8시40분쯤이라고 하여 20분쯤 앞당기고 있다.
두 씨의 시간관계 진술이 정확한가, 아닌가는 별개 문제로 하고, 두 씨의 이날 진술이 앞의 진술 때보다도 범행관련 시간을 20분쯤 앞당기는 방향으로 변한 것이 이상스럽다. 경찰은 이날(1월4일)보다 이틀 전에, 사건 당일 밤에 오휘웅 씨 집에 모여 좌담회를 열었던 일련정종 신도 몇 명을 불러 오 씨의 귀가 시간에 대해 물었다. 신문기록에 따르면 송안섭씨라는 여자는 “오 씨가 집에 온 것은, 좌담회가 오후 9시10분쯤 끝났는데,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는 진술을 했다. 그러나 나중에 송 씨는 자기가 경찰에서 진술한 귀가 시간은 밤 8시30분이었는데 경찰이 멋대로 기록한 것이라고 했다. 송 씨와 함께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던 남자 신도 이석홍 씨의 신문기록은 경찰이 법정에 제출하지 않았다. 이 씨도 나중에, 그날 경찰에서 오 씨의 귀가시간을 밤 8시30분께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 두 사람의 말과 오 씨의 자백은 모순된다. 오씨는 1회 신문조서에서, 범행을 시작한 시각을 오후 8시40분, 범행 직후 신흥시장 입구에서 두 여인을 만난 시각을 오후 9시께라고 진술했던 것이다. 그러나, 삼성라사 여주인의 동생 이옥녀 씨는 두이분 여인이 손에 피를 묻혀 들어온 시각을 오후 8시35분이라고 했었다. 이석홍 씨의 시간 증언이 맞다면 오 씨는 알리바이가 성립된다는 얘기이고, 오 씨가 범인이라 해도 그의 범행시간 진술은 다른 증언들과 맞지 않는다. 경찰은 이 ‘시간의 모순’ 문제를 서류상으로 해결해야만 하게 됐다. 적어도 오후 8시30분 이전에 범행이 끝나 있어야 시간표가 맞아 떨어지게 돼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8시40분~9시 사이로 되어 있는 살해 시간이 2, 30분쯤 앞으로 당겨져 밤 8시 직후에 설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날 두 씨는 앞서 한 자신의 진술을 번복하고 범행시간을 20여 분 앞당김으로써 경찰의 그런 고민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마후라에 대한 모순된 진술
2회 신문 때 두이분 씨는 범행의 책임을 오 씨에게 떠넘겼다. 즉, 오 씨가 다녀간 뒤 자기는 회관이나 큰집으로 가기 위해 가게 문을 다 닫았다. 그때 다시 오 씨가 나타나, 자고 있는 남편과 두 남매를 가리키면서, 저것들을 다 해치워야 우리가 잘 살 수 있다고 해서 나도 응했고, 오 씨는 방으로 들어갔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진술대로라면 두 여인이 수사과장에게 했다는 “아이구, 아이구, 아이들은 죽이지 말라고 했는데…”라는 넋두리는 거짓말이다. 두 씨에 대한 2회 신문조서에서도 그렇고 그 뒤의 조사에서도 그렇지만, 두 여인이 오 씨가 남편만 죽일 것이라고 믿거나 또는 남편만 죽이라고 당부한 흔적이 전혀 없다. 두 씨의 넋두리가 경찰이 오 씨를 수사하는 실마리가 됐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두 씨의 수많은 거짓말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두 씨는 ‘자기 멋대로 아이들을 죽인’ 오 씨에 대해 “그를 위한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고 앞으로 형을 받고 나올 수 있으면 같이 살 생각입니다”고 말하고 있다. 邪戀(사련)에 철저하든, 거짓말에 철저하든, 어쨌든 무서운 여자다.
이날의 두 여인 진술과 오씨의 1회 진술을 비교하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엇갈리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문: 마후라가 있었다는데 그것은 어디에 두었는가요?
답: 피가 묻었기에 끌러서 쌀창고 뒤에 던졌습니다.
문: (이때 범죄현장 가를 수색하여 쌀창고 뒤에서 발견된 혈흔이 있는 마후라를 보이며) 이 마후라가 바로 피의자가 사용하였던 마후라인가요?
답: 예, 바로 제가 감추어 두었던 것으로 정시화의 목에 둘렀던 것입니다.
―오 씨의 1회 신문조서
문: 남편 등이 죽어 있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하였나요.
답: 남편 정시화의 목에 제가 평소에 사용하던 마후라가 매여 있어 제가 끌러서 어떻게 하였는지 생각나지 않으나 마후라를 끄른 후 계속해서 아이들의 머리를 만져보았습니다.
문: 그 피(필자 注: 삼성라사에서 확인된 두 여인의 왼손 손가락 사이에 묻었던 피 흔적을 가리킴)는 왜 묻은 것인가요.
답: 마후라를 끄를 때 묻은 피입니다.
―두 씨의 2회 신문조서
이 두 가지 진술은 서로 모순된다. 오 씨가 범행 직후 마후라를 풀어서 쌀창고 뒤로 던졌다는데, 두 여인은 오 씨가 나간 뒤 방에 들어가 그 마후라를 또 풀었다니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문제는 어느 쪽 진술이 진짜냐이다. 삼성라사에 두 여인이 나타났을 때 두 여인의 손가락에서 피가 묻은 것을 본 사람은 두 명이고, 그 목격담은 신빙성이 있다. 두 여인의 손에 피가 묻을 경우는 ① 마후라를 풀거나 ② (두 여인이 직접 살해를 했다면) 남편 목을 칼로 그었을 때다.
오 씨의 몸에 피가 묻을 경우도 위의 두 행동과 관련 아래서다. 그런데 경찰은 오 씨의 몸이나 옷가지에서 피를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두 씨의 손가락에서 핏자국이 발견됐고, 두 씨의 진술이 또한 그러하므로, 양쪽 피의자의 모순된 진술 가운데 오 씨의 진술은 허위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오 씨가 마후라를 풀었다는 것은 허위이지만 쌀창고 뒤에서 마후라가 발견된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수수께끼가 나타난다. 오 씨는 자기가 풀지도 않은 마후라가 쌀창고 뒤에 버려진 것을 어떻게 알았나? 경찰관이 쌀창고 뒤에서 마후라를 찾아내 오 씨에게 보이면서 “네가 쌀창고 뒤에 이걸 버렸지?”라고 신문하여 억지 대답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수사과장과 오 씨 사이의 대화 녹음을 들어봐도 오 씨는 마후라에 대해 도통 모르면서 지껄이고, 수사과장이 수정을 해주면서 대답을 닫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 이 마후라는 예사 증거물이 아니다. 오 씨가 정씨의 목에 처음 걸었다는 범행도구다. 이 결정적 물증에 대한 진술의 결정적 모순이야말로 오 씨의 유죄에 결정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아닐까?
① 오 씨는 마후라에 대해 잘 모르는 듯 횡설수설했다, ② 피 묻은 마후라를 풀지도 않았으면서 풀었다는 허위진술을 했다, ③ 핏자국은 두 여인 손에 묻어 있었다―여기서 끄집어낼 수 있는 추론은 오 씨가 강압상태 하에서 허위진술을 만들어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후라에 대한 이런 모순된 진술은 재판부도, 변호인도 지적하지 못했고, 내가 기록을 검토하다가 찾아낸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