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 감방 변소에서 목매달다

1975년 4월28일, 인천 소년교도소, 소년 기결수와 일반 미결수가 수용된 곳이다. 오휘웅 씨뿐 아니라 두 여인도 이곳의 女舍(여사) 4방에 갇혀 있었다. 이날 오후 6시께 저녁식사 시간이 시작됐다. 식사가 끝나자 4방의 여자 미결수들은 옛날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오후 7시50분께 감방 점검이 시작돼 강화현 교도보가 왔다. 16번(두이분)이 안 보였다. 미결수 이주순 씨(그때 30세)가 변소를 쳐다보니, 안에 누가 들어 있다는 표시인 노란 팻말이 붙어 있었다.

“16번 변소에 갔어요”라고 누가 말하니까 강 교도보는 딴 방으로 갔다. 오후 8시에 취침지시가 떨어졌다. 이주순 씨는 용변을 보려고 변소를 향해 “16번 빨리 나오라, 나 오줌 싸겠다”고 소리 질렀다. 아무 인기척이 없었다. 이 씨는 변소 문에 붙은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았다.
전등이 안에는 없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캄캄했다.
“16번, 너 죽었니? 하면서 이 여인은 문을 확 열어 젖혔다. 변기통 위엔 사람이 없었다. 겁이 와락 난 이 여인은 일단 바깥으로 나와 다른 미결수들에게 이야기를 한 뒤,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변소 안으로 들어갔다.

오른쪽 창가에 사람이 매달려 있었다. ‘악!’ 소리치면서 뒷걸음친 이 여인은 두이분 씨가 목을 매달고 축 늘어져 있음을 알아보았다. 강 교도보가 달려와 감방 바깥에서 “사람을 살려야지 구경만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해!”라고 소리소리 질렀다. 어느 미결수도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다. 보안과 직원들이 달려와 변소로 뛰어 들어갔다. 높이 2미터가 넘는 공기창틀에 끈을 매고 목을 달았기 때문에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면도칼로 줄을 끊어야 했다. 이미 두이분 씨는 시체로 변해 있었다.

두 여인은 사형수 대우를 받아 늘 두 팔이 포승에 묶인 채 두 손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두 여인은 그 포승으로 목을 매달았는데 누가 수갑과 포승을 풀어주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두 씨의 신문을 맡았던 인천경찰서 조용구 형사는 두 씨가 변사한 현장에 가서 조사를 했다. 조 형사는 두 여인이 목을 매달 때도 자기 혼자 힘으로 한 것이 아니고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금도 말하고 있다. 두 여인의 죽은 얼굴은 창백했으나 찡그린 표정은 아니었다고 조 씨는 기억하고 있다. 현장에 나온 검사가 “죽으니까 더 예쁜데…”라고 농담을 할 정도였단다.
인천검찰지청은 두 씨의 변사를 자살로 결론 내렸다.

변호인 측 증인 송안섭 씨의 증언

1975년 5월2일 오전 10시부터 인천지원 101호 법정에서는 4차 공판이 열렸다. 5일 전 두이분 피고인이 자살하는 바람에 이날은 오휘웅 피고인만 출석했다. 이날엔 사준 변호사가 신청한 증인 3명에 대한 신문이 진행됐다.
먼저 송안섭 씨가 나왔다.

문(사준 변호사): 증인 그 좌담회에 몇 시경에 참석하였는가요.
답: 네, 그날 오후 7시에 시작되는 좌담회에 좀 늦은 7시30분경에 도착하였습니다.
문: 그때 피고인 오휘웅이 그곳에 있었던가요.
답: 네, 없었습니다.
문: 그러면 언제쯤에 피고인 오휘웅이 그곳에 왔는가요.
답: 네, 피고인이 그곳에 온 때는 반장아 신도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중이었으며 시간은 8시30분경이었습니다.
문: 증인은 그 시간을 어떻게 알았나요.
답: 네, 본존 불단 앞에 사발시계가 있었는데 사람이 들어오므로 머리를 들어 바라보게 될 때 시계를 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입니다.

문: 증인이 보았을 때 피고인 오휘웅이 어떻게 하던가요.
답: 처음 본존 부처님께 인사하고 앉았다가 반원들의 질문에 대한 반장의 답변이 막히게 되니까 대신 답변해 주었습니다.
문: 증인은 그곳 좌담회에서 무엇을 하고 있다가 그곳을 나왔습니까.
답: 공덕담을 듣고 또 노래도 하고 하는 등 한 20여 분 동안 더 하다가 이것이 끝난 후 피고인이 찾아온 사진을 보았으며 그 후 더 계속 지도를 받다가 피고인이 식사하는 것을 보고 집에 오후 10시 넘어 왔습니다.

문: 그 당시 피고인 오휘웅의 태도는 어떠했나요.
답: 네, 보통 때와 다름없었으며 질문에 대한 답변도 잘 해주었습니다.

(검사의 반대신문)
문(증인에게): 증인이 경찰, 검찰에서 진술한 사실이 있는가요(이때 수사 기록 231 정부터 236 정까지와 578 정부터 582 정까지를 보여주다).
답: 경찰, 검찰에서 진술한 일이 있으며 모두 사실대로 말하였으며 그곳에 서명 무인한 것도 모두 본인이 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문: 증인이 1974년 12월30일 그곳 좌담회에 참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네, 매주 월요일마다 신흥동 지역에 사는 신도들은 피고인 집 좌담회에 모이게 돼 있으므로 참석한 것입니다.
문: 모이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답: 항상 오후 7시입니다.

문: 피고인 오휘웅은 그 좌담회에 꼭 참석하나요.
답: 피고인은 딴 좌담회에 갈 때도 있으므로 꼭 참석하지는 않습니다. 그곳 책임자가 아니므로 다른 곳에 참석할 때가 많습니다.
문: 피고인 오휘웅이 어째서 그날은 참석하였나요.
답: 시간이 있으면 참석하기 때문에 온 것입니다.
문: 증인은 피고인이 온 시간을 어떻게 알고 있나요.
답: 시간은 시계를 보았으므로 알게 되었으며 그가 온 시간은 오후 8시30분경입니다.

(재판장이 증인에게 신문)
문: 증인이 볼 때 그날 피고인이 반장 대신 답변할 때 틀리거나 안색이 좋지 않게 보이지 않았는지요.
답: 그렇지 않았습니다.

송 씨는 오 피고인의 귀가시간에 대하여 경찰에서는 “좌담회가 오후 9시10분에 끝났는데 거의 끝날 무렵 오 씨가 왔다”, 검찰에서는 “정확한 시간은 모르지만 오후 9시40분에 왔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송 씨는 8시30분이라고 했는데도 수사관들이 멋대로 적은 것이라 주장, 나중에 탄원서를 내게 된다. 송 씨는 이날 검사의 반대신문에서는 또 경찰이나 검찰에서 진술한 것이 사실대로 한 것이라고 말하여 갈피를 못 잡게 하고 있다.

이럴 때는 변호인이 나서서 송 씨의 진술이 본의와 다르게 기록된 점이나 엇갈리고 있는 부분을 바로잡아 주여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날 송 씨의 증언은 재판부의 믿음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송 씨는 부끄러움과 겁이 많아 보이는 사람인데 오 씨의 형이 확정된 뒤에 낸 탄원서에서 “저 말고도 다른 증인이 많이 있는데, 무엇 때문에 연약하고 사회의 법도 모르는 사람을 협박하여 다른 사람의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지, 다른 사람들은 조사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고 했지만 버스 지나간 뒤에 손을 흔드는 격이었다.

변호인 측 증인 이석홍 씨 신문 내용

이날 변호인 측 증인으로 나온 사람 가운데 이석홍 씨(당시 48세)는 인천 항만청 공무원이었는데, 송 씨와는 달리 똑똑하게 대답했다.

문(변호인): 증인은 몇 시에 그곳에 갔나요.
답: 19시5분 전에 그곳에 도착하여 오후 9시20분까지 있었습니다.
문: 증인은 좌담회를 마치고 그냥 집에 돌아왔나요.
답: 그렇습니다.
문: 피고인이 처음에는 그곳에 없다가 몇 시에 왔으며 그 후 어떻게 하고 있었던가요.
답: 피고인이 오후 8시30분에 들어왔으며 들어오므로 시계를 보았기 때문에 시간을 알았으며 그 후 본인이 반장으로서 신도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부족하여 피고인이 대신하여 끝날 때까지 답변해 주었습니다.

문: 그 당시 피고인의 태도는 어떠했나요.
답: 네, 평상시와 같았으며 비정상적인 것을 못 느꼈으며 흥분된 어조나 태도를 발견치 못했습니다.
문: 증인은 피고인이 사진관에서 찾은 사진을 보았으며 또 피고인이 증인으로부터 부탁을 받은 일이 있는가요.
답: 사진은 끝나면서 바로 나왔으므로 못 보았으며 피고인이 증인에게 취직했으니 신원보증을 해달라고 부탁한 일은 있습니다.

문: 증인은 본건 사고 난 집을 아는가요.
답: 모르고 있습니다.
문: 증인은 경찰 조사를 받은 일이 있나요.
답: 신흥동파출소에서 조사받은 일이 있습니다.

문(검사 신문 시작): 피고인은 월요일 집회에 항상 참석하나요.
답: 다른 곳에 가는 경우에는 피고인은 참석 안합니다.
문: 피고인이 언제 증인이 있는 곳에 왔는가요.
답: 좌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중에 왔습니다.
문: 증인이 말하고 있는 중에 피고인이 왔다는데 어떻게 시계를 보았나요.
답: 바로 앞쪽에 있기 때문에 보았습니다.
문: 증인이 신도들의 질문에 답변하였다는데 잘하였나요.
답: 그 당시 증인이 잘 답변했으나 부족한 부분을 피고인이 온 후에 부연설명을 하여주었던 것입니다.

문(재판장): 증인이 답변하다 막혀서 피고인이 대신 답변했다고 하는데 답변이 막히면 긴장되어 시계를 잘 볼 수가 없었을 텐데 그렇지 않은가요.
답: 그때 시계를 볼 여유가 있었습니다.


(계속)